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자동차 노조, 변해야 산다

박찬규 기자 | 2017.08.30 06:10
연례행사가 돼버린 자동차 노동조합의 파업. 이를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이 싸늘해졌다. 자동차업계 전체에 위기감이 감도는 상황에서 가장 강력한 쟁의행위인 파업을 강행하는 것에 의문을 갖는 사람이 많다. 노조가 국민과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기업과 노동자가 함께 생산활동을 벌인 결과로 ‘이윤’이 생기는데 이를 바라보는 양측의 의견이 갈리며 갈등이 시작된다. 노동자 입장에서는 열심히 일한 만큼 더 가져가려 할 것이고 회사는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일정부분을 활용하길 원한다.

하지만 회사에 노동을 제공하고 급여를 받는 노동자가 사용자 측과 대등한 입장에서 협상하는 건 특수상황을 제외하곤 어려운 경우가 많다. 따라서 회사보다 힘이 약할 수밖에 없는 노동자가 힘을 모아 조합을 결성하고 사용자 측과 협상하는 행동을 우리나라 헌법에서도 노동자의 기본권리로 보장하는 것이다.

조합원이 많은 대규모 사업장에서는 노조를 대표하는 집행부가 회사 측과 협상 테이블에 앉아 단체협상을 진행한다. 노조와 회사가 각자의 입장을 피력하고 절충안을 찾는 과정에서 조합원의 신임을 잃지 않으려는 집행부의 무리한 협상요구가 파업의 발단이 되기도 한다.

급여가 물가상승에 상응해야 생활에 지장이 없기에 노조의 합법적인 파업이 잘못은 아니다. 하지만 수년째 국내외 경기가 악화된 데다 잦은 파업으로 생산량이 줄어 판매량이 쪼그라든 상황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또 자동차 노조의 임금인상 요구가 제품가격 인상으로 이어지고 결국 물가상승요인이 될 수도 있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싸움처럼 결론이 나기 어려운 문제다.

그동안 자동차 노조는 성장주도 정책 아래 힘을 키웠다. 울음을 터뜨릴 때마다 달콤한 사탕을 먹을 수 있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이가 썩어가는 데도 더 달라고 떼를 쓰는 아이처럼 보일 수 있다. 사탕의 맛조차 제대로 느끼지 못한 동생들은 형의 행동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수많은 협력업체는 대기업 노조의 파업에 전전긍긍이다. 하루빨리 생산이 정상적으로 재개돼 경영에 차질이 없기만을 바랄 뿐이다.

이제는 시대가 달라졌다. 파업으로 인한 기업의 손실, 파업 이후 생산된 제품의 품질문제에 대해 노조도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따라서 무작정 보상을 요구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효율을 높일지를 먼저 생각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완전자동화로 고용이 우려된다면 작업자를 거드는 협업로봇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상생의 방안을 제시하고 그에 따른 성과를 나누려는 태도 없이는 더욱 치열해지는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어렵다. 노조의 현명한 변화를 기대한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03호(2017년 8월30일~9월5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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