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2·3세 재벌총수 수난사의 교훈

허주열 기자 | 2017.08.16 05:55

선대 회장으로부터 경영권을 물려받은 오너 2·3세 총수들의 수난사가 이어지고 있다. 3년 전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부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대신해 국내 재계서열 1위 삼성을 이끄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2월17일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관련 뇌물공여·횡령·재산국외도피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53차례 공판을 진행하며 이 부회장 측과 치열한 법리공방을 펼친 끝에 지난 7일 징역 12년의 중형을 구형했다. 이는 재벌총수 가운데 2006년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징역 15년, 추징금 23조원) 이후 가장 무거운 구형량이다.

이 부회장의 결심공판이 열린 날 또 한명의 오너 3세 총수가 이 부회장과 비슷한 처지에 놓였다. 강정석 동아쏘시오홀딩스 회장이 720억원대 횡령, 170억원대 조세포탈, 55억원대 리베이트 제공 혐의 등으로 구속된 것. 강 회장은 동아제약 창업주인 고 강중희 회장의 손자이자 강신호 동아쏘시오홀딩스 명예회장의 4남이다.

동아쏘시오홀딩스는 동아제약, 동아에스티, 동아오츠카 등의 계열사를 거느린 지주회사로 총수가 구속된 것은 1932년 창사 이래 처음이다. 올 초 회장직에 오르며 부친을 대신해 동아쏘시오그룹을 이끈 강 회장은 불과 반년 만에 위기를 맞았다. 종근당 창업주 고 이종근 명예회장의 장남으로 1993년 회사를 물려받은 이장한 회장은 최근 운전기사에 대한 갑질 논란으로 구설에 올랐다.

IT기술의 급속한 발달로 총수의 비리는 점점 감추기 어려워지고 있다. 을에 대한 횡포도 영상, 사진, 녹음 등의 방식으로 세간에 낱낱이 공개되는 경우가 많아졌다. 무엇보다 요즘 근로자는 본인의 권리를 충분히 인지하고 과거 봉건시대의 ‘머슴’처럼 일하지 않는다.

요즘 주식회사 체제로 운영되는 기업의 총수가 5%도 채 안되는 적은 지분으로 회사의 주인인 것처럼 행사하는 게 잘못됐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많아졌다.


시대의 변화를 체감하지 못하고 구시대의 낡은 인식을 버리지 않는다면 오너 2·3세 총수가 구설에 올라 세간의 질타를 받고 나아가 사법적 처벌까지 받는 일은 앞으로 더 많아질 것이다. 이는 본인뿐 아니라 기업에게도 불행한 일이다. 오너 리스크는 임직원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주가를 요동치게 만든다.  


창업주 세대는 ‘사업보국’(사업을 통해 나라를 이롭게 한다)을 강조하며 사업의 확장과 이윤 확대에 초점을 맞췄지만 이제는 분위기가 달라졌다. 투명한 경영, 기업의 사회적 책임 강화 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시대가 빠르게 변하는데 기업경영의 정점에 있는 오너의 인식이 변하지 않는다면 도태되는 것은 한순간일 것이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01호(2017년 8월16~22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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