[기자수첩] 뇌물과 향응에 물든 증권업계

박성필 기자 | 2017.09.06 05:56
증권업계의 뇌물·향응 영업행위가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전체 금융권 제재건수 179건 가운데 증권업계의 제재건수는 69건으로 나타났다. 전체의 40%로 은행업계의 제재건수(6건)보다 무려 11배 이상 많다.

특히 69건 중 45건의 사유가 ‘부당한 재산상 이익의 수령금지 위반’이다. 자산운용사의 경우 20건의 제재 중 19건이 ‘부당한 재산상 이익의 수령금지 위반’이다. 이 정도면 대놓고 뇌물과 향응을 주고받았다는 얘기다.

“제재건수가 그렇다는 것일 뿐 뇌물·향응 관행은 규모가 더 크죠.” 최근 만난 한 운용사 직원에게 뇌물·향응 영업행위에 대해 묻자 ‘코웃음’과 함께 돌아온 말이다. 이처럼 증권가의 영업행위가 뇌물과 향응으로 물들었는데 정작 증권사와 운용사들은 고칠 생각이 없어 보인다.

증권업계도 변명거리는 있다. 새롭게 시도하려는 영업전략이 ‘안하느니만 못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는 핑계다. 결국 불법적이고 비정상적인 영업행위는 예전부터 이어지던 일종의 ‘관행’으로 인식돼 멈추지 않는다.

감독당국이 거든 측면도 있다. 증권사가 뇌물·향응 영업행위로 적발되더라도 과태료 처분으로 일관해 관행으로 자리 잡는 것을 용인한 것이다. 당국의 솜방망이 처벌로 자본시장을 움직이는 증권업계가 후진성을 면치 못한 셈이다.

이 같은 증권업계의 비정상적인 영업행위에 대해 일각에서는 엄중한 형사처벌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불법행위를 과태료 처분으로 일관하면 증권업계는 불감증에 걸려 자본시장에서 신뢰를 잃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증권업계의 불감증은 투자자 피해 발생의 1차 원인으로 번질 수 있다. 동양그룹 사태와 ELS 사태가 투자자에게 끼친 피해를 생각해보자. 그 1차 원인은 솜방망이 처벌로 일관한 당국의 대응에 있었다.

증권업계가 이 관행을 깨뜨리지 않으면 뇌물·향응문화는 다시 고개를 들고 투자자를 위협할 것이다. 따라서 증권업계는 머리를 맞대고 불법행위를 차단할 수 있는 강도 높은 방안을 찾아야 한다. 영업직원부터 최고경영자까지 자본시장 윤리의 중요성을 깨닫고 끊임없는 교육과 자기검열, 노력을 이어가야 한다.

증권업계가 스스로 얼룩을 지우지 않는다면 정부가 가혹해질 필요가 있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 정부 차원의 강경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변칙인데 원칙으로만 대응하면 증권업계는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불법행위를 계속할 것이고 투자자들은 이로 인해 또 피해를 입게 될 것이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04호(2017년 9월6~12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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