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광장] '재계 순위'가 빠뜨린 것

김범준 성균관대 교수 | 2017.08.08 06:14
지난달 27일과 28일 문재인 대통령과 재계 순위(자산 기준) 상위기업 대표가 함께하는 맥주 간담회가 청와대에서 열렸다. 

27일에는 자산 순위가 짝수인 현대차(2위), LG(4위), 포스코(6위), 한화(8위), 신세계(10위), 두산(12위), CJ(14위)의 대표가, 28일에는 홀수 순위인 삼성(1위), SK(3위), 롯데(5위), GS(7위), 현대중공업(9위), KT(11위), 한진(13위)의 대표가 초청됐다. 

흥미롭게도 자산 순위가 한참 아래인 오뚜기도 초청됐다. 함영준 오뚜기 회장이 초청된 이유는 자산 규모와 무관하다는 뜻이다.

자산 기준으로 기업의 순위를 매길 수도 있지만 매일 매일의 기업가치 변화까지 쉽게 알아보는 방법은 따로 있다. 바로 주식시장의 시가총액이다. 계산법도 어렵지 않다. 기업이 발행한 주식수는 이미 공개됐고 기업 주가도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다. 따라서 주식수와 주가를 곱해 시가총액을 구하면 주식시장에 상장된 해당 기업의 규모를 매일 알 수 있다.

물론 자산 규모가 크고 매출액이나 순이익도 많지만 비상장기업은 시가총액이 0원이다. 따라서 시가총액이 모든 기업의 가치를 반영할 수는 없다. 하지만 시가총액 계산은 시시각각 변하는 기업의 가치를 어림잡아 알아보기 편리한 방법이다.

몇몇 기업의 10년 전 시가총액을 현재 시가총액과 비교해 봤다. 삼성전자는 82조원에서 312조원으로 네배 가까이, 현대차는 16조원에서 33조원으로 두배가량 늘었다. 하지만 시가총액이 50조원에서 29조원으로 감소한 포스코, 34조원에서 10조원로 줄어든 현대중공업, 14조원에서 9조원으로 낮아진 KT 같은 기업도 있다.

삼성전자처럼 같은 ‘전자’ 돌림으로 끝나는 기업이지만 LG전자의 시가총액은 10년 동안 14조원에서 11조원으로 줄었다. 어제의 성공이 내일의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 가혹한 기업 생태계의 현실을 보여주는 사례다.

학생의 성적으로 순위를 매기는 방법이 꼭 하나만 있는 건 아니다. 이달 수학점수로 순위를 매기면 지난해보다 영어성적이 많이 오른 학생의 순위와 같을 이유가 없다. 자산 규모 기준으로 재계 순위를 생각하는 것은 마치 오늘 시합을 치른 농구선수 실력을 선수의 키로 측정하는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키가 크면 유리하겠지만 키 큰 사람 모두가 농구를 잘하는 것은 아니다. 과거에 농구코트를 주름잡던 선수도 시간이 지나면 예전만 못하게 된다. 아직은 키도 작고 어리지만 발전할 가능성이 큰 선수를 미리 알아보고 체계적으로 도와주는 게 더 효과적이다. 기업도 그렇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00호(2017년 8월9~15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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