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사회

[이건희칼럼] 아파트, 투자가치냐 입지특성이냐

이건희 재테크 칼럼니스트2020.02.04 13:20

아파트를 매입할 때 투자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냐 입지특성을 더 중요하게 여기냐에 고민하는 상황에 부닥친다. 투자가치와 입지특성이 비례한다면 고민할 필요가 없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고 둘 다 마음에 든다면 더욱 좋지만 매매가격이 그만큼 높아지게 되므로 제한된 자금으로 매입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문제가 된다. 이런 경우 과거 사례로 볼 때 아파트시장의 동향에 따라 사정은 달라진다.

서울 아파트 가격은 최근에 큰 폭 상승했지만 과거 몇차례 침체기를 겪었다. 2008년 이후로는 2013년까지 5~6년이나 침체기가 이어졌다. 흥미로운 사실은 그 기간에 6대 광역시와 지방 일부 도시에서는 아파트시장이 호황을 보이며 상승했다는 점이다. 침체기를 겪던 서울 아파트시장은 2014년부터 서서히 회복되기 시작해 최근 2~3년동안 상승속도가 빨라진 것이다. 

기사 이미지
서울 서초구 전경 / 사진=이미지투데이
강남3구 아파트들도 실질적으로 항상 상승기는 아니었다. 이를테면 강남구에서 최고의 교육환경으로 인기 지역인 대치동의 개포우성1차(102m2) 아파트는 2006년 11월에 15억5000만원에서 2013년에 12억원까지 떨어졌다가 2016년 9월이 돼서야 10년전 시세를 회복했고 이후 상승속도가 빨라져 지난해 말 26억원을 넘어섰다. 13년간 약 70% 상승해 연평균 상승률은 4% 정도다.

◆투자대상으로 떠오른 아파트

서초구 교대역앞 2390가구 대단지로 법원과 검찰청이 인접해 법조인 등 상류층 인사가 많이 거주하는 삼풍아파트(102m2)는 2006년 11월 11억5000만원에서 2012년 8월 8억2000만원까지 하락했다가 2016년 4월에 2009년 고점을 회복했다. 이후 상승 폭이 커져 지난 연말 20억원에 도달했다. 13년간 74% 상승해 연평균 상승률은 4.3%다.

같은 기간 블루칩 삼성전자 주가는 3배로 올라서 평균상승률이 강남권 블루칩 아파트의 2배에 달한다. 상승률을 보고 투기 여부를 결정한다면 삼성전자야말로 적극적 투기 대상이다.

최근 몇년간 서울에서는 매매가격이 크게 오름에 따라 아파트를 투자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시세변화는 양방향으로 나타나는 것이므로 시세가 하락 조정할 것으로 예상해 행동하는 것도 투자행위에 해당한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이 조정기였던 2009년부터 2016년까지 수년 동안 전세가격은 계속 올라서 2015년, 2016년에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이 70%에 달했으며 80%인 아파트도 꽤 많았다.

이 시기에는 전세로 살던 사람이 보증금을 빼면서 현금은 거의 보태지 않고 대출을 20~30%만 받아도 충분히 아파타를 구입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입하지 않은 이유는 매매가격이 오르지 않을 거라 보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전세보증금은 별로 오르지 않아 다행이었지만 2017년, 2018년에 매매가격이 크게 오름으로써 속이 편치 않았다. 아파트를 거주대상으로만 보지 않고 투자대상으로도 보았기 때문에 시세하락을 예상하면서 구입하지 않고 전세로 살았던 결과다.

아파트를 투자의 대상으로 보던 분위기에 최근 균열 조짐이 나타났다. 부동산 규제가 강화되면서 매수세가 위축되고 재건축단지를 중심으로 급매물이 나오고 있어서다. 12·16부동산대책 발표 이후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대폭 줄었다. 계약일 기준으로 작년 12월17일부터 지난 1월12일까지 국토교통부에 실거래 신고된 서울 아파트의 실거래 건수는 직전 같은 기간에 비해 81%나 감소했다.

현재 서울 아파트 중위 가격인 9억원을 초과하는 아파트 보유자는 1월20일부터 전세보증금 대출이 금지된다. 또한 구입 시에는 자금조달계획서와 최대 15종류의 자금 관련 증빙서류를 제출해야 해 사실상 ‘주택거래허가제’와 비슷한 효과가 나타나고 매도시에는 양도세 부담이 커 팔지도 못하는 거래실종 현상이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실수요로 변해가는 중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아파트 실거주 수요가 많다. 통계청의 ’2018년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아파트에 거주하는 가구수는 전체 가구의 50.1%밖에 안 되며, 특히 서울에서는 아파트 거주 가구 비율이 42.2%에 불과하다. 사람들이 계속 돈을 모으는 동안 아파트시장이 조정을 이어간다면 무주택자 중 아파트 매입이 가능한 사람이 늘어나고 이미 아파트에 거주하는 경우에도 주거의 질이 더 높은 아파트로 옮겨갈 수 있게 된다. 따라서 단기적인 움직임과는 별개로 장기적으로는 물가상승에 따른 돈 가치 하락 및 수요공급의 원리에 따라 가격이 올라가는 것이 자연스런 이치다. 

기사 이미지
세빛섬 / 사진=이미지투데이
사적 토지소유를 인정하지 않고 토지공유제를 실시하는 공산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에서도 대도시 아파트 가격은 서울에 버금간다. 부동산 규제가 강력한 상하이의 집값이 강남 집값과 비슷하다. 한강 조망권이 있는 아파트가 비싸듯이 황푸강을 조망할 수 있는 고급아파트 탕천이핀은 3.3m2당 1억원을 오르내린다. 중국 1인당 국민소득이 한국의 3분의 1밖에 안 되는 것을 감안하면 한국보다 훨씬 비싼 셈이다. 어느 국가에서나 입지의 중요성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뉴욕의 맨해튼, 런던의 첼시 지역, 서울의 강남권이 같은 도시 안에서도 특히 더 높은 가격을 형성하는 이유는 입지 때문이다. 부동산시장이 전체적으로 오르면서도 내리는 곳이 있고, 전체적으로는 내리면서도 오르는 곳이 나타나는 이유는 입지가 다르기 때문이다. 부동산(不動産)은 단어가 의미하듯이 움직이지 않는 자산이기 때문에 일단 입지를 확보하면 바꿀 수 없어 입지는 불변의 가치다. 

◆입지 특성이 강조되는 추세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 시기에는 사람들이 구입할 때 투자가치를 중요하게 여기지만 하락조정 시기에는 입지 특성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 이런 사실은 주택산업연구원에서 서울 및 수도권의 신규분양 주택을 구입한 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수록한 ‘주택구입 결정요인 분석’에서 확인된다. 부동산 시장이 과열양상을 나타내면서 크게 오르던 시기인 2005년 12월 보고서에는 주택 구입 결정 시 상위요인 중요도 1위가 투자가치(29.6%)였고 그다음이 입지특성(23.3%), 브랜드(16.4%), 주택특성(15.9%), 단지특성(14.8%) 이었다.

가구주 연령대는 미래가 창창한 30대 이하에서 투자가치(31.3%), 입지특성(22.2%)으로 나타나서 젊을수록 투자가치를 더욱 중요시 여겼다. 반면에 60대 이상은 입지특성(32.1%)과 투자가치(23.7%) 순서가 바뀌어 나이가 많으면 실거주 여건을 투자가치보다 중요시 여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반면에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조정기였던 2011년 9월에는 전체 순위가 입지특성(28.0%), 투자가치(21.5%), 주택특성(17.5%), 브랜드(16.9%), 단지특성(16.1%)으로 나타났다. 투자의 관점에서 실거주의 관점으로 옮겨가면서 입지특성을 중요시 여기는 비율이 늘어나 1위가 됐다. 

또한 부동산114에서 발표한 결과도 아파트시장 동향에 따라 비슷하게 나타났다. 서울 아파트시장이 활황을 보이며 상승기를 이어가던 2007년 상반기에 수도권에 거주하는 분양 실수요자를 대상으로 아파트 선호요인을 조사한 결과 투자가치가 1위를 차지했었다. 2008년에는 2위로 한단계 내려왔다. 그러다 서울 아파트시장이 완연한 조정기에 들어선 2009년 조사결과에서는 아파트 선호요인에 투자가치는 5위로 주저앉고 입지특성에 해당하는 여러 조건들이 더 높은 점수를 받았다. 시세 움직임의 둔화에 따라 아파트를 선택하는 요인에 변화가 나타난 것이다.

여전히 조정기를 이어가던 2011년 상반기에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2009년과 마찬가지 결과가 나타났다. 2013년에 마크로밀엠브레인이 7세 이상 자녀를 둔 서울과 신도시 부모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서도 거주지를 고르는 데 향후 투자가치보다는 교통편의, 교육여건, 생활편의, 주변 녹지환경 등 입지특성을 더 중요시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제 2020년에 아파트 시세 움직임이 둔화된다면 투자가치에 따라 아파트를 선택하는 것에서 입지특성에 초점을 맞추는 것으로 변화가 나타나리라 예상된다. 올해 아파트를 구입하려 한다면 입지특성 중 어떤 것이 내 가족에 중요할지 생각해 두는 것이 좋겠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30호(2020년 2월4~10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이건희 재테크 칼럼니스트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관련기사 보기

오늘의 주요 뉴스에요

정치/사회 한줄뉴스

상단으로 가기
하단 띠배너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