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자수첩] 복지부가 쏘아올린 '액상형 전자담배' 파장

김설아 기자2019.11.04 07:04

기사 이미지
기자수첩. /사진=이미지투데이



“몸에 안 좋은데 뭐가 어떻게 안 좋은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액상형 전자담배. 그래서 피워야 하나 말아야 하나…. 애연가들은 물론 담배업계가 가장 싫어하는 악재인 유해성 고포가 하나 추가됐다. 정부가 미국 발 액상 전자담배 쇼크(중증 폐질환 사례 1500여건. 33건 사망)를 이유로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 자제 권고에 나서면서다. 소비자와 업계는 그야말로 패닉에 빠졌다.

지난달 23일 정부는 더 큰 목소리를 냈다. 이번엔 이례적으로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직접 나섰다. “국내에서도 폐손상 의심사례가 발생됐다”며 유해성에 대한 정밀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 중단을 강력히 권고한다는 게 주 내용.

파장은 일파만파 커졌다. 정부 발표에 따라 GS25, CU, 세븐일레븐 등 편의점업계는 물론 대형마트, 면세점업계까지 액상형 전자담배에 대한 추가 공급을 정지하거나 판매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쥴랩스코리아와 시드 툰드라, 픽스, 비엔토 등 액상형 전자담배를 만들어 온 제조업체들은 한 순간에 시장 퇴출 위기에 놓였다.

담배업계는 충격이 더 크다. 미국에서 문제가 된 성분은 대마성분인 테트라하이드로카라비놀(THC)과 비타민E 아세테이트. 주로 불법적으로 판매된 모조품들이다. 액상에 대마성분 화합물을 주입한 것이 폐손상의 원인이다. 반면 국내는 액상에 화합물을 첨가하는 것 자체가 불법이기 때문에 근본적인 접근방식 자체가 다르다.

10% 정도는 THC 성분이 안 든 니코틴 제품을 쓴 사람들한테 발생했다는 게 정부 주장이지만 미국 질병통제센터(CDC)는 매주 업데이트를 통해 FDA에서 수집된 샘플에서 니코틴만 사용한 환자는 전체 6%로 그 수치는 계속 감소하고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복지부는 CDC 최근 업데이트 내용 조차도 모른 채 시장을 죽이는 무리한 규제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물론 국민 건강을 위해 정부가 전자담배 안전관리 체계를 정비하고 유해성 검증에 나선다는 취지는 환영할만한 일이다. 하지만 일반담배에 비해 유해성이 적다고 알려진 전자담배를 일반 담배와 같은 범주에 묶어 규제하는 것이 과연 원칙 있는 제재인지에는 물음표가 남는다. 정부가 오히려 더 해로운 일반 담배 사용을 부추긴다거나 겉으론 금연을 외치지만 세수확보를 위한 규제가 실질적인 목적 아니냐는 음모론이 나오는 이유다.

지금이라도 달라져야 한다. 국민 건강이라는 명제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유해성을 공개적으로 검증하고 규제하는 감독방향이 이처럼 막연한 공포 조장과 시장의 혼란을 부추기는 모습이 돼서는 안 될 것이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17호(2019년 11월5~11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설아 기자

머니투데이 경제주간지 머니S 산업1팀 유통 담당 기자. 식음료, 주류, 패션, 뷰티, 가구 등을 아우르고 있습니다.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상단으로 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