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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묵은 ‘실손 청구 간소화’, 이번엔 뚫릴까

김정훈 기자2019.11.20 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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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뉴스1DB


실손의료보험 때문에 의료계의 심기가 불편하다. 이달 초 대한의사협회, 가정의학회, 정형외과의사회, 개원의협의회 등 의료계 관련 단체들은 잇달아 성명서를 발표했다. 핵심은 현재 추진 중인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관련 보험업법 개정안’ 발의를 즉각 철회하라는 것이다. 의료계는 실손 청구 간소화법에 대해 ‘보험사 배만 불리는 전형적인 악법’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하지만 보험업계와 소비자단체들은 10년 묵은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하루 빨리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양측 갈등의 쟁점과 찬·반 논란이 불거진 진짜 이유를 살펴봤다.

◆당국 ‘동의’… 의료계 즉각 반발



국민권익위원회가 2009년 제도개선을 권고한 후 의료계는 지난 10년간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반대해 왔다. 이달 초에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더 강력하게 법안 통과를 저지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오는 21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법 통과 논의를 앞두고 있어서다.

현재 의료계가 반대하는 실손 청구 간소화 관련 법안은 지난해 9월과 1월 고용진·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환자가 요청하면 병원이 의료비 증명 서류를 보험사에 의무적으로 보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실손보험금 청구 시 영수증과 진료비 내역서가 의료기관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혹은 제3의 중개기관 전산망을 통해 보험사에 전송하도록 하는 근거도 마련했다.

최근 금융위원회는 해당 법안에 대한 입장을 ‘신중 검토’에서 ‘동의’로 선회했다. 중개기관을 두는 방식이면 의료계가 우려하는 보험사의 환자진료기록 수집을 방지할 수 있다고 여겨서다. 최근 관련 국회 간담회에서 조용운 보험연구원 연구위원도 전산망을 통합·연결하는 보험중개센터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보험업계에서는 실손 청구 간소화법 통과가 무르익은 것이 아니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결국 발등에 불이 떨어진 의료업계가 부랴부랴 성명서를 발표하며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대한의사협회는 11월4일 실손 청구 간소화 저지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종혁 의협 대변인은 “의료기관이 관련 서류를 의무적으로 보내도록 집요하게 요구하는 이유는 보험사가 근거를 마련해 고액 보험금 청구를 거부하겠다는 계산”이라고 말했다.

심평원 등 중개기관을 두는 것에도 의료계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심평원이 실손보험 청구 중개기관 역할을 하는 것은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기관의 본질에 반하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대한외과의사회, 각 지역의사회 등 의료계는 보험사가 굳이 손해를 봐가며 실손 청구 간소화에 나서려는 것은 환자 진료기록을 충분히 모아 장기적으로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려는 속셈이라고 말한다.

지난해 말 금융위와 보건복지부가 함께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실손보험금 미청구 이유’(중복 응답) 가운데 77.7%가 “병원 방문과 증빙서류를 보내기 귀찮아서”라고 답했다. 실손 청구 간소화가 시행되면 보험사 입장에서는 미청구 보험금이 추가로 지급돼 손해율이 더 높아질 수 있다. 현재 보험사 실손보험 손해율은 이미 100%를 넘겼다. 그럼에도 보험사가 실손 청구 간소화 추진에 사활을 거는 것은 환자 진료정보를 축적하려는 의도라고 의료계는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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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들은 의료계 주장을 반박한다. 실손 청구 간소화를 추진하는 것은 현재 의료계의 과잉진료를 막기 위함이라는 설명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환자가 병원과 짜고 서류를 조작해 제출하면 보험사 입장에서는 나가지 않아도 될 보험금이 나간다”며 “전자문서화된 진료기록을 바로 전송받으면 진료 행태가 더욱 투명하게 드러나 과잉진료 문제를 줄일 수 있다. 당장 소액보험금 지급이 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이득”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소비자단체들은 보험사 손을 들어주고 있다. 이달 초 성명서를 발표한 8개 소비자단체는 “소비자 편익이 우선돼야 한다. 이해당사자들의 논리에 소비자 주권이 침해당해서는 안된다”고 비판했다.

◆‘비용절감·심평원 간섭’ 우려



현재까지 제시된 양측의 표면적인 이유는 ‘의료계 과잉진료 방지 VS 환자 데이터 축적으로 보험금 지급 거부’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양측의 주장 이면에는 다른 의도가 숨겨져 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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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 입장에서는 실손 청구 간소화 시 큰 비용절감 효과를 볼 수 있다. 3400만 실손 가입자 10%가 보험금을 청구하면 신청건만 340만건에 이른다. 관련 서류를 모두 전산화하는 데 적지 않은 인력과 비용이 든다. 이미 실손보험 손해가 큰 상황에서 청구 작업 비용이라도 줄이겠다는 의도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보험사들은 서류 전산화 작업을 위해 별도의 계약직을 두는 등 많은 인력을 쓰고 있다”며 “청구 간소화는 이 부문의 비용을 줄이는 데 매우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보험사가 환자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에 반발하는 의료계는 이를 방지하기 위한 대안인 중개기관을 두는 것도 반대하고 있다. 현재 건강보험이나 자동차보험은 심평원을 통해 보험금청구가 이뤄지지만 정보유출과 관련한 큰 문제는 없었다. 의료계가 유독 실손보험에만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심평원이 비급여 의료비용을 들여다보게 되면 향후 의료수가 등에 딴지를 걸고 나올 것으로 예상해서다.

심평원은 의료기관이 건강보험 적용 급여 항목의 진료를 적정하게 했는지 심사하고 필요한 경우 진료비를 삭감하는 공공기관이다. 복지부는 심평원의 역할을 ‘중개’에만 한정하면 양측의 입장 모두를 충족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면서도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있어 법안 통과 여부는 미지수라는 입장이다. 금융위도 “법률안의 취지와 내용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며 “다만 병원급 의료기관과 의원급 의료기관의 수용 가능성을 고려해 단계적으로 시행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고형우 복지부 의료보장관리과장은 “각종 비급여 항목을 심사하는 심평원 심사에 의료기관들이 민감한 것은 이해할 수 있다”며 “심평원의 역할을 중개기관으로 제한하면 문제가 줄어들 수는 있지만 의료계 반대가 심해 법안 통과가 될지는 예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19호(2019년 11월19~25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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