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과 더불어 사는 세상] '달걀 살충제'보다 무서운 것

이학범 수의사(데일리벳 발행인) | 2017.09.03 06:33

‘살충제 달걀’ 사태에 전국이 큰 혼란에 빠졌다. 정부는 전국 1239개 산란계 농장에 대한 전수 조사 결과 49개 농장이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고 발표했다. 전체 유통물량의 4.3%에 해당하는 수치다. 유럽 18개 국가에서 살충제 달걀 문제가 발생한 데 이어 우리나라에서도 살충제 달걀이 발견돼 우려가 커졌다.

검출된 살충제 성분 중 닭에게 사용이 금지된 것은 피프로닐, 플루페녹수론, 에톡사졸, 피리다벤 등 4개 성분이다. 그중에서도 많은 사람이 피프로닐에 주목한다. 가장 먼저 이슈가 된 살충제 성분이기도 하고 반려동물용 외부기생충 예방약으로도 널리 쓰이는 성분이어서다.

피프로닐은 페닐피라졸 계열의 살충제로 해충의 중추신경계에 영향을 미치며 신경과 근육의 과흥분을 일으켜 살충 효과를 보인다. 피프로닐은 해충의 글루탐산 개폐성 염소 채널과 GABA 개폐성 염소 채널을 막는다. 글루탐산과 GABA는 대표적인 중추신경계 작용 아미노산 신경전달물질이다.

그런데 재밌는 점은 이 피프로닐 성분이 사람, 개, 고양이 등 포유류에게는 해충보다 영향이 적다는 점이다. 피프로닐 성분이 영향을 미치는 2개 채널 중 글루타메이트 관련 채널은 포유류에 아예 없으며 GABA관련 채널의 경우에도 피프로닐은 포유류의 GABA 수용체보다 해충의 GABA 수용체에 더 친화력을 보인다.

대한의사협회도 최근 “계란 섭취로 인한 (사람의) 급성독성 문제는 크게 우려할 수준이 아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반려동물은 어떨까? 개와 고양이의 진드기 및 벼룩 예방을 위해 사용하는 구충제 중 많은 제품의 주성분이 피프로닐이다. 이번 살충제 달걀 사태 이후 반려동물에게 피프로닐 제품을 발라줘도 될지 걱정하는 사람이 많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물론 주의사항은 잘 지켜야 한다.

반려동물용 피프로닐 제품은 농작물용 살충제와 제형은 물론 사용법과 포장까지 완전히 다르다. 개와 고양이뿐만 아니라 사용자에 대한 안전성 심사를 거친 후 공급된다. 유럽은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20년 이상 판매됐지만 독성 관련 부작용은 거의 없었다.

오히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반려동물에게 진드기 예방을 해주지 않는 것이 문제다. 진드기는 반려동물에게 피부질환뿐만 아니라 아나플라스마, 에를리키아증, 바베시아증 등 심각한 감염병도 옮길 수 있다. 게다가 인수공통전염병인 라임병,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도 진드기가 매개하는 질병이다.

따라서 피프로닐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으로 진드기 예방을 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더 큰 위험이 닥칠 수 있음을 명심하자. 주의사항을 참고해 반려동물의 진드기 예방을 꼭 해주길 바란다. 또 피프로닐 성분이 포함되지 않은 진드기 예방 제품을 선택하는 방법도 있다.

반려동물용 피프로닐 제제 주의사항
- 투약부위가 마를 때까지 해당 동물을 만지지 않는다. 또 투약 받은 동물끼리 서로 핥지 않도록 조치한다.
- 어린이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 보관한다.
- 사람의 손과 신체 다른 부위에 약액이 묻지 않도록 주의한다.
- 사용 후 물과 비누로 손을 씻는다.
- 투약 중 흡연·음주 및 음식물을 먹지 않는다.
- 눈에 묻었을 경우 충분한 양의 물로 씻는다. 만약 자극이 지속되면 병원에서 진찰받는다.
- 수의사의 지시에 따라 사용한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03호(2017년 8월30일~9월5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 트위터
  • 페이스북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문자
  • URL

관련기사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