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과 더불어 사는 세상] 반달가슴곰은 왜 떠났을까

이학범 수의사(데일리벳 발행인) | 2017.09.10 06:39


반달가슴곰은 앞가슴에 있는 반달모양의 흰무늬로 유명한 곰이다. 한때 한반도 전역에 서식했으나 서식지 파괴와 밀렵 등으로 개체수가 급감해 멸종위기에 처한 동물이다. 이에 정부는 1982년 반달가슴곰을 천연기념물로 등록해 보호 중이며 2004년부터 지리산 반달가슴곰 복원사업을 통해 개체수를 늘리고 있다.

복원사업 시작 당시 다섯마리밖에 남지 않았던 반달가슴곰 개체수는 현재 총 마흔일곱마리까지 늘어나 성공적인 복원사업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최근 KM-53의 지리산 탈출 사건을 계기로 지리산 반달가슴곰 복원사업을 되돌아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3년생 수컷 반달가슴곰 KM-53은 지리산에 방사된 지 약 8개월 만인 지난 6월14일 서식지에서 90㎞ 떨어진 경북 김천 수도산에서 발견됐고 포획 후 지리산에 재방사됐다. 그런데 재방사된 지 일주일 만에 이 곰은 경남 함양과 거창을 거쳐 또다시 수도산으로 이동해 재포획됐으며 현재는 다시 지리산으로 돌아와 관리를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리산의 반달가슴곰 적정 수용능력이 쉰마리에서 일흔마리로 추정되는 만큼 지리산 이외의 지역으로도 서식지를 확대해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KM-53 이전에도 지리산을 벗어났다가 포획된 반달가슴곰이 몇마리 있었다. 따라서 지리산뿐만 아니라 이번에 KM-53이 두번이나 갔던 수도산을 비롯해 덕유산과 가야산 등 몇몇 국립공원도 반달가슴곰 서식지로 지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분위기다.

수도산이 위치한 김천시는 시장까지 적극적으로 나서 반달가슴곰의 공식 서식지 지정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리산 반달가슴곰 복원사업을 담당하는 국립공원관리공단 종복원기술원 측은 “수도산이 백두대간 핵심 서식지와 연결되고 먹이 자원이 풍부해 반달가슴곰 서식 조건을 충족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반달가슴곰의 서식지 지정 확대는 쉽게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그물이나 올무 등을 통한 불법 포획과 관광객 및 주민들의 안전 문제, 관련 예산 확보 등 다방면으로 깊은 고민이 필요해서다.

그래도 다행인 점은 KM-53 탈출사건을 계기로 반달가슴곰 복원정책을 돌아보고 앞으로 개선해야 할 방향에 대해 논의하고 고민하는 자리가 늘어났다는 것이다. 비록 수도산에서 두번이나 다시 잡혀 탈출작전이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이런 논의의 장을 만들어냈다는 것만으로도 KM-53의 일탈은 큰 의미를 남겼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04호(2017년 9월6~12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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