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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연의 그래픽저널] DLF 사태와 금융소비자 보호

조수연 공정한금융투자연구소장2019.11.26 05:44
지난 11월14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올 여름과 가을 금융시장을 시끄럽게 했던 파생결합펀드(DLF)의 손실과 불공정판매 관련 최종검사 결과를 발표했다. 제목은 ‘고위험 금융상품 투자자 보호 강화를 위한 종합 개선방안’이었다.

금융제도 개선답게 이름도 어렵다. 불공정판매의 원성이 자자한 KEB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을 비롯해 관련 금융회사의 검사결과는 물론 투자자보호를 위한 제도개선 내용까지 방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0.4%의 아픔… 자산관리시장 개선 기대

대부분은 은행의 불공정판매에 초점을 두지만 보고서를 검토해본 필자의 생각에는 불공정판매 전체 구조에서 증권사의 부정적 역할도 만만치 않다고 본다. 세계 금리상황을 판단할만한 리서치 능력을 보유하고 있었음에도 외국계 증권사에서 DLF 상품구조를 제안받고 은행에 판매를 제안한 점이 일반 금융소비자는 물론 판매회사 은행과도 이해상충 소지가 있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보고서의 주요 내용은 투자자 보호장치를 대폭 강화하고 금융회사의 금융상품 판매책임을 제도화하며 상시 감독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이런 제도개선 결론을 도출한 감독당국의 시각은 상당히 명료하고 단호하다. 사모펀드 제도를 악용해 실질적인 고위험 공모펀드를 상당부분 고령층에 불완전 판매했으며 이 고위험 금융상품을 금융회사 이익을 목적으로 무책임하게 제조·판매하는 과정이 반복됐다는 것이다. 이런 불공정 영업 프로세스가 다시 가동되지 않도록 많은 장치를 제도화하기 위해 노심초사한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다.

필자는 단일 금융사건에 이렇게 파격적인 감독과 정책기능을 금융당국이 보여준 것을 처음 목격한다. 금융투자협회 자료를 검색해보니 펀드, 자문, 일임, 신탁을 포함하는 이른바 자산관리형 금융자산은 6월 말 현재 217조원 정도다.

이번에 문제가 된 DLF판매액이 7950억원이니 약 0.4%에 해당된다. 피해 고객층의 연령 분포는 94%가 40대 이상이었고 가입금액이 1억원 이상인 사모펀드이므로 중산층 이상이 대부분이라고 볼 수 있다. 이들의 연령과 소득계층으로 보아 사회적 인맥과 영향력을 동원한 압력이 상당하지 않았을까 짐작해본다.

어떤 이유든 적극적인 투자자보호를 위한 금융당국의 행보는 환영할 만하다. 금융투자업계에는 꼬리가 몸통을 흔든다는 말이 있는데 이번 DLF 사태로 0.4%의 피해 고객들의 아픔이 있지만 전체 자산관리 시장의 제도는 크게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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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일러스트레이터 조수연 공정한금융투자연구소장


◆‘불공정판매 입증 책임’ 금융사에… 눈여겨 볼 사안은


보고서에 방대하고 중대한 변화가 예견되는 내용들이 담겨져 있지만 은행이 DLF류의 금융투자상품을 앞으로 팔지 못한다는 내용 중심으로 부각된 점은 아쉽다. 아마 대부분 사람들이 이번 보고서의 금융산업에 대한 영향을 이해하기 쉽지않을 것이다.

이런 이유로 눈에 띄지 않지만 중요한 사항을 짚어보려 한다. 금융소비자에게 가장 긍정적인 것은 적합성과 적정성 원칙, 설명의무 위반 시 ‘입증 책임’이 판매업자에게 있다고 명시한다는 것이다.

의료사고와 마찬가지로 금융사고에서도 금융회사의 불공정판매 행위를 금융소비자가 입증하는 것은 쉽지 않다. 금융거래가 전문적인 내용이고 금융회사라는 거대 조직을 상대로 금융소비자가 대항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 내용은 2017년 제안됐지만 정치권의 무관심으로 계류 중인 ‘금융소비자보호법’의 제정을 통해 추진한다는 것이어서 실현 시기를 점치기는 어렵다. 그러나 금융당국이 이 문제점을 확실히 인식하고 보고서에 명시했다는 것에 의미가 크다.

소비자보호 책임과 의무를 대표이사, 이사회를 포함한 경영진에 부담한다는 것을 명시한 것도 의미가 있다. 과거 금융사고 발생 시 담당 본부장, 부장 등에서 꼬리자르기를 하는 것이 오랜 관행이었기 때문이다.

최고 경영진을 의사결정 단계부터 고위험 금융상품 판매에 관여시킨 것은 합리적이지만 금융업계의 단기적 임기와 실적평가에 따른 재임의 관행을 감안하면 경영진은 인센티브와 보상이 걸린 실적을 선택할 확률이 높아 실효성은 크지 않을 것이다.

또한 이 내용 역시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이 필요한 내용이어서 총선을 앞둔 정치권에 기대하기 쉽지 않다. 게다가 불편한 금융회사의 반발이 있을 것이다.

◆제도개선보다 금융교육 선행돼야

이번 금융당국의 발표내용을 금융산업 구조에서 보면 금융상품의 공급 측면의 정밀한 개선에 집중돼 있다. 민원·소송 방지용 금융산업의 공급측 개선은 결국 금융소비자의 불편을 가중하고 금융상품 선택의 폭을 좁힌다.

선택의 폭을 줄이는 것은 소비자의 이익을 줄인다는 것이 경제학의 명제다. 필자가 생각하기에 공급 측면의 불공정판매 제도를 개선하는 것만큼 수요 측면에서 금융소비자들이 불공정판매를 걸러내는 능력을 가질 수 있도록 금융교육이 요구된다.

올해 수능 이후 대대적인 금융교육을 실시한다는 보도가 있었다. 그러나 학생만을 대상으로 한 방과 후 활동 같은 수준의 민원 중심의 형식적인 교육 말고 전 국민이 기초적인 금융판단 능력을 갖추도록 하는 금융교육이 필요하다.


이런 방법이 오히려 복잡하고 거추장스런 절차와 감독만 늘어나는 금융제도 개선보다 비용도 절약되고 효과도 있을 것이다. 금융교육과 아울러 금융회사의 이해에서 독립해 금융상품을 추천하는 금융자문인 시스템도 절실히 필요하다.

필자가 걱정하는 많은 내용이 사실상 몇년째 표류하고 있는 ‘금융소비자보호법’에 담겨있다. 이 법이 표류하는 이유가 국회의 무관심인지 금융업계의 거센 반발 때문인지는 모를 일이다.

이번 DLF 사태는 그동안 무시했던 금융소비자보호 제도가 국민 보호 차원에서 꼭 필요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국민에게 필요한 법을 마련하기 위해 정치권에서 먼저 이해해야 하지만 크게 기대하지는 않는다. 필자가 보기에 정치엘리트와 금융엘리트들은 국민을 생각하는 방식이 유사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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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일러스트레이터 조수연 공정한금융투자연구소장


☞ 본 기사는 <머니S> 제620호(2019년 11월26일~12월2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조수연 공정한금융투자연구소장

머니S 금융증권부 장우진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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