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한섬신화' 안방에서의 미션은?

김설아 기자2019.12.03 05:27
CEO In & Out / 김형종 현대백화점그룹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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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종 현대백화점그룹 사장/사진=현대백화점
현대백화점그룹 신임 사장에 김형종 한섬 대표이사 사장이 선임됐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지난달 25일 사장단 인사를 발표하고 김 사장을 신임 대표로 내정했다고 발표했다. 김 사장은 내년 1월1일부터 현대백화점그룹의 새 사령탑이 된다. 

김 사장은 1960년생으로 순수 현대백화점 출신이다. 명지고와 국민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985년 현대백화점에 입사했다. 이후 현대백화점 기획조정본부 경영개선 팀장, 목동점장, 상품본부장을 거쳐 2013년부터 패션부문 계열사인 한섬 대표를 지냈다. 계열사 수장을 맡은 지 7년 만에 친정인 현대백화점의 수장으로 컴백하는 셈이다. 

◆30년 ‘현대맨’… 한섬 성공신화 주역 

김 사장의 선임은 이미 예견된 일이다. 그가 그룹의 3대 성장축 중 하나인 패션부문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냈을 때부터 그룹 내부에선 그를 차기 사령탑으로 낙점하는 분위기가 많았다. 그동안 김 사장이 한섬에서 보여줬던 행보가 이를 뒷받침한다. 

김 사장은 현대백화점그룹에서만 30년 넘게 근무한 베테랑이다. 백화점에서 주요 요직을 거친 뒤 그룹 내 효자계열사로 급부상한 한섬의 인수부터 성장까지 모든 과정을 이끌었다. 2012년 초 현대백화점그룹이 패션업체인 한섬을 인수할 때만해도 재계에서는 우려 섞인 시각이 많았다. 당시 패션업계에 극심한 불황에 빠져 대형 패션업체조차 어려움을 겪는 시기. ‘승자의 저주’가 될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왔다. 

하지만 김 사장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특유의 영업 수완을 발휘했고, 2013년 대표이사가 된 지 1년 만에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인수 직후 2012년 4964억원, 2013년 4708억원으로 하락세를 이어가던 매출은 2014년 5100억원으로 인수 직전 매출(4970억원)을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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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성장세는 더 커졌다. 2015년 6168억원, 2016년 7120억원으로 두자리 이상의 매출 성장률을 일궈냈고 2017년엔 1조2287억원을 기록하며 ‘매출 1조 클럽’에 가입했다. 패션업계에서는 패션업계 침체에도 상품기획‧영업전문가인 그의 역할이 빛을 발했다고 입을 모았다. 

김 사장 체제 하에서 한섬은 승승장구했다. 브랜드 효율화 작업으로 지미추, 끌로에, 일레븐티 등 효율성이 떨어지는 10여개 브랜드를 정리하고 타임, 시스템, 마인 등 이른바 잘 나가는 브랜드에 집중 투자했다. 그 결과 타임은 연매출만 2000억원 이상을 올리는 국내 1위 여성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시스템 역시 한 해 매출이 1000억원을 넘겼고 마인도 매년 1000억원 안팎의 매출을 꾸준히 올리고 있다. 

업계에선 재킷과 팬츠에 함께 입을 수 있는 니트, 셔츠, 구두 등 다양한 아이템을 선보인 그의 상품 기획력과 패션기업 인재를 대거 영입한 인재 투자가 잘 맞아 떨어진 결과로 보고 있다. 한섬 임직원은 1000여명으로 이 중 절반인 500여명이 디자이너 직군에 소속돼 있다. 이는 국내 패션업계 중 최대 규모다. 우수한 디자이너 확보와 더불어 ‘노세일, 고급화’ 전략으로 한섬을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로 안착시킨 것도 그다. 

타임 브랜드를 여성복 1위로 도약시킨 그는 최근 타미힐피거의 리빌딩 전략으로도 주목 받았다. 지난해 타미힐피거 매출이 2200억원을 달성 한 것. 이는 2017년 1950억원 대비 11% 증가한 것으로 한섬이 2016년 인수한 SK네트웍스 패션부문 브랜드(오브제, DKNY, 클럽모나코 등) 중 처음으로 매출 2000억원을 넘어서는 성과를 냈다. 

이 같은 성장세는 김 사장이 추진한 브랜드 리빌딩 전략이 적중한 결과다. 타미힐피거 리빌딩 전략의 핵심은 ‘라인업 확대’와 ‘디자인 차별화’. 기존 남녀 의류에서 신발·캐주얼 패션·잡화 등으로 라인업을 확장하고 ‘빅로고’ 등 글로벌 본사의 새로운 디자인 콘셉트 제품을 선제적으로 도입했다. 이런 시도는 타미힐피거를 젊은 이미지로 바꿨고 신규 고객 증가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성장둔화 백화점… 신규 고객 창출 과제 

3대 주력 계열사에서의 성공을 기반으로 현대백화점그룹의 수장에까지 오른 그에게 현대백화점이 기대하는 바는 크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도 그동안 김 사장이 보여준 사업 수완을 높이 평가하는 분위기다. 현대백화점의 고질적인 문제였던 라인업 부족을 패션부문을 통해 일정 부분 해소했다. 패션업계 침체 속에서 대형업체들도 휘청대는 상황에 한섬을 ‘국내 빅4 패션업체 대열’에 합류시킨 것도 그의 공이라는 분석이다. 

현대백화점그룹 관계자는 “(김 사장이) 한섬에서 뽐낸 역량을 바탕으로 현대백화점의 새로운 성장을 견인할 수 있을 적임자로 평가됐다”며 “전문성과 경영능력을 겸비한 경영진을 포진시켜 지속경영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과제도 산적해 있다. 최근 3년간 현대백화점 개별 매출은 2016년 1조3706억원, 2017년 1조3765억원, 2018년 1조3761억원으로 성장세가 둔화됐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647억 원에서 2684억 원으로 1.3% 증가에 그쳤다. 내년부터 대규모 점포 출점 효과에 따른 수익 확대가 기대되지만 오프라인 유통 침체로 인한 신규 고객 창출 문제는 백화점들의 장기화 된 숙제다.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기존처럼 고부가상품인 패션 잡화류 보단 상품과 리빙, 식음료 등으로 고객들의 관심이 옮겨지면서 상대적으로 백화점들의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다”며 “이익보단 매출지향적으로 덩치를 키워온 백화점업계에서 김 사장이 매출과 영업이익을 어떻게 균형맞춰 성장시킬 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그룹에서는 김 사장이 이번 대표 취임과 동시에 현대백화점의 내실을 다지고 동시에 미래에 대한 먹거리를 마련해주길 바라고 있다. 이는 곧 궁극적으로 그룹 성장 동력을 마련하는 일인 만큼 그의 향후 행보에 많은 관심이 모아진다. 현대백화점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현대만의 색깔을 가져가야한다는 입장이어서 ‘30년 현대맨’이 그릴 미래는 현대백화점그룹에도, 그에게도 매우 중요하다. 

☞프로필

▲1960년 ▲국민대 경영학과 ▲1985년 현대백화점입사 ▲현대백화점 기획조정본부 경영개선 팀장 ▲현대백화점 목동점장 ▲현대백화점 상품본부장 ▲ 2013년 한섬 대표 ▲2020년 현대백화점그룹 대표 

☞ 본 기사는 <머니S> 제621호(2019년 12월3~9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설아 기자

머니투데이 경제주간지 머니S 산업1팀 유통 담당 기자. 식음료, 주류, 패션, 뷰티, 가구 등을 아우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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