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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로드] 365일이 정겨운 ‘잔칫날’

김성화 다이어리알 기자2019.11.08 06:56
다이어리알 추천 맛집로드 / 국수 맛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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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국면. /사진=장동규 기자



김을 내뿜는 뜨끈한 육수와 그 아래 잘 익은 면발, 소담하게 얹어진 고명을 국수 똬리와 함께 흐트러뜨리고 면을 빨아들이면 글자 그대로 '후루룩'하는 소박하고 정겨운 소리가 퍼진다. 그다음은 국물 차례다. 숟가락만으로는 감질나 그릇째 들고 쭉 들이켜보는 육수는 금세 온몸에 퍼져 기운의 온도도 덩달아 북돋운다. 

시끌벅적한 잔칫날에도 혼자 먹는 조용한 밥상에서도 국수는 늘 익숙한 모양새로 자리해왔다. 언제든 오래 곁에 두고 싶은 친구 같은 따끈한 국수 한그릇이 생각날 때마다 찾는 이들로 365일 정겨운 잔칫날인 국수 맛집을 방문해 보자.

◆풍국면

종종 “간단하게 국수나 먹자”고 말하지만 직접 요리해 본 이들이라면 국수가 결코 간단한 요리가 아니라는 사실에 모두 동의할 것이다. 멸치든 소고기든 시간과 정성을 들여 우려내야 하는 육수와 기성품을 사용하더라도 삶아내는 타이밍에 따라 국수의 운명이 결정되는 면, 거기다 올려내는 고명에 양념장까지 여러 번거로운 공정을 거쳐야만 한그릇의 제대로 된 국수가 완성된다.

‘풍국면’은 1933년 국수가 흔하지 않던 시절 국수로 사람들을 배불리고 싶다는 마음으로 대구에서 문을 연 오랜 전통의 국수 회사를 모체로 한 곳이다. 일제시대와 6·25전쟁 등 격동의 시절을 역사와 함께 견디며 우리의 삶에 국수가 더욱 가깝게 자리할 수 있도록 묵묵한 국수 길을 걸어왔다.

강남 직영점은 풍국면의 역사적 요소와 모던하고 고급스러운 인테리어가 적절하게 조화를 이뤄 입구에서부터 음식에 대한 신뢰감이 생긴다. 일반 테이블부터 여럿이 식사가 가능한 커뮤니티 테이블, 룸, 그리고 혼밥러들의 눈치 보지 않는 면치기를 위한 좌석까지 다양한 고객층이 방문하는 강남역 지역의 특성을 살려 좌석의 형태를 세분화한 세심함이 돋보인다.

풍국면의 이야기와 맛을 가장 잘 담고 있는 메뉴는 ‘별표 국수’다. 삼성의 창업주 이병철 회장이 1940년대부터 생산한 국수 브랜드 이름을 딴 것으로 회사가 커지면서 정리되는 과정에 풍국면에 승계돼 생존해왔는데 그 인연과 대한민국 근대 국수의 역사를 기념하는 의미를 메뉴에 담았다.

별표 국수는 대표 메뉴답게 기본에 충실한 국수다. 통영 멸치 등을 넣고 5시간 이상 진하고 담백하게 우려낸 육수를 사용하는데 특이한 점은 손님상에 낼 때 육수의 온도를 40도에 맞춘다는 것이다. 온도가 너무 낮으면 비려지고 너무 높으면 육수의 진한 맛이 뜨거운 온도에 가려지기 때문에 국물을 가장 맛있게 즐길 수 있는 최상의 온도를 찾아낸 것.



풍국면의 자부심인 인공첨가물이 없는 순수한 면은 진공상태에서 제조돼 삶았을 때 쫄깃한 식감이 살아있다. 고명으로는 달걀지단과 김가루, 호박, 숙주, 유부 등이 소담하게 올려진다. 얼큰한 맛을 선호한다면 ‘강릉 짬뽕 칼국수’를 추천한다. 불 맛 가득한 해물 짬뽕 육수에 면은 풍국면의 칼국수 면을 사용한다. 채소를 베이스로 뽑아내 풍미와 영양을 갖춘 칼칼하고 매콤한 육수를 들이켜면 스트레스를 말끔히 몰아낸다.

든든한 밥심이 필요하면 남도의 손맛을 느낄 수 있는 ‘꼬막 해초비빔밥’이 제격이다. 미역, 꼬시래기 등 바다의 영양을 머금은 해초류와 꼬막 양념장이 듬뿍 올려져 꼬들꼬들한 식감이 즐거운 메뉴다. 음식과 함께 제공되는 김치는 하루 두번 신선한 마늘과 고추를 직접 갈아 버무려 준비한다.

이 마늘 김치는 알싸한 감칠맛의 양념과 배추의 식감이 어우러져 국수와 찰떡궁합을 이룬다. 식탁에 오르는 작은 요소 하나 허투루 하지 않는 것이 오랜 기간 풍국면의 이름을 지켜올 수 있었던 비결인듯하다. 을씨년스러운 날씨만큼이나 몸과 마음이 모두 쌀쌀해지는 날이면 세월의 깊이를 고스란히 담아내는 풍국면의 국수 한그릇 어떨까.

위치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8길 21 화인강남빌딩 1층 (강남점) / 메뉴 별표국수 5500원, 꼬막해초비빔밥 9000원 /영업시간 (런치) 11:00-15:30 (디너) 17:30-21:30 (주말) 12:00-21:00 / 전화 02-566-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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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밀가. /사진제공=우밀가
◆우밀가

최고급 한우 살코기 만으로 우려낸 깊은 맛의 육수와 부드럽고 쫄깃한 소면이 조화를 이룬 안동 국시로 이름난 곳. 고명으로 양지고기가 올려져 있으며 부추김치나 깻잎과 곁들여 먹으면 별미다. 또한 메밀묵 무침, 수육과 전, 문어회 등 옛날 안동지방 양반가에서 손님들에게 대접할 때 내놓던 정성스러운 별미 음식들을 함께 즐길 수 있으며 안동 정식을 주문하면 우밀가의 베스트 메뉴를 모두 맛볼 수 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901-40 / 메뉴 우밀가 안동국시 1만2000원, 안동정식 3만6000원 / (매일) 11:00-22:00 / 02-501-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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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제면소. /사진제공=종로제면소



◆종로제면소

종로3가역 인근 자가제면 칼국수와 만두전골로 이름난 곳. 점심시간이면 빈 좌석을 찾아보기 어렵다. 이름처럼 직접 반죽해 투박하게 썰어 나오는 면이 별미이며 국물에 매생이와 보말, 제철 해산물이 들어가 바다의 향을 물씬 느낄 수 있는 보말 칼국수가 인기다. 푸짐한 양은 덤. 여럿이 방문할 시에는 속이 꽉 찬 만두와 칼국수, 보쌈을 함께 즐길 수 있는 보쌈 전골이 제격이다.

서울 종로구 묘동 156-1 / 보말칼국수 7500원, 멸치칼국수 6500원 / (런치) 11:30-15:50 (디너) 17:00-20:30 (일 휴무) / 02-741-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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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라선. /사진제공=수라선
◆수라선(강남구청역점)

완도산 활전복, 제주산 흑돼지 등 팔도의 진미를 모아 자연의 식재료만을 활용해 맛을 내는 한식당. 대표 메뉴인 완도 전복장 비빔밥과 특제 간장소스에 담근 게장, 신선한 제철 해산물 요리 등 정갈하고 건강한 일품요리를 맛볼 수 있을 뿐 아니라 거창의 30년 국수 명인의 국수로 유명한 ‘거창한 국수’를 깔끔하게 우린 닭 육수에 말아 만든 곰국시도 꼭 맛보아야 할 메뉴.

서울 강남구 논현동 119 지하1층 / 곰국시(점심)1만 2000원, 전복장 무쇠솥밥 반상(저녁) 1만 5500원/ (런치) 11:00-15:00 (디너) 17:00-22:00 / 02-6004-3949

☞ 본 기사는 <머니S> 제617호(2019년 11월5~11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성화 다이어리알 기자

머니투데이 경제주간지 머니S 산업1팀 유통 담당 기자. 식음료, 주류, 패션, 뷰티, 가구 등을 아우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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