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똑똑보험] 10년 전 가입한 실손, 바꾸라는 설계사 왜?

김정훈 기자2020.02.11 05:21
#.직장인 류모씨(40)는 최근 설계사로부터 실손보험 갈아타기를 권유받았다. 올해 실손보험료 조정이 이뤄져 구실손(2009년 이전 가입)보험료가 인상된다는 이유에서다. 류씨는 "설계사가 신실손(2017년 4월 출시)보험료가 인하되니 갈아타라고 권유했다"며 "10년 이상 가입한 상품인데 괜히 갈아타고 손해를 보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정부는 올 1분기 실손보험료 조정을 예고했다. 보험사 실손보험 손해율이 치솟으며 보험료 조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해서다. 단, 출시기간별 상품 종류에 따라 실손보험료 조정에는 차이가 있을 예정이다. 기존 실손 가입자들은 설계사들의 권유에 보험을 갈아타야 할지 고민이 깊어진다. 


기사 이미지
2017년 4월 이전 판매된 실손보험 보험료가 인상될 조짐이다. 이에 보험사들은 설계사들에게 기존 구실손 가입자들에게 신실손 가입을 권유하고 있다./사진=이미지투데이


◆보험사 "구실손, 신실손으로 바꿔라" 주문


금융당국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해 보험사들은 2017년 4월 이전에 판매한 실손보험의 보험료를 9% 남짓 올리는 대신 신실손보험(2017년 4월 이후 판매한 ‘착한 실손’)의 보험료를 그만큼 낮출 것으로 알려졌다.

실손보험은 판매시기, 담보구성에 따라 총 3가지 종류가 존재한다. 먼저 2009년 10월 이전 판매한 ‘표준화 이전 실손’, 2009년 10월~2017년 3월 팔린 ‘표준화 실손’, 2017년 4월 이후 판매한 ‘착한 실손’ 등이다. 쉽게 말해 착한 실손(신실손)이 등장한 2017년 4월 이전 판매된 실손 중 2009년 10월 이전 판매된 보험이 구실손보험, 2017년 3월까지 팔린 실손이 표준화 실손보험으로 볼 수 있다.

현재 3400만명 가입자를 자랑하는 실손보험의 경우 구실손+표준화실손 가입자가 전체 90%를 차지하고 있다. 2018년 6월 말 기준 실손보험 계약 건수 3396만건 중 구 실손이 1005만건, 표준화 실손 2140만건, 착한 실손은 237만건 수준이다.

지난해 보험사 실손보험 손해율은 최고 130%까지 상승했다. 보험사들은 실손보험료를 올려 손해율을 낮춰야 한다고 당국에 요청했다. 이에 금융당국은 보험료를 구실손은 인상, 신실손은 인하하는 방법으로 갈아타기를 유도해 보험사 손해율을 낮춰주겠다는 방침이다.

보험사들도 설계사들에게 영업현장에서 갈아타기를 적극적으로 행하도록 주문하고 있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손해율이 높은 구실손 가입률을 줄이는 것이 중요해서다. 설계사는 신계약 유치로 더 높은 수수료를 챙길 수 있다.

◆병원 자주 안가면, 신실손이 낫다?

하지만 보험료가 인하된다고 무조건 구실손에서 신실손으로 갈아타는 것은 위험하다는 지적이다.

신실손은 2017년 4월, 판매를 시작한 상품으로 기본 실손보험 보장항목이던 도수치료, 비급여주사제, 비급여 자기공명영상(MRI) 촬영 등을 특약으로 분리했다. 이에 보험료를 기존 실손보험보다 약 35% 낮췄다.(기본형만 가입 시)

기존 실손보험료가 2만원 수준이라면 착한 실손은 1만4000원에 가입이 가능하다. 이에 보험이름에 '착한'이 붙은 것이다.

하지만 보장 내용이 구실손에 비해서 줄었다. 우선 특약의 연간 보장한도와 횟수가 제한됐다.

비급여항목은 기존 회당 최대 30만원, 연간 누적 180회까지 보장됐지만 지금은 도수치료가 350만원, 비급여주사는 250만원, MRI는 300만원으로 각각 한도금액이 설정됐다. 보장횟수도 50회로 제한됐다. 실손보험 가입의 주된 목적인 비급여진료를 받을 경우 기존상품 대비 가입자 본인이 부담하는 비용이 더 늘어난 셈이다.

현재 구실손의 경우 도수치료, 비급여MRI, 비급여 주사제 등 3가지 진료행위까지 포괄적으로 보장한다. 평소 비급여치료 수요가 많은 가입자 입장에서는 굳이 신실손으로 갈아탈 이유가 없는 셈이다.

또한 구실손은 자기부담금이 전혀 없다. 2014년 표준화실손 가입자도 치료비 90%를 보장받지만, 신실손은 입원, 통원이든 70%만 보장받는다. 만약 병원 이용이 많은 가입자라면 굳이 구실손에서 신실손으로 갈아탈 동기가 적은 것이다.


기사 이미지
사진=뉴스1DB


반면 병원 이용이 적은 젊은층 가입자의 경우 구실손을 유지할 필요가 없을 수 있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실손보험 가입자 중 보험금을 한 번도 탄 적이 없는 사람이 40%에 달했다. 또한 가입자 중 10% 정도가 전체 보험금의 70%를 가져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병원 이용률이 높은 구실손+표준화실손 가입자가 대부분의 보험금을 가져가고 있는 셈이다.  

현재 구실손을 가입한 2030세대의 경우 10여년 전 부모님이 설계사를 통해 대신 가입했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20~30대의 경우 상대적으로 중·고령층보다 병원 이용이 적어 굳이 고액의 보험료를 부담하며 상품을 유지할 필요가 없다는 지적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개인별로 상황은 다르겠지만 병원 이용률이 적다면 굳이 보험료가 높은 구실손을 유지할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당국은 치솟는 실손보험 손해율을 해결할 장기적인 대안으로 실손 차등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보험금을 많이 청구한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보험료를 적게 부담하는 식이다. 


김정훈 기자

안녕하세요. <머니S> 김정훈입니다.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상단으로 가기
하단 띠배너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