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부동산

'포니정' 장남, 자동차로 못 이룬 꿈 비행기로 난다

김노향 기자2019.11.18 06:44

지난 12일 국적 2위 아시아나항공의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이 선정됐다. ‘포니 정’의 장남 정몽규 HDC그룹 회장이 인수합병(M&A) ‘미다스(Midas)의 손’ 박현주 미래에셋대우 회장과 손잡아 아시아나항공을 손에 넣었다. 2조5000억원을 제시했다. HDC는 건설기업으로 시작해 호텔·레저·면세사업을 넘어서 항공산업까지 사세를 넓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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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 인수 관련 입장 발표하는 정몽규 회장(오른쪽). /사진=임한별 기자


◆모빌리티그룹에 담긴 의미

정몽규 HDC 회장은 지난 12일 우선협상대상자 발표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긴장감이 역력했다. 그는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담담하게 말했지만 의미심장한 말도 빼놓지 않았다. 정 회장은 ‘모빌리티(Mobility)그룹으로의 도약’이라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정 회장은 “항공산업뿐 아니라 모빌리티그룹으로 한걸음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아시아나항공을 꼭 좋은 회사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정 회장의 부친인 고 정세영 현대자동차 회장은 ‘포니 정’으로 불렸다. 현대자동차를 글로벌기업으로 키운 인물이다. 하지만 당시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장자인 정몽구 회장에게 현대차 경영권을 승계하기로 결정하면서 1996년 정몽규 회장은 아버지와 함께 현대산업개발로 자리를 옮겨야 했다. 정 회장 부자가 회사를 떠나며 눈물을 삼킨 이야기는 재계에 널리 알려진 일화다.

아시아나 인수전의 또 다른 성공 포인트는 정 회장과 박현주 미래에셋대우 회장의 의기투합이다. 아시아나항공이 매물로 나온 올 4월 정 회장은 미래에셋대우에 컨소시엄 구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은 기자회견에서 “무리하면 우리만 인수할 수 있는 재정상태를 갖고 있지만 지금까지 여러 M&A를 성공한 박 회장의 인사이트를 받고 싶었다”고 밝혔다.

실제 이번 인수작업에 박 회장의 역할이 상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2조5000억원 베팅은 박 회장의 조언에 따른 것이라는 후문이다. 두 사람은 고려대 경영학과 선후배 사이다. 박 회장이 78학번, 정 회장이 80학번이다. HDC는 2017년 부동산정보기업 ‘부동산114’를 미래에셋대우로부터 인수한 경력도 있다.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재무적투자자(FI)로 참여하는 미래에셋대우는 구주와 신주를 합쳐 최종적으로 지분 20% 미만을 가져가게 된다.

◆‘승자의 저주’ 우려

HDC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과거 M&A에서 자주 발생했던 ‘승자의 저주’로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올 상반기 기준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는 9조5989억원, 부채비율은 659.5%에 달한다. 영업손실도 1169억원이다. 앞으로 실사 과정에서 우발채무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 회장은 이에 대해 “실사에서 어느 정도 나왔고 추가로 큰 문제가 발견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이 HDC 컨소시엄에 최종 매각되기까지 넘어야 할 산도 적지 않다. 이번 매각은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구주 6868만8063주(지분율 31%)와 아시아나항공이 발행하는 보통주식(신주)을 HDC가 인수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본협상에서 양쪽은 구주와 신주 가격, 경영권 프리미엄 등 조건을 놓고 치열한 밀고 당기기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 회장은 “구주 가격의 협상을 진행했느냐”는 질문에 “아직 시작 안했다”고 답했다.

신주 자금이 투입되면 아시아나항공은 부채 비율이 660%에서 277%로 떨어질 전망이다. 아시아나항공 자회사인 에어서울과 에어부산, 아시아나IDT 등 6개 회사도 이번에 함께 매각되지만 에어부산이 재매각될 가능성이 남아있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 따라 손자회사인 아시아나항공은 에어부산 지분을 추가로 매입해 100% 보유하거나 2년 내 지분을 처분하고 손을 떼야 한다. 아시아나가 보유한 에어부산 지분은 44.17%다.

◆항공산업 규제 발목

항공업계는 HDC의 자금력이 아시아나항공의 경영정상화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전망도 있지만 한편에선 난관이 적지 않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국내 항공업계는 8개 항공사가 난립해 출혈 경쟁을 벌여 수익성이 악화되고 외국 항공사의 공격적 마케팅까지 겹쳐 사면초가에 빠졌다. 올 2분기 국내 8개 항공사는 모두 적자로 전환했다. 일본 여행 보이콧 운동의 직격탄을 맞은 3분기에는 최대 성수기임에도 2분기보다 실적이 더 나빠졌다. 매달 두자릿수 성장률을 보이던 저비용항공사(LCC) 국제선 여객수는 지난 9~10월 사상 처음으로 2개월 연속 감소했다.

글로벌 경기부진 탓에 항공화물도 최근 12개월 연속 마이너스다. 에미레이트항공, 에티하드항공 등 중동 항공사와 핀에어를 비롯한 유럽 항공사는 저가 티켓 판매로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외항사의 국제선 점유율은 2017년 31.69%에서 지난해 35.1%로 높아졌다. 이달 22일 플라이강원을 시작으로 내년 하반기까지 에어로케이, 에어프레미아 등 신규 LCC 3곳이 새롭게 시장에 뛰어들 예정이어서 항공사 간 생존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아시아나항공 부실 사태는 오너 일가의 잘못도 있지만 국내 항공산업 규제가 한몫했다는 지적 또한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비행기를 띄우기만 하면 돈을 버는 시대는 끝났다”며 “정부는 한국에만 있는 항공기 취득세·재산세 부과 같은 불필요한 규제를 과감히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19호(2019년 11월19~25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노향 기자

안녕하세요. 머니S 산업2팀 김노향 기자입니다. 부동산·건설과 관련한 많은 제보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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