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포커S] 창조경제혁신센터 2년, '동물원 vs 과수원'

진현진 기자 | 2016.10.14 05:42
창조경제혁신센터가 도마 위에 올랐다. 논란은 안철수 국민의당 전 공동대표의 발언에서 시작됐다. 안 전 대표는 올해 초 독일에서 열린 ‘국제가전전시회(IFA) 2016’에서 정부가 만든 창조경제혁신센터를 “국가 공인 동물원 구조를 만든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창조경제혁신센터와 연결된 대기업이 중소기업에 독점계약을 요구하는 구조 때문에 중소기업이 제대로 크지 못한다는 것. 그러나 안 전 대표의 의견에 대한 반발도 만만치 않다. 창조경제를 실현할 거점으로 출범한 창조경제혁신센터는 논란을 딛고 순항할 수 있을까. 

/사진=이미지투데이


◆동물원 vs 과수원, ‘갑론을박’

창조경제혁신센터는 스타트업을 양성하기 위해 정부와 지자체, 대기업이 합심해 만든 ‘스타트업 요람’이다. 현재 17개 센터가 대구, 대전, 강원, 인천 등 전국 각지에 퍼져있고 삼성, 포스코, CJ, 네이버 등이 각 센터를 전담해 운영한다. 대기업이 각 센터를 맡아 기발한 아이디어를 투자로 연결시켜 사업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동시에 지역경제 활성화도 꾀한다.

그러나 2014년 창조경제혁신센터 설립 이후 센터를 둘러싼 잡음은 끊이지 않았다. ‘창조경제’라는 개념이 잡히지 않은 상태에서 출범해 실효성 논란이 제기됐고 해를 거듭하면서 늘어나는 창조경제 예산이 ‘눈먼 돈’이라는 비판도 많았다. 실제 2014년 7조1110억원이었던 창조경제 예산은 지난해 8조3272억원으로 늘었났다.

이러한 상황에서 안 전 대표가 “창조경제혁신센터가 동물원 구조를 깰 수 있는 기회였는데 전국에 17개 센터를 두고 대기업에 하나씩 독점권한을 주면서 결과적으로 국가 공인 동물원을 만들어준 꼴이 됐다”는 발언으로 논란에 불씨를 지폈다.

안 전 대표의 발언에 대해 전국 창조경제혁신센터장과 새누리당은 즉각 반박하고 나섰다. 송희경 새누리당 의원은 “창조경제혁신센터는 동물원이 아니라 마을과 지역, 대한민국을 풍족하게 해 줄 과수원”이라고 정면 대응했고 창조경제혁신센터협의회는 성명을 내고 안 전 대표와의 면담을 촉구했지만 불발됐다.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2016년 5월 기준으로 전국 창조경제혁신센터는 2357개 창업·중소기업을 지원하고 2363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2만2013건의 원스톱 서비스와 7044건의 시제품 제작을 지원해 실질적 성과를 거뒀다는 주장이다.

안 전 대표의 ‘동물원’ 발언에 대해서도 해명자료를 냈다. “대기업의 울타리 속에 놓이는 것이 아니며, 오히려 대기업 매칭지원을 통해 대기업이 가진 노하우와 기반, 네트워크를 중소기업에 제공해 그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고 밝혔다. 센터를 통해 대기업에서 스타트업으로 투자가 이뤄진다는 것. 대기업의 지원이 대기업과의 독점계약 형태는 아니라는 설명이다.

◆스타트업업계도 실효성 엇갈려


스타트업업계에서도 창조경제혁신센터를 둘러싼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업계로 흘러들어오는 예산이 증가해 숨통이 트이지 않겠냐는 의견과 반면 스타트업의 정체성을 살릴 수 없는 ‘보여주기식 성과’를 요구할 뿐이라는 주장이 엇갈린다.

창조경제혁신센터에 입주한 한 스타트업 대표 A씨는 “안철수 전 대표의 ‘창조경제혁신센터는 동물원’ 발언에 전적으로 공감한다”고 말했다. A씨는 “창조경제혁신센터는 신생 스타트업에게 매출을 강요한다”며 “입주계약기간인 6개월 안에 가시적인 매출성과를 내지 않으면 재계약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창조경제혁신센터는 스타트업의 입주신청을 받아 6개월간 공용사무실을 제공한다. 첫 계약기간이 끝나면 6개월씩 연장, 최대 2년간 공용사무실을 이용할 수 있다. 매월 국내외 매출과 투자유치, 융자금, 채용내역에 대해 현황조사를 실시하고 스타트업에 대한 평가를 매긴다. 이에 대해 업계 한 관계자는 “6개월 만에 성과를 내는 스타트업이 몇개나 있겠냐”며 “최소 3~4년은 지켜봐야 하는 게 중소기업의 생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더불어 센터에서 진행하는 멘토링에 대해서도 볼멘소리가 터져 나온다. 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각계 전문가를 투입해 멘토링을 진행한다고 하지만 멘토링의 결론은 사업을 키워서 대기업에 인수합병하는 게 가장 좋은 시나리오라고 조언한다는 것. 이 때문에 멘토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스타트업이 많지 않다는 후문이다.

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IR 상담을 받았다는 B씨는 “센터의 심사위원이 선호하는 분야가 아니면 정부가 지원하는 IR은 무조건 안된다고 말한다”며 “전문VC(벤처캐피탈)와는 다른 의견을 제시하는 경우가 많아 센터 멘토링을 찾지 않게 된다”고 솔직한 심경을 밝혔다.

반면 창조경제혁신센터를 통해 국내외시장을 두드릴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났다는 의견도 있다. 창조경제혁신센터에 입주한 또 다른 스타트업 대표 C씨는 “센터를 통해 국내 스타트업이 해외 바이어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된다”면서 “또 다른 기회를 접하는 것”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이러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창조경제혁신센터는 지난 4일 출범 2년을 맞아 연간 보육기업 규모를 두배 이상 늘리고 창업지원 기능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서울혁신센터의 경우 연간 보육기업을 기존 50개에서 150개로 확대하고 ‘홍합밸리’(홍대·합정+실리콘밸리) 같은 특화센터를 지정해 시너지 효과를 노린다는 계획이다. 경기혁신센터와 대구혁신센터 등도 보육기업을 확대하고 가상현실·증강현실 등의 분야를 강화해 ‘원스톱’ 해외수출을 지원한다.

이에 대해 윤문용 녹색소비자연대 ICT정책국장은 “창조경제혁신센터의 가장 큰 문제점은 전국에 센터와 유사한 기능을 하던 다수의 기관과 차이점이 없다는 것”이라면서 “정부차원에서 홍보했지만 겉모습만 변했을 뿐 기존의 문제를 그대로 안고 있다. 대단한 변화가 있는 게 아니어서 스타트업 인큐베이팅의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기 쉽지 않은 구조”라고 지적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5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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