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사회

[청계광장] 그리스의 물리학

김범준 성균관대 교수2019.12.02 05:53
근대 과학의 태동 이전 우리를 둘러싼 만물이 도대체 어떻게 이뤄졌는지를 설명했던 서양의 이론은 플라톤이 완성한 4원소설이다. 흙, 물, 공기, 불의 4가지 원소가 지상의 모든 것을 구성한다는 설명이다. 이 4가지 원소에는 당시 그리스에 이미 잘 알려졌던 3차원의 정다면체를 하나씩 대응시켰다.

차곡차곡 벽돌로 다져 안정되게 쌓을 수 있는 흙은 반듯한 정육면체에 해당한다. 둥근 공 모습에 가까워 다른 정다면체에 비해 잘 구를 수 있어 보이는 정이십면체는 흐르는 물의 기하학적 모습이라고 생각했다. 손에 닿으면 뜨거운 느낌을 주는 불은 뾰족한 모습의 정사면체로 해석했고 옆에서 보면 위아래 구별이 없어 위아래로 자유롭게 움직이는 정팔면체는 공기에 대응시켰다.

이처럼 정다면체의 모습을 보면서 직관적으로 떠오르는 성질을 갖고 자연을 설명했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 눈에는 비과학적으로 보이지만 우리의 일상 경험을 잘 설명한다. 흙으로 벽돌을 빚어 벽을 쌓을 수는 있지만 왜 물로는 벽돌을 만들지 못하는지를 간단하게 설명할 수 있는 것이 4원소설의 기학학적 해석 모형이다.

이들 4개 원소는 또 각기 정해진 자연스러운 위치가 있는 것으로 물체의 운동을 쉽게 설명할 수 있다. 눈을 돌려 자연을 보라. 단단한 땅과 바위 위로 물이 흐르고 공기는 물 위에 있다. 또 불을 피우면 불꽃은 공기 중에 위로 솟는다. 4원소설에서는 이처럼, 흙, 물, 공기, 불의 순서로 우리 주변의 물질이 아래에서 위로 놓여있다고 설명한다. 물체가 자연스러운 위치에서 벗어나 있으면 원래의 자연스러운 위치로 돌아가려 한다는 것으로 물체의 운동을 쉽게 설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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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머니S


공기 중에서 돌을 떨어뜨리면 왜 떨어질까. 돌은 4원소 중 흙으로 구성됐고 흙은 맨 아래가 자연스러운 위치이기 때문이다. 4원소설을 적용해 독자도 연습문제를 풀어보라. 물속에서 돌을 떨어뜨리면 어떻게 될지, 그리고 물속의 공기방울은 어떻게 움직일지. 4원소설은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는 현상을 직관적으로 쉽게 설명한다.

다시 플라톤의 기하학적 원소 모형을 돌이켜보자. 우리 주변 지상의 물체를 4개의 정다면체로 설명했다. 수학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아직 무언가 부족하다는 것을 눈치 챌 수 있으리라. 사실 3차원의 정다면체는 4개가 아니라 모두 5개가 있다. 바로 정십이면체다. 플라톤은 당연히 이에 대한 적절한 설명도 제시한다.

바로 우리가 발붙여 살아가는 지상이 아닌 우주, 천상의 물질을 구성하는 것이 바로 제5원소인 ‘에테르’고 에테르 원소의 기하학적 모습이 정십이면체다.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가 완성한 고대의 물리학은 내적 정합성의 측면에서 거의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그리스의 물리학이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물리학으로 교체되기까지 거의 2000년이 걸린 이유다. 하지만 그럴듯하다고 과학은 아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21호(2019년 12월3~9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범준 성균관대 교수

안녕하세요. 머니S 산업2팀 김노향 기자입니다. 부동산·건설과 관련한 많은 제보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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