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사회

연예활동 제동 걸린 아이즈원… 투표조작 정황 몰랐다면

법률N미디어 이소현 변호사2019.11.08 12:13
결국 국민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시리즈의 순위 조작 의혹이 사실로 밝혀졌습니다. 시리즈를 총괄했던 안준영 PD가 시리즈 3·4편에 해당하는 ‘프로듀스 48’과 ‘프로듀스 X’의 조작을 인정한 건데요. 이에 이들 두 시즌에서 탄생한 아이돌그룹 ‘아이즈원’과 ‘엑스원’의 향후 활동에도 먹구름이 드리웠습니다. 이미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이들 두 그룹의 방송 출연을 금지해달라는 청원이 올라왔을 정도인데요.

조작의 구체적 정황은 향후 수사에서 드러날텐데요. 죄를 지은 프로그램 제작진과 연예기획사 관계자는 마땅히 처벌을 받아야 할 것입니다.

문제는 아이즈원과 엑스원 멤버들입니다. 이들에게는 연예활동 내내 '조작 아이돌'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니게 될텐데요. 이제 막 연예계 생활을 시작한 10대 후반~20대 초반의 멤버들에겐 너무나 가혹한 굴레입니다. 특히 조작 정황을 전혀 몰랐던 멤버라면 억울함이 더 클텐데요.

어른들의 욕심에 희생된 아이돌 연습생들의 피해, 어떻게 보상받을 수 있을까요? 네이버 법률이 살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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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오프더레코드 제공


◆멤버들, 제작진 상대로 불법행위책임 물을 수 있어

멤버들은 프로듀스 제작진에게 민법 제750조에 따른 불법행위 손해배상청구를 제기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선례가 없는 사안이므로 불법행위책임의 요건인 ▲가해행위 ▲위법성 ▲고의 또는 과실 ▲손해발생과 손해액수 ▲가해행위와 손해발생 사이에 인과관계를 빠짐없이 입증해야 합니다.

먼저 안 PD 등 핵심 제작진이 투표 조작 사실을 인정한 만큼 '위법성'을 충분히 인정될 수 있어 보입니다. 기획사 측으로부터 향응 등을 제공받고 투표를 조작한 것으로 봐 투표 조작의 '고의·과실' 입증도 무리가 없어 보입니다.

문제는 '손해발생과 손해액수'입니다. 제작진의 투표 조작으로 아이즈원과 엑스원 멤버들에게 손해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입증해야만 불법행위책임이 성립할 수 있는데요. ‘조작돌’이라는 불명예 꼬리표를 어떻게 구체적인 손해로 풀어낼 수 있을지가 관건입니다.

이때 멤버들은 투표 조작으로 인한 정신적 고통에 대해서도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민법은 '타인의 신체, 자유뿐 아니라 명예를 해하거나 기타 정신상 고통을 가한 자에게는 재산 이외의 손해에 대해서도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민법 제751조)

이번 사건의 경우, 미래 연예활동 수익에 대한 재산적 손해액 입증이 어려운 만큼 정신적 고통 등에 대한 위자료 청구에 더욱 집중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참고로 명예와 신용 훼손은 재산적 손해배상만으로 회복할 수 없는 영역인데요. 법원은 재산적 손해 산정이 어렵고 재산적 손해배상만으로 피해를 회복할 수 없는 경우, 위자료를 높게 산정해서 손해를 보전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아울러 멤버들이 입은 손해를 입증할 수 있다면 제작진의 투표 조작과 멤버들의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도 자연스레 인정될 가능성이 큽니다.

◆형사책임까지 묻긴 어려워

그렇다면 제작진의 형사 책임을 물을 방법은 없을까요?

이 경우, 먼저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를 검토할 수 있습니다. 프로듀스 제작진의 위계로 멤버들의 연예활동이 방해되었다는 논리인데요. 마찬가지로 선례가 없어 넘어야 할 관문이 많습니다.

먼저 멤버들의 연예활동이 업무방해죄의 보호대상이 되는 ‘업무’에 해당하는지 검토해야 합니다. 법원은 “업무라 함은 직업 기타 사회생활상의 지위에 기하여 계속적으로 종사하는 사무나 사업의 일체를 의미한다”고 판시했는데요. (2005. 4. 15. 선고 2004도8701 판결) 멤버들의 데뷔와 연예활동은 업무방해죄가 보호하는 업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위계’가 인정돼야 하는데요. 위계는 쉽게 말해 이번 사건에서 프로듀스 제작진이 멤버들도 속였느냐는 건데요. 멤버들이 투표 조작 사실을 전혀 몰랐고 그 결과로 데뷔와 연예활동을 하게 됐다면 위계가 인정될 수 있어 보입니다.

다만 투표 조작과 '조작돌' 꼬리표간의 인과관계를 입증하기는 까다롭습니다. 조작이 없었을 경우, 아이즈원이나 엑스원으로 데뷔하지 않았다는 점을 증명해야만 인과관계도 인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무엇보다 제작진이 투표 조작을 통해 멤버들의 연예활동을 방해하려 했다는 업무방해의 고의를 입증해내기가 어렵습니다. 이런 제작진의 고의에 대한 결정적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는 한 형사책임까지 묻긴 어려울 것으로 판단됩니다.


형법

제314조(업무방해)

① 제313조의 방법 또는 위력으로써 사람의 업무를 방해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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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 기자 정소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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