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정태 게임인연대 대표 “차기 정부 게임정책, 이렇게 바뀌어야…”

정의식 기자 | 2017.03.31 17:58
25일 게임생태계 복원 정책 토론회를 진행 중인 김정태 동양대 교수. /사진제공=게임인연대

박근혜정부의 지난 4년은 게임인들에게도 암울한 시기였다. 국정농단의 주역들이 문화산업을 쥐락펴락하면서 게임산업도 많은 악영향을 받아서다. 따라서 게임업계는 차기 정부에 바라는 기대치가 높다.

지난 25일 서울 디캠프(D.CAMP)에서는 게임업계의 여러 전문가와 주요 대선캠프 정책담당자가 한자리에 모여 ‘게임생태계’에 대한 우려와 발전방향을 논의하는 <게임생태계 복원 정책 토론회(이하, 게임생태계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서 김정태 게임인연대 대표(동양대 교수), 한국대중문화예술산업총연합 최승훈 정책보좌역, 한국모바일게임협회 김현규 이사, 게임개발자연대 김환민 사무국장, 인디라!인디게임개발자모임 이득우 부대표 등 게임인들은 발제와 토론을 통해 다양한 의견을 개진했고, 문재인 캠프 황재훈 정책보좌관과 안희정 캠프 서영훈 정책보좌관 등은 업계의 목소리를 빠짐없이 캠프에 전달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토론회를 기획한 김정태 대표를 만나 게임산업의 당면 과제와 해결방안을 들어봤다.

◆이번 ‘게임생태계 토론회’를 기획하게 된 배경은

최근 국정농단을 틈타 ‘게임생태계’를 교란시키려는 세력들의 활동이 게임인들뿐만 아니라 우리 국민 전체의 눈과 귀를 어지럽히고 있다. 이런 행태에 경종을 울리기 위한 것이 첫 번째다. 유력 대선주자의 캠프에 일찌감치부터 ‘게임계 오피니언 리더’라며 줄을 대는 인사가 있는가 하면, 게임산업에 대한 이해가 거의 없는 이들이 ‘게임산업 전문가’를 자처하며 언론플레이를 한다. 이러다 자칫 게임업계에 또다른 재앙이 다가올까 우려스럽다.

◆언제부터 게임생태계가 교란되었다고 보는가

2000년대 초반, 대한민국 온라인게임의 위상은 세계 정상급이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게임생태계는 상생과 상호존중의 문화가 있었지만, 2000년대 중반 ‘아케이드게임 사태(바다이야기)’라는 시련을 겪은 이후 기형적인 행태로 교란되기 시작했다.

2004년부터 ‘수면권 보장’이라는 명분 아래 불거져 나온 ‘게임셧다운제’ 이후 하늘 높았던 ‘온라인게임 종주국’의 위상이 추락하기 시작했다. 셧다운제가 2011년 11월 국회를 통과하자 세계 각국에서 ‘신데렐라법’이라며 조롱했다. 게임계의 지속적인 반발에도 2014년 4월 셧다운제 합헌 결정이 내려졌고, 현재도 이 법안은 게임생태계에 멍에처럼 버티고 있다.

이후 소위 잘나가는 게임사들이 몸집을 키우며 ‘게임대기업’의 등장이 본격화됐다. 동시에 허리를 담당해주던 ‘중견기업’들이 도태되면서 양극화가 심화되고 게임생태계가 극심히 교란되고 있다.

25일 게임생태계 복원 정책 토론회 전경. /사진제공=게임인연대
◆최근의 게임생태계 교란 사례가 있는가

한국콘텐츠진흥원(이하 콘진원), 게임물관리위원회(이하 게임위) 같은 게임관련 정부산하기관이 대표적 사례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기관으로 게임관련산업의 정책실무를 담당하는 콘진원의 수장 송성각씨는 현재 국정농단의 주역 중 한명으로 구속수감된 상태다. 후임도 아직 임명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올바른 게임산업 정책이 제대로 입안하고 집행되기 어렵다. 송씨와 직간접적으로 이해관계에 있는 자들이 그 조직 내외에 남아 암약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문체부 산하 직속기관인 게임물관리위원회도 문제다. 게임위 위원장 여명숙씨는 공개적인 게임계 행사에서 “게임의 물을 관리하겠다”고 공언하고 다녔다. ‘게임의 물 관리’라는 말은 게임사에겐 엄청난 부담으로 느껴질 수 있다. 참고로 여명숙씨는 최순실 일당의 권세가 하늘을 찌를 당시 게임위에 임명되었으며, 게임위 임원의 임명절차와 관련해 국정감사에서 낙하산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런데 이 게임위가 최근 ‘게임의 흑역사’를 새로 쓰겠다며 국회의원들을 동원해 토론회를 수차례 개최해 게임인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고 있다. 그간 게임위가 대기업이나 아케이드게임업계의 입장을 대변하는 듯한 행보와 토론회를 이어가는 동안 중소게임사들과 게임개발자들은 눈치를 보며 순응할 수 밖에 없었다. 게임생태계 전반에 득이 되는 정책 연구에 박차를 가해도 부족한 상황에 비싼 세금을 들여 ‘게임위 캐릭터’를 개발, 공개한 것도 우스운 얘기다.

◆게임인연대가 주장하는 게임생태계 복원정책은 무엇인가

기본적인 골격은 게임인들 스스로 자존감을 높일 수 있는 게임생태계 내부 자정운동을 우선적으로 전개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치인과 일부 공무원들에게만 기댈 것이 아니라 우리 ‘게임인’ 스스로 게임생태계를 혁신해야 한다.

그러려면 게임인들 사이에 왕성한 소통이 필요하다. 게임계는 다른 산업계와 달리 게임인들 간의 소통이 거의 없는 편이다. 따라서 게임생태계를 구성하는 학계, 산업계, 정·관계, 학생, 게임사용자 등의 왕성한 의견 수렴과 발전적 토론을 통해 건강한 ‘인재풀’을 형성해야 한다.

이를 위해 가칭 ‘게임생태계 위원회’를 조직해 전반적인 모니터링과 검증을 수행해야 한다. 각계의 게임인들이 어떤 형태로든 참여해 정부산하 게임 관련기관의 인사들을 직접 검증하고 낙하산 인사들을 원천 차단해야 한다. 현행 정부산하 게임 관련 기관장들의 검증도 당연히 포함해야 하고, 차기 정권의 정부산하 게임관련 기관장들의 인사검증에 게임인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게임인 검증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게임생태계 복원 정책 토론회에 참석한 게임인들. (왼쪽부터)이득우 인디라!인디게임개발자모임 부대표, 김환민 게임개발자연대 사무국장, 김정태 동양대 교수, 최승훈 한국대중문화예술산업총연합 정책보좌역, 김현규 한국모바일게임협회 이사. /사진제공=게임인연대
◆게임 중복규제와 자율심의 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하는가

2004년 게임셧다운제 발의에 이어 2010년대에 들어서도 게임중독법, 게임세금징수법 등 게임을 중독물질로 보고 강제하려는 법들이 지속적으로 발의돼왔다. 셧다운제는 유명무실한 상황이지만, 언제든 틈만 나면 꿈틀대고 발의될 수 있는 ‘게임중독’ 프레임을 완전히 소멸시킬 수 있는 묘수가 필요하다.

게임물에 대한 ‘자율심의’는 일부 이해당사자(비전문가, 대기업, 아케이드업계 등) 주도하에 주먹구구식으로 추진되는 것 같아 우려의 목소리가 많다. 자칫 아케이드게임사태의 전철을 밟게 되면 또 한번 게임생태계가 심하게 교란되고 게임산업 자체가 위기에 빠질 수 있다. 건강한 게임생태계 발전을 위해서는 게임인들의 적극 참여하에 ‘자율심의’와 ‘확률형아이템’ 등의 문제에 대한 해법을 도출해야만 한다.

◆토론회에서 ‘게임산업진흥원’을 부활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는데


그렇다. 이 사안에 대해 일부 우려의 목소리가 있는 것도 안다. 중요한 건 게임인들이 납득할 만한 인사들이 게임정책을 입안 및 집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필요하다면 대통령 또는 총리 직속 기관으로 격상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확한 ‘게임업무담당 주무부처’ 또는 ‘게임발전전담기구’를 게임인 주도로 만들자는 얘기다. 이름은 ‘게임산업진흥원’도 ‘게임산업부’도 ‘게임위원회'도 될 수 있다. 뭐가 되든 지금까지처럼 비전문가가 게임정책을 만들고 집행하게 두면 안된다.

현재 문체부가 게임산업을 관할하는 상황에서 최선책은 콘진원에서 게임을 완전히 독립시켜 게임전담기구를 신설하는 방법이라고 본다. 콘진원에서 게임을 분리할 수 없다면, 최소한 걸맞는 인력과 자금을 지원받아 지위가 격상돼야 한다. 현재처럼 문체부, 미래부, 여가부, 복지부 등 분산된 정부 부처의 정책 집행은 한계가 뚜렷하다. 게임산업 지원은 물론 게임심의업무까지 총괄하는 강력한 ‘게임발전기구’를 중심으로 게임을 차세대 먹거리로 육성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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