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고삐 풀린 배출권 거래가격, 대체 왜?

이한듬 기자2020.01.14 06:31
1톤당 거래가격 4만원 수준… 1년 만에 70% 이상 급증

배출권 거래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산업계의 고민도 크다. 사업구조상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업체들은 정부가 할당한 온실가스 배출허용치를 맞추려면 거래시장을 통해 배출권을 구매해야 하지만 지나치게 높은 가격으로 인해 구매 부담이 커지고 있어서다. 정부는 일시적인 현상이라며 업계의 우려에 선을 긋고 있지만 배출권 거래가격의 상승세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수급불균형에 '가격 고공상승'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 최고가는 1톤당 4만900원을 기록했다. 2018년 12월 최고 거래가가 2만3200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1년새 가격이 76% 이상 뛴 셈이다. 배출권시장이 개장한 2015년 1월12일 8640원이었던 것에 비하면 373%이상 급등한 수치다. 올들어 가격이 지난 2일 종가기준 3만6500원으로 떨어지긴 했으나 1년 전에 비해선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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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1월12일 부산 남구 부산국제금융센터 내 한국거래소 본사에서 열린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시장 개장식. /사진=뉴스1
이 같은 한국의 배출권 가격은 같은 제도를 시행 중인 주요국가와 비교해도 비싸다. 배출권거래 국제포럼인 ICAP에 따르면 지난해 11월26일 기준 한국의 배출권 가격은 33.12달러로 유럽(26.76달러)이나 뉴질랜드(15.87달러)보다 20~100%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배출권 가격이 급등하는 이유는 부족한 공급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임재규 에너지경제연구원 부서에너지전환정책연구본부 기후변화연구팀 선임연구원은 “배출권이 필요한 기업은 많고 내놓는 기업은 없다보니 시장에 매물 부족으로 가격이 뛰는 것”이라며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어 배출권을 판매하기보다 보유하려는 기업이 늘면서 가격이 더 오르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태선 나무EnR 대표도 “배출할당량을 맞추려는 기업들로 인해 수요는 꾸준히 늘고 있는 데 비해 공급이 많이 안되고 있다”며 “감축목표가 점차 높아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기업 입장에선 배출권이 남아도 팔 이유가 없고 그나마 팔려는 기업은 매도호가를 더 높이려는 경향이 있어 가격 오름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발전사와 산업부문 간 불균형도 배출권 가격을 높이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발전사들은 배출권 구매비용의 80%가량을 한국전력으로부터 보전받는다. 이에 따라 발전사들은 철강사나 시멘트사 등 일반 산업계보다 훨씬 싼 가격으로 배출권을 구매할 수 있어 물량확보 중심의 구매전략을 펼치고 있다. 이는 결국 유동성 악화와 배출권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기준학 숙명여자대학교 기후환경융합학과 겸임교수는 “발전사 입장에서는 배출권 가격이 비싸더라도 대부분을 보전 받을 수 있어 산업계 대비 구매부담이 덜하다”며 “불공정한 구도로 인해 가격상승을 더욱 부추기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정부차원 보완책 마련 절실



문제는 앞으로도 가격 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정부는 가격 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고 배출권 가격이 높다면 업체들이 스스로 배출량을 감축해 결국 가격이 떨어질 것이란 입장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시각은 다르다. 임 선임연구원은 “앞으로 배출권 가격이 떨어질 것으로 기대하긴 힘들다”며 “2021년 3차 계획기간이 시작되면 1,2차 때보다 할당량이 많이 줄어 배출권 가격은 오히려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대표도 “속도조절이 있을 수 있지만 가격 상승세는 계속될 것”이라고 진단했고 기 교수 역시 “배출권 가격은 점점 더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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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톤당 배출권 가격 연도별 추이. /자료=한국거래소, 그래픽=머니S
결국 가격 안정화를 위해선 정부의 적극적인 제도개선과 보완책이 있어야 한다는 진단이다. 임 선임연구원은 “배출권거래제는 온실가스를 감축하는데 궁극적인 목적이 있음에도 이를 간과한 채 총량에만 관심을 갖고 규제를 하다 보니 가격이 오르고 기업들의 어려움이 커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기업들이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신규투자를 단행하거나 새로운 기술을 들여올 경우 이를 실질적인 감축분으로 인정할 수 있도록 거래시스템과 제도를 손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기 교수는 “발전부문과 기타 산업부문 간 구매 불균형을 개선해야 한다”며 “발전사에 대한 구매비용 보전은 석탄발전 가동률 증대 등으로 이어질 수 있어 온실가스 감축이란 배출권거래제도의 기본 취지와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배출권거래제 도입 초기 발전부문과 산업부문을 분리해 운영하자는 일각의 의견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일선현장에서도 정부의 지원을 촉구하고 있다. 철강사 관계자는 “배출권시장의 종가는 기세를 반영하고 있어 실제 거래가 없이 높은 호가만 존재할 경우 해당 가격으로 종가가 정해져 시장가격의 상승을 유도할 수 있는 만큼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시장안정화 예비분의 조기 공급을 통한 배출권시장의 유동성을 개선하고 국내기업의 해외 감축사업 진출과 국내 배출권시장의 안정적 공급량 확보를 위해 해외 상쇄배출권 허용한도를 현행 5%보다 증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27호(2019년 1월14~20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이한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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