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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준의 스포츠톡] 포체티노, 토트넘의 성공 기반 마련한 기적의 명장

김현준 기자2019.12.01 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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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아약스와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에서 기적의 대역전승을 일궈낸 후 선수들과 기쁨을 나눈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가운데). /사진=로이터


“내 인생에 있어 가장 중요한 밤이다. 선수들에게 고마움을 표하고 싶다. 최근 6개월 동안 우리 선수들을 영웅이라 불렀지만 오늘만큼은 슈퍼 히어로였다.”

지난 5월9일 요한 크루이프 아레나에서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린 이후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의 심경은 복잡했다. 그동안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성과를 낸 포체티노 감독은 구단 역사상 첫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 진출이라는 위업을 달성했다.

조별예선부터 1무2패로 시작하는 등 어려움이 많았다. 하지만 이후 맨체스터시티(맨시티)에 이어 아약스까지 대역전극으로 물리치면서 결승 무대를 밟게 됐다. 감격을 주체하지 못한 포체티노 감독은 선수들을 안고 눈물을 흘리며 그렇게 최고의 날을 보냈다.

◆최저 비용으로 최고 성적을 낸 포체티노

다사다난했던 포체티노 체제도 올해로 막을 내렸다. 토트넘 홋스퍼를 잉글랜드 상위권 팀으로 안착시킨 포체티노 감독은 약 5년간의 재임 기간을 마치고 팀을 떠났다. 그동안 이뤄낸 성과를 고려하더라도 이번 시즌 토트넘은 그만큼 좋지 못했다. 리그 12라운드 기준으로 순위는 14위에 불과했다.

포체티노 감독은 토트넘에서 정상급 지도자로 발돋움했다. 그러나 단 한차례의 우승도 차지하지 못한 채 팀을 떠난 건 아쉬움이 크다. 2014-2015시즌 캐피털 원 컵(리그컵) 결승에서 첼시에게 패한 것을 포함해 준우승만 세차례 거뒀다. 지난 시즌에는 천신만고 끝에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올랐으나 리버풀에 0-2로 패하면서 무관의 한을 풀어내지 못했다.

하지만 열악한 지원 속에서도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은 할 수 있는 최고의 성과를 냈다. 100년이 넘는 세월을 함께한 화이트 하트 레인을 뒤로한 채 신 구장 시대를 선언한 토트넘은 무려 10억파운드(1조5128억원)를 건설비용에 사용했다. 영입에 사용할 재정이 부족할 수밖에 없었고 지난 시즌에는 단 한차례의 보강 없이 일정을 소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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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체티노 감독 부임 후 현재까지 EPL 'BIG 6' 팀들의 이적료 넷 스펜딩. /자료=스카이스포츠


많은 이가 포체티노 감독에게 찬사를 보내는 이유 중 하나다. 경쟁 팀들에 비해 적은 돈을 사용했지만 재능 있는 젊은 선수들을 발굴해내며 이를 대체했다. 유스 출신인 해리 케인을 비롯해 하부리그 소속 MK 돈스에서 데려온 델레 알리 등이 포체티노 감독의 지도 아래 리그를 대표하는 자원으로 성장했다.


손흥민 역시 마찬가지였다. 2015-2016시즌 바이엘 레버쿠젠을 떠나 토트넘에 입단한 손흥민은 독일 무대보다 빠르고 거친 EPL 무대에서 고전했다. 치열한 주전 경쟁까지 벌인 손흥민은 해당 시즌 8골 5도움에 그쳤다. 독일 복귀를 고려할 정도로 어려움이 컸다.


그러나 포체티노 감독의 만류로 팀에 남게 된 손흥민은 이듬해부터 본인의 재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2016-2017시즌 이후 매 시즌 30개가 넘는 공격포인트를 올리고 있다. 단점으로 지적됐던 오프더볼 상황에서의 움직임은 매우 좋아졌으며, 이전보다 수비가담에도 적극적이게 됐다. 이번 시즌에는 패스와 기회 창출에도 눈을 뜬 모습이다. 손흥민이 토트넘의 핵심 선수로 자리잡은 데에는 포체티노 감독의 믿음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한편 ‘광인’ 마르셀로 비엘사의 제자이자 그의 축구 철학을 계승한 포체티노 감독은 토트넘 부임 후 팀에 본인의 색깔을 이식했다. 끊임없는 전방 압박과 풍부한 활동량으로 무장한 토트넘 선수진은 2015-2016시즌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따냈다.

4시즌 만에 ‘TOP4’에 진입한 토트넘은 이후 챔피언스리그 단골손님이 됐다. 2016-2017시즌에는 첼시와 치열한 경합 끝에 승점 86점으로 리그 준우승을 거뒀다. 1960-1961시즌 이후 리그 우승도 차지하지 못했던 토트넘은 유럽 대항전 결승 무대에 나설 팀으로 성장했다. 포체티노라는 마법사가 만들어 낸 기적과 같은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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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L 출범 후 토트넘에서 독보적인 성적을 올린 포체티노 감독. /자료=BBC
◆영원히 기억 될 포체티노와 토트넘의 동행

토트넘과 함께 성공 가도를 달렸던 포체티노 감독은 지난 시즌부터 명과 암이 공존했던 시기를 보냈다. 힘든 여건 속에서도 UCL 결승 진출을 포함해 리그 4위 자리도 지켜냈다. 하지만 이미 리그 성적은 추락하기 시작했다.

아스날, 맨유 등 경쟁 팀들의 동반 부진이 없었더라면 리그 4위는 어려웠을 만큼 후반기 성적이 좋지 못했다. 지난 시즌을 포함해 올해 토트넘의 리그 성적은 11승7무12패에 불과했다.

포체티노 감독도 흔들리기 시작했다. 포체티노 감독은 아약스와의 4강 2차전을 앞둔 기자회견에서 “우승을 한다면 5년의 생활을 접고 고향으로 돌아갈 거다. 현 상황에서 기적을 되풀이하기 위해선 미래에도 다른 일을 생각해야 하기 때문이다. 농담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여러 의미가 함축된 뼈있는 발언이었다.

토트넘의 긴축 재정은 포체티노 감독의 사기를 꺾었다. 여름 프리시즌 기간에는 “내 직책 명을 감독이 아닌 코치로 바꿔야 할 것 같다. 나는 오직 선수진과 팀을 관리하는 사람일 뿐”이라며 영입에 별다른 권한이 없는 상황을 두고 직접적인 불만을 표하기도 했다.

의욕이 떨어진 모습을 보인 포체티노 감독은 부진이 길어지는 속에서도 변화의 계기를 마련하지 못했다. 극적인 승리 이후 포효하던 모습과 달리 선수들의 득점과 승리 속에서도 감정을 크게 드러내지 않았다. 결국 여러 불안 징조들을 보였던 포체티노 감독은 경질이라는 씁쓸한 결말을 맞이했다.

포체티노 감독의 토트넘 6년차는 아쉽게 마무리됐다. 그 역시도 구단의 무관 사슬을 끊어내지 못했다. 하지만 포체티노 감독의 활약이 있었기에 토트넘은 유럽 대항전에서도 성적을 낼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 또 6만2000여명을 수용하는 최고의 구장을 품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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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비용 고효율'의 포체티노 감독이 있었기에 토트넘은 숙원이었던 신구장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을 완성할 수 있었다. /사진=로이터


스코틀랜드 축구의 전설이자 현재 전문가로 활동 중인 알리 맥코이스트는 “포체티노 감독은 재임 기간에 우승을 차지하진 못했으나 토트넘을 이끌었던 그의 시대는 영원히 기억될 것”이라며 그의 노고를 치하했다.

포체티노 감독은 경질 소식이 발표된 이후 작전판을 통해 “선수 모두가 너무 고맙다. 작별 인사를 나눌 순 없으나 선수진 모두는 우리 마음속에 항상 남아있을 것이다”는 말을 전했다. 감독과 선수들, 그리고 팬들 모두 결코 잊을 수 없는 시기를 보냈다. 포체티노 감독의 5년은 토트넘이라는 구단을 한단계 끌어 올린 성공의 시대로 영원히 남아있을 것이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21호(2019년 12월3~9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현준 기자

안녕하세요. 이슈팀 김현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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