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르포] 전세계 1위 ‘코스트코 양재점’과 창업주의 눈물

김경은 기자2019.11.27 05:06

[파란눈 ‘코스트코’ DNA-하] 최고의 매장 가보니



국내 창고형 할인매장의 절대 강자. 미국에서 건너온 ‘파란눈’의 코스트코는 소리 없이 강한 존재다. 글로벌 유통기업의 지뢰밭으로 알려진 국내 시장에서 홍보나 광고 없이 오로지 고객 입소문만으로 승승장구해왔다. 온라인 쇼핑 트렌드로 ‘오프라인 마트’가 급속한 내림세를 걷는 와중에도 여전히 굳건하다. 서비스가 친절한 것도 아니다. 연간 회원비는 고사하고라도 지정된 결제카드 사용에 주차난은 덤이다. 그럼에도 코스트코에 소비자 발길이 몰리는 까닭은 무엇일까. 파란눈의 코스트코 DNA를 낱낱이 파헤쳐봤다.<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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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트코 고객 카드. /사진=김경은 기자


“환상적이다. 생각만 해도 눈물이 난다.”


코스트코 창업주인 짐 시네갈 회장이 코스트코코리아 서울 양재점을 가리켜 한 말이다. 과거 짐 시네갈 회장은 미국 일간지 시애틀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가장 매출이 높은 코스트코 지점이 어디냐’는 질문에 “한국에 있다”며 이같이 답했다.


코스트코 양재점은 전세계 751여개 점포 중 매출액 1위다. 양재점의 하루 매출액은 평일 8억원, 주말 13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프라인 유통업계의 부진과 신규 창고형 할인점의 진출에도 끄떡없다. 기쁨의 눈물을 자아내는 코스트코 양재점의 인기 비결을 살펴봤다.

◆복잡·불편·번거로움… 그런데 왜?


지난 11월17일 오후 코스트코 양재점 인근에선 주차전쟁이 벌어졌다. 코스트코로 진입하려는 차량들이 매장 주변에 장사진을 치면서다. 주차장 입구에서 시작된 대기 행렬은 건물 한바퀴를 돌 때까지 이어졌다. 진입까지 족히 2시간은 걸릴 듯 했다.


이런 진풍경이 매 주말마다 반복된다. 이에 코스트코는 건너편 건물에 주말·공휴일 전용 제휴 주차장을 마련했다. 공교롭게도 경쟁사인 이마트 양재점과 같은 건물을 사용한다. 비가 오는 궂은 날씨에도 많은 고객들은 매장 밖 제휴 주차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우산을 쓴 고객들이 코스트코 카트를 끌며 길을 건너는 모습이 눈에 띄기도 했다.

매장 진입 과정도 비교적 복잡하다. 회원제로 운영되는 코스트코에 들어가기 위해선 회원카드를 제시해야 한다. 카드는 ▲일반 회원용 ‘골드스타’ ▲사업자용 ‘비즈니스’ ▲쇼핑 금액의 2% 적립 ‘이그제큐티브’ 등 모두 세 종류다. 연회비는 각각 3만8500원, 3만3000원, 8만원.


나올 때도 번거로운 건 마찬가지. 상품 결제 시에는 현대카드나 현금만 사용해야 한다. 때문에 이날 매장 입구에는 신규 회원을 등록하려는 고객들과 현대카드 발급 상담을 받으려는 고객들, ATM에서 현금을 인출하는 고객들이 얽혀 인산인해를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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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트코 커클랜드 생수를 구매하는 고객들. /사진=김경은 기자


◆코스트코와 대형마트, 뭐가 다를까


양재점은 연면적 3만7337㎡ 규모에 총 2개 층을 운영하고 있다. 1층은 전기·전자·가정·생활용품, 지하 1층은 식품 매장으로 구성됐다. 1층 매장에선 명품지갑, 명품백에 무려 3억원에 달하는 다이아몬드 반지까지 판매했다. 보청기나 타이어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센터도 별도로 마련돼 있다. 그야말로 없는 게 없다.


지하 1층엔 농·축·수산물과 가공·냉동식품들이 즐비하다. 무엇보다 구매 후 바로 먹을 수 있는 조리식품들이 소비자들의 발길을 끌었다. 비빔밥, 샌드위치, 회, 초밥, 팬네(파스타) 등 2~3인분용 음식이 1만원대에 불티나게 팔렸다. 매장 한켠 푸드코트에서는 2000원대 핫도그, 피자를 먹기 위해 치열한 자리싸움이 펼쳐졌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코스트코의 하이라이트는 앞쪽 가판대가 아닌 뒤쪽 진열대다. 대용량 묶음 상품들이 천장에 닿을 듯이 쌓여 있어 말 그대로 거대한 창고를 연상케 했다. 해외 소싱제품, 병행 수입제품 등 국내에서 구하기 힘든 상품들이 대부분이다. 도매가격에 대량으로 공급하기 때문에 값도 저렴하다.


수입산 차량용 방향제를 판매하던 코스트코 직원은 “마트에서 하나에 9900원인데 오늘 6개에 1만5990원에 판매한다”고 홍보했다. 마트 대비 3배 이상 저렴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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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트코 냉동식품 코너 앞에 고객들이 몰려있는 모습. /사진=김경은 기자


코스트코 자체브랜드(PB) ‘커클랜드 시그니처’ 제품군도 인기다. 소비자들의 카트에 담기는 커클랜드 제품은 공통적으로 생수, 두루마리 휴지, 건전지, 치즈케이크, 크로아상, 쿠키 등이다. 이 중 생수는 2ℓ짜리 6팩에 1990원으로 저렴하다. 물론 최근에는 대형마트업체들이 저마다 초저가 PB생수를 출시하면서 커클랜드 생수에 이점이 없는 상황. 그럼에도 고객들은 여전히 한번에 2~3묶음씩 커클랜드 생수를 집어 들었다.


생수를 구매한 직장인 홍모씨는 “늘 마시던 것이라 구매했다. 매번 사놓은 제품들이 다 떨어지면 코스트코에 재방문하곤 한다”며 “익숙하기도 하고 가격, 품질 경쟁력이 있어 딱히 다른 마트로 갈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최근 이마트 트레이더스, 홈플러스 스페셜 등 각 업체들이 대용량을 무기로 한 창고형 할인점을 확대하는 데 대해서도 코스트코 충성 고객들은 동요하지 않았다.


주부 신모씨는 “자영업자가 아닌 일반 소비자들에게 대용량은 불필요하다. 코스트코 제품도 지인들과 공동구매한 뒤 나눠 갖는 경우가 다반사”라며 “코스트코의 브랜드 가치나 품질 때문에 대용량을 감수하는 것이지 무조건 대용량만 추구하는 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코스트코에 가는 이유


이날 매장에서 만난 소비자들은 코스트코의 장점으로 가격, 품질, 고객 만족 서비스 등을 꼽았다. 자영업자 김모씨는 “개인 카페를 운영하는데 1~2주에 한번씩 코스트코에서 장을 본다”며 “식재료는 물론이고 레몬즙, 휘핑크림, 음료수 등을 대량으로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고 했다.


주부들이 추천하는 제품은 주로 신선식품. 육류, 생선, 달걀 등이 신선하고 질이 좋다는 평가다. 주부 김모씨는 “코스트코에선 무조건 고기를 사야 한다”며 “대형마트에 비해 가격이 훨씬 저렴하고 맛있다. 엄마들 사이에선 모두 아는 얘기”라고 전했다.


한마디로 코스트코의 최대 강점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다. 코스트코는 낮은 마진율을 책정해 고객에게 싸고 질 좋은 제품을 공급한다. 코스트코의 최대 마진율은 15%로 대형마트(25~30%)와 비교할 때 현저히 낮다. 그만큼 소비자 가격을 낮출 수 있는 여력이 크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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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트코 양재점 육류 코너에서 고기를 구경하는 고객들. /사진=김경은 기자


고객 만족 서비스도 코스트코만의 차별점이다. 코스트코는 회원이 만족하지 않을 경우 연회비를 전액 환불해주는 ‘회원 보증제’와 상품에 대해 만족하지 않으면 전액 환불해주는 ‘상품 보증제’를 운영한다. 구입 날짜나 환불 사유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다.


주부 현모씨는 “전에 같은 상품이 두번 결제돼 고객센터에 전화한 적이 있었는데 확인 절차도 없이 계좌로 차액을 입금해주더라”며 “물론 악용하면 안되겠지만 고객 입장에선 환불이 편리해서 좋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인기에 힘입어 코스트코는 1998년 국내 진출 이후 꾸준히 충성 고객을 확보해왔다. 국내 회원수는 190만명, 매년 회원 갱신율은 90%로 추정된다. 코스트코가 자신감을 보이는 이유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20호(2019년 11월26일~12월2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경은 기자

머니S 산업팀 김경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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