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사회

사이버 도박에 빠진 청춘… 타짜들이 젊어졌다

채성오 기자2019.11.18 06:21

[도박에 빠진 청춘들-상] ‘중독’은 예방보다 빛처럼 빠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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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머니S DB
“손은 눈보다 빠르다.” 2006년 개봉한 영화 <타짜>의 명대사다. 허영만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 영화 <타짜>는 568만5715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 대박을 냈다. 최근까지도 극중 캐릭터 ‘곽철용’의 대사가 유행할 정도로 많은 관객들에게 깊이 각인된 영화다.

이 영화는 ‘고니’(조승우 분)가 타짜로 거듭나는 이야기를 다룬다. 호기심으로 시작한 도박에 빠져 몇번이나 목숨을 잃을 위기에 처한다. 도박이 사람을 파멸로 이끄는 과정을 화려한 캐릭터와 몰입감 있는 연출로 표현했다.

어두컴컴한 하우스로 각인된 도박장이 최근 온라인으로 옮겨가면서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곳이 됐다. 정보통신기술(ICT)이 발전하면서 PC 홈페이지를 통해 베팅하는 사이버 도박과 스마트폰을 이용한 모바일 도박도 급증했다. 최근에는 전쟁게임으로 가장해 슬롯머신과 블랙잭 형태로 베팅하는 모바일게임도 등장할 정도다.

상대적으로 접근성이 좋은 사이버 도박이 늘자 도박중독에 빠지는 연령대도 낮아졌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도박중독 환자는 2014년 751명에서 지난해 1205명으로 4년새 60.5% 증가했다. 같은 기간 치료를 받은 환자는 5113명으로 30대(1871명·36.6%)와 20대(1594명·31.2%)가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청춘들은 왜 도박에 빠졌을까.

◆어떻게 도박에 빠지나



도박의 사전적 정의는 금품을 걸고 승부를 다투는 일이다. 현행 형법 제246조는 ‘도박을 한 사람은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며 상습도박자의 경우 3년 이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명시했다. 다만 일시오락 정도에 불과한 경우는 예외로 하는 단서조항이 있다.

온라인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된 불법도박사이트는 이 단서조항의 맹점을 악용했다. 서버를 해외에 두고 도박사이트를 개설한 후 적발되거나 신고를 받으면 홈페이지를 폐쇄하는 형태로 운영한다.

경찰과 검찰의 수사결과를 분석해보면 중국, 필리핀, 태국 등에서 도박사이트를 만들면 국내 운영자가 이를 거액에 사들여 관리하는 행태가 일반적이다. 사이트 개발자와는 대포폰이나 대포통장으로 거래해 추적을 원천 차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라이온즈의 유명투수였던 A씨처럼 스포츠 도박사이트에 거액의 자금을 투자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불법사이트 운영진은 베팅사이트에 야한 동영상과 만화를 올려 회원을 모집하거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광고로 수요층을 모은다. 최근에는 사다리게임, 홀짝, 파워볼, 부스타빗(소셜그래프) 등 비교적 조작이 간편한 프로그램들이 존폐를 반복하고 있다.

직접 홍보영상을 찍어 ‘유출픽’(사전에 결과를 노출하는 방식)이 있다며 모바일메신저 단체채팅방 가입을 권유하는 경우도 급증했다.

온라인 검색을 통해 찾은 한 가족방(도박 정보를 공유하는 커뮤니티) 운영자는 모바일메신저에서 “제가 운영하는 가족방은 무분별하게 정보와 픽이 나오는 방식이 아니라 일정표대로 정보와 픽이 나온다”며 “정보방 입장에 앞서 공통적으로 사용하는 사이트 가입 후 입장할 수 있다”고 설명하며 불법사이트 링크를 소개했다.

해당 링크를 누르자 ‘사용자로부터 신고가 접수돼 주의가 필요한 페이지입니다. 연결하시겠습니까?’라는 카카오톡 경고메시지가 노출됐다. 사이트를 접속하니 별도의 메뉴 없이 아이디, 패스워드, 별명, 휴대전화 번호, 환전 비밀번호, 계좌 입력창이 존재했다.

가족방 운영자는 “계좌 기재부분은 온라인 환급지급을 위함”이라며 “가입 후 성별, 연령대, 별명을 알려달라”고 말했다. 이처럼 모바일을 통한 접근이 간편해 누구나 쉽게 도박에 빠져드는 게 현실이다. 한 도박사이트 피해자는 “유출픽을 갖고 있다는 말에 속아 소액투자를 했던게 쌓여 큰 손해를 봤다”며 “단체방 운영자는 흔적을 감췄고 홈페이지마저 폐쇄돼 찾을 길이 없었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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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아진 접근성, 예방은 어떻게



전문가들은 PC와 스마트폰 보급이 확산된 후 도박에 중독되는 젊은 세대 비중이 늘었다고 분석했다. 특히 최근 모바일 불법도박사이트가 급증하면서 연령층도 낮아졌다.

도박과 관련해 신고를 접수받는 국무총리 소속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의 관계자는 “내부적으로는 스마트폰이나 온라인을 통한 도박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본다”며 “2030세대와 10대 연령층이 주로 이용하는 만큼 연령이 낮아진 추세”라고 말했다.

사회적으로 도박중독이라는 낙인이 찍힐까 두려워 치료를 피하는 이들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2013년 8월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를 설립해 도박중독 치유 및 예방을 진행 중이다. 센터는 전국에 14곳이 운영되며 도박중독 예방, 치유, 재활사업을 추진한다. 도박문제가 성인, 대학생, 청소년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계층에서 발생하는 만큼 폐해의 심각성을 인식시키고 조기발견을 통한 중독 치유·재활서비스에 주력한다.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관계자는 “상담은 24시간 365일 상시가동하는 1336 헬프라인을 통해 접수받는 것을 시작으로 지역센터망을 활용한다”며 “정도에 따라 다르지만 심리척도를 접목해 단계를 분류하고 정규상담 12회를 진행해 최초 지표와 비교하는 형태”라고 설명했다.

온라인·모바일 환경에 따라 도박에 중독되는 젊은 층이 급증한 추세에 맞춰 플랫폼에 맞춘 예방환경도 조성했다. 센터 관계자는 “오프라인 상담뿐 아니라 지난해부터 개발한 도박문제 넷라인을 활용해 온라인 환경에 대응했다”며 “도박중독으로 치료가 필요한 분들을 위해 다양한 채널을 지원하며 홍보, 예방교육, 캠페인 등 다양한 사업을 통해 위험성을 알리는데 주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19호(2019년 11월19~25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채성오 기자

머니S 채성오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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