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부동산

[누가 부동산을 움직이나] 서울 도심에 빌라 수십채 가진 A씨 직업은…

김노향 기자2020.02.08 04:30
대한민국 전체가 부동산에 미쳐있다. ‘광풍’이란 표현을 이미 넘어섰다. 소문난 강사가 강연하는 부동산 투자 설명회에 엄마 손을 잡고 지방에서 KTX로 상경한 초등학생은 “트럼프보다 돈 많은 부동산 재벌이 되고 싶은데 지금 당장 뭘 해야 하냐”고 질문했다. 직장 동료들끼리 만나도, 가족들이 1년에 한두번 모이는 명절에도, 동네 커피숍에서도, 학부모 모임에도 모두가 부동산 얘기다. “누구는 몇년 만에 몇억원을 벌었네” 하는 말들 뿐이다. 직장생활을 갓 시작한 20대가 수십억원짜리 서울 강남 아파트를 현금으로 사들이고 미성년자가 집 몇채를 소유하고 집을 사고팔아 시세차익을 남기는 이들이 추앙받는다. 하지만 이면에는 높아진 전세금을 감당못해 더 좁고 낡은 집을 찾는 무주택자들이 절반에 달한다. ‘신화’로까지 불리는 부동산 성공담은 언제까지 쓰여질까. 이런 대한민국 부동산을 움직이는 이들은 누구인가.<편집자주>

[주말리뷰] 공인중개사 매점매석 수수방관하는 당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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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는 직접 건물을 짓거나 매매에 나서며 중개 수수료보다 훨씬 많은 수입을 올리는 공인중개사가 많다. /사진=뉴스1
#. 서울시내에서 30년 넘게 공인중개사를 한 김모씨(60)는 부동산 갑부다. 서울에서 땅값이 가장 비싼 곳에 여러채의 빌라를 소유하고 있고 일부는 아파트로 개발돼 조합원 지위도 보유했다. 아파트가 준공되면 결혼한 자녀들에게 하나씩 나눠줄 계획이다.

직접 건물을 짓거나 매매에 나서며 중개 수수료보다 훨씬 많은 수입을 올리는 공인중개사가 많아졌다. 자격증 취득과 함께 개업이 늘면서 부동산 공인중개시장은 포화상태다. 중개수수료에 의존해선 먹고살기 힘들어지자 공인중개사들은 직접 매매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문제는 이들이 불필요한 매매거래를 부추겨 부동산가격을 좌지우지하고 실제 ‘집’이 필요한 실수요자의 주거비용 부담을 늘리고 있다는 점이다. 미분양 아파트 증가나 공급과잉이 심각한 지역에 새 아파트를 지을 때마다 공인중개사들이 소위 ‘떴다방’이나 ‘떼분양’을 하는 일은 이미 업계에 공공연하게 알려진 사실이다.

◆공인중개사 매매 문제없나

개업 공인중개사는 전국 10만6504명으로 포화상태다. 정부의 부동산규제 영향으로 거래량이 줄고 상시 단속과 처벌 등에 따른 영업 위축이 공인중개시장의 침체를 가중시킨다는 지적이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서울 공인중개사사무소 폐업수는 441개로 같은 기간 개업수 419개보다 많다. 서울에서 공인중개사 폐업이 개업보다 많은 것은 지난해 6월과 12월 두차례다. 부산·울산·충북·충남·전북·전남·경북·경남 등 부동산경기가 침체된 지방도 지난해 공인중개사 폐업이 개업보다 많았다. 울산·경북·경남은 2년 연속 폐업수가 개업수를 넘었다.

일부는 중개수수료의 한계 때문에 투기나 불법거래를 부추기는 ‘떴다방’ 내지 ‘떼분양’ 등의 불법적인 매매도 서슴지 않는다. 지난해 말 충북 청주에선 새 아파트 무순위청약 현장에 떴다방이 기승을 부려 당국이 단속에 나선 바 있다. 지자체는 떴다방을 운영한 공인중개사 2명을 적발해 경찰에 고발했다.

무순위청약은 미분양 아파트가 발생했을 때 청약통장이 없고 주택수나 소득 등 청약자격을 갖추지 않아도 분양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공인중개사들의 먹잇감이 된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서울에서 중개수수료로 돈 벌기 힘든 젊은 공인중개사들이 수도권 비규제지역이나 지방에 떴다방을 차려 돈을 벌고 다른 지역으로 옮겨가는 일종의 ‘메뚜기’를 뛰는 것이다. 전매제한이 없거나 짧아서 가능한 일이다.

미분양 지역에선 이른바 ‘떼분양’도 기승을 부린다. 분양대행사 등이 수십에서 수백명의 영업사원을 투입해 주변 지인이나 때로는 무작위로 마케팅 전화를 돌려 호객하는 행위다. 전매제한 규제가 약한 지방 분양시장에서는 떼분양을 이용해 계약률을 높이는 사례가 손쉽게 이용된다. 분양가의 10%만 내도 계약이 가능하고 전매제한기간이 지나면 중도금대출없이 ‘프리미엄’을 받고 되팔 수 있다는 말로 수요자들을 현혹시킨다.

문제는 전매제한 해제 후 매물이 한꺼번에 쏟아지면 아파트가격이 하락해 결국 실수요를 위해 분양받은 선의의 피해자가 생길 수 있다. 한 공인중개사는 “2~3년 후엔 두배가 된다거나 계약금을 대신 내준다는 말로 현혹해 투자를 끌어들인다”고 말했다.

정부도 이런 문제점을 인지해 단속 강화에 나선 바 있다. 부동산가격이 급등한 2018년 청약제도를 개편, 미계약분의 인터넷청약을 의무화했다. 다만 서울과 일부 수도권, 세종 등 조정대상지역에 한정해 지방은 여전히 규제 사각지대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미분양이 예상되는 현장은 분양 전 수백명의 떼분양 조직을 세팅하는 경우가 많다”고 귀띔했다.

◆“법망 피한 매점매석 가능해”

공인중개사들의 이런 부동산 독점행위는 불법적인 소지가 많다. 현행 ‘공인중개사법’ 33조1항1호에 따르면 중개대상물의 매매를 업으로 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33조1항6호에는 중개의뢰인과 직접 거래하거나 거래당사자 양쪽을 대리하는 행위도 금지토록 한다. 다만 불법인지 아닌지는 당국도 모호한 부분이 있다는 설명이다.

유혜령 국토교통부 부동산산업과장은 “공인중개사 매매가 자유업이어서 업으로 했느냐는 부분에 대해 이견이 있을 수 있다”며 “얼마나 자주했느냐가 관건일 텐데 시세차익을 상습적으로 취득했다면 불법이 맞다”고 지적했다. 그는 “의뢰인의 대상물을 직접 사는 것 역시 불법과 합법의 경계에 있는데 옆 사무실에 등록된 물건을 사는 경우 불법이 아니기 때문에 법의 허점을 교묘히 피한 것으로 보인다”며 “여러 공인중개사사무소에 중복 등록되는 물건이 많아 직접 의뢰 받은 물건이 아니라고 주장하면 사실을 확인할 방법이 없다”고 덧붙였다.

공인중개사들의 불법적인 거래는 부동산가격만 교란시키는 것이 아니다. 불법건축물을 짓고 임대해 비정상적인 시장을 형성하기도 한다. 서울 강남엔 골목골목 불법건축물을 철거해달라는 현수막이 즐비하다. 근린생활시설을 짓고 원룸으로 임대하거나 불법증축을 해 옥탑방을 만들어서 몸을 절반으로 숙여야 계단을 오를 수 있게 만들어진 빌라를 흔히 볼 수 있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불법 용도변경이나 증축으로 피해를 입는 건 대부분 세입자들”이라며 “대출을 받을 수 없고 보증금을 떼여도 법적으로 보호받을 장치가 없는데 집주인이 미리 세입자들에게 주의를 줘 단속을 나가도 숨어서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노향 기자

안녕하세요. 머니S 산업2팀 김노향 기자입니다. 부동산·건설과 관련한 많은 제보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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