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매일 1000만병 “캬~”… 어제 무슨 소주 드셨나요?

김설아 기자2019.11.04 06:06
살랑살랑 가을바람이 불어오면 애주가들은 소주잔을 기울인다. ‘캬~’ 소리가 절로 난다. 여름이 맥주의 계절이라면 겨울은 소주의 계절. 슬플 때는 슬퍼서 한잔, 기쁠 때는 기뻐서 한잔, 찰랑찰랑 채워진 소주잔을 앞에 두고 우리는 그렇게 소주와 함께 살아간다. 소주 성수기를 앞두고 <머니S>는 달라진 소주시장을 조명했다. 참이슬의 독주와 안방지키기에 나선 전국 8도 소주들. 순해진 소주의 독한 40년 전쟁사와 최근 트렌드를 짚어보고 소주에 대한 오해와 진실까지 아울러본다.<편집자주>

[응답하라, 소주-①] “酒도권 잡아라” 시장 지각변동



#. ‘일하다가 배고픕니다, 소주 마십니다. 외롭습니다, 소주 마십니다. 힘듭니다, 소주 마십니다. 일이 남았는데 잠 쏟아집니다, 소주 마십니다. (중략) 동료와 시비 붙습니다, 소주 마시면서 화해합니다, 그러다 다시 싸우고 또 소주 마십니다. 여자 생각 간절합니다, 소주 마십니다. 고기가 잘 잡힙니다, 소주 마십니다. 고기가 안 잡힙니다, 소주 마십니다. 항구로 돌아옵니다, 소주 마십니다.’ - 한창훈 <내 술상 위의 자산어보> 

‘17도의 행복, 360㎖의 눈물’. 흔히들 소주를 이렇게 부른다. 즐거워도 한잔, 슬퍼도 한잔, 괴로워도 한잔, 할 일 없어도 한잔…. 어떤 이유로든 소주는 사람을 달래 왔다. 가격도 저렴하다. 단돈 1000원과 동전 몇개면 취할 수 있는, 비용 대비 효과가 가장 높은 술이다. 서민의 술 혹은 국민주. 소주 앞에 이런 수식어가 붙은 이유는 꽤 명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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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DB


◆참이슬 독주… 흔들리는 처음처럼 

최근 통계에 따르면 2017년 한해 소주 출고량은 모두 36억3600만병에 이른다. 매일 1000만병의 소주가 소비되는 셈이다. 성인 1인이 한해 동안 마신 소주는 평균 89병에 육박한다. 

지난해 한국주류산업협회가 내놓은 주류소비자 행태조사를 보면 더 구체적이다. 조사 결과 국내 성인은 소주를 월 평균 4.89회 마시고 1회 평균 약 소주 1병을 마시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민과 희로애락을 함께한다는 말을 실감할 정도다. 나이대별로 보면 40대가 월 평균 술자리 횟수가 가장 많았고 30대는 1회 평균 가장 많은 양의 술을 마셨다. 

그렇다면 국내에 유통되는 소주는 모두 몇가지 일까. 전국적으로 10종이 넘는다. 지역별 자도주(각 지역을 대표하는 술) 체제가 무너졌지만 대전, 전라, 부산·경남, 제주 등 일부 지방 소주들은 아직도 건재하게 살아 있다. 업계 추정치로 전국 소주 점유율을 추산해보면 국내 소주시장은 1강 2중 7약 체제로 정리된다. 

하이트진로의 참이슬이 전체 시장 절반이 넘는 점유율(53%)을 차지하며 1인자 자리를 견고히 하고 롯데주류 처음처럼이 20% 안팎의 점유율로 그 뒤를 뒤따른다. 한때 수도권시장을 공략하며 롯데주류와 어깨를 나란히 했던 무학의 좋은데이는 9%대 점유율을 가까스로 지키고 있다. 

이어 금복주 ‘맛있는 참’, 보해 ‘잎새주’, 맥키스컴퍼니(구 선양) ‘이제우린’, 대선주조 ‘C1’, 충북소주 ‘시원한 청풍’, 한라산소주 ‘한라산’ 등이 나머지 20%가 안 되는 점유율을 조금씩 나눠갖는다. 

지역별로 보면 어떨까.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은 하이트진로의 참이슬이 65%~70%로 절대 강자다. 2위인 처음처럼의 추정 점유율은 35%였지만 지난 7월부터 본격 시작된 일본 제품 불매운동 리스트에 오르면서 최근 점유율이 20%대로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메리츠종금증권이 지난달 세곳(강남, 여의도, 홍대) 식당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하이트진로의 참이슬 점유율이 73%로 처음처럼(27%)보다 2.7배나 높았다. 참이슬은 강남과 여의도에서 각각 71%, 75%의 높은 점유율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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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소주 인기 ‘뚝’… 충성도 낮아


참이슬의 선전은 텃밭인 서울 등 수도권에서만이 아니다. 1996년 자도주 보호법 폐지를 계기로 본격적인 전국 진출에 나섰고 점유율 확장에 성공했다. 2000년대 초 부산·경남·전남·제주를 제외한 전 지역에서 1위로 올라섰고 현재는 전남과 제주에서도 절대 우위를 지키고 있다. 

참이슬의 전국 추정 점유율은 전북(50~60%), 강원(50~55%), 충청(40~50%), 전남(45~50%), 제주(40~45%)에 달한다. 자도주 업체 영향력이 막강한 경북과 경남에서만 각각 20~25%, 10~15%로 저조한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다만 불과 5년 전 참이슬의 부산과 경남 점유율이 각각 5%, 6%대에 불과했던 것을 감안하면 경상권시장도 나름 선전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참이슬의 전국 재패는 시간문제”라며 “소주 업체들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지역 소주들이 ‘안방’ 지키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애향심에 의지한 자도주 인기는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지역 소주에 대한 소비자 충성도(선호도)는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한국주류산업협회가 조사한 지역 소주 충성도에 관한 설문 결과를 보면 응답자 33%만이 지역 소주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대와 30대 여성은 지역 소주에 대한 선호도가 높지 않았다. 여성 음주인구가 증가하고 젊은 층이 소비의 중심이 되는 10년 후가 되면 지역소주에 대한 선호도는 더 낮아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주류산업협회 관계자는 “연령대가 낮아질수록 지역 소주에 대한 충성도가 낮게 측정됐다”며 “교통의 발달과 매스미디어의 영향 등으로 인해 이제는 수도권과 지방에 대한 소비 트렌드가 동시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이러한 현상은 더욱 가속화 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2조 소주 시장… '여성' 업고 더 큰다

그럼에도 소주시장 전망은 밝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소주 산업 규모는 현재 2조원 초반대로 추정되며 향후 시장 규모는 더 커질 수 있다고 전망된다. 인구 성장이 정체되고 주력 소비층인 20~30대 인구 비중이 줄고 있지만 최근 저도주 트렌드로 젊은층과 여성 소비가 확대되고 있어서다. 여기에 외국 주류와 경쟁해야 하는 맥주와 달리 대체재가 없다는 것이 소주의 또 다른 강점이다. 

다른 주류업계 관계자는 “소주 트렌드가 바뀌고 소주 음용층이 젊은층·여성층으로 변하면서 소주 저변 확대에 기여하고 있다”며 “도수 인하는 통상 원가율 개선과 판매량 증가라는 선순환 구조로 이어져 향후 소주 업체들이 1~2번 도수를 더 인하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17호(2019년 11월5~11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설아 기자

머니투데이 경제주간지 머니S 산업1팀 유통 담당 기자. 식음료, 주류, 패션, 뷰티, 가구 등을 아우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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