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사의 핀테크 인수, 좁혀지지 않는 ‘신기술 괴리’

심혁주 기자2019.10.30 06:06

4차 산업혁명시대에 접어들면서 기술력 확보가 중요해지고 있다. 과거에는 연구개발(R&D)를 통해 차별화된 경쟁력을 꾀했지만 최근 기업들은 인수합병(M&A)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이미 기술력을 확보한 정보기술(IT)벤처 인수를 통해 안정성과 속도에서 모두 앞서가겠다는 전략이다. 금융권도 예외는 아니다. 정부의 핀테크기업 인수 규제 완화로 금융사 역시 4차 산업시대에 발을 맞출 수 있게 됐다. <머니S>는 최근 변화하는 기술 확보 트렌드를 짚어본다.【편집자주】

[기술의 딜레마-하] ‘핀테크 M&A’ 딜레마



금융사와 대형 기술업체가 연합한 핀테크(금융+기술)기업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과거에 직접 개발 또는 단순 협업 수준이었다면 최근에는 각자의 분야에서 가진 기술력을 합작하는 형태로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반면 핀테크기업 인수합병(M&A)에는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최근 금융사가 핀테크기업의 지분을 100% 보유할 수 있게 되면서 M&A가 수월해졌음에도 기대와 달리 단순 협업에 그치며 소극적인 분위기다.

◆금융사+기술업체, 합작사업 ‘활발’

카카오, 현대자동차, SK텔레콤 등 초대형 기술업체들이 금융사와 합작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열고 있다. 이들은 금융산업, 특히 보험사와 함께 빅데이터 분석 맞춤형 상품, 모바일 플랫폼 활용 등을 계획하고 있다. 고객입장에서는 기존에 없었던 혁신적인 금융상품을 보다 합리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캐롯손해보험은 한화손해보험(75.1%), SK텔레콤(9.9%), 현대차(5.1%) 등이 지분을 출자한 디지털손해보험사다. 디지털 손보사는 모바일과 PC 등에서 온라인 전용 보험상품을 판매하는 보험사다. 캐롯손보는 10월 초 금융당국으로부터 본허가를 획득해 내년 초부터 본격적인 영업을 시작한다.



기사 이미지
/사진=머니S DB


캐롯손보는 국내 자동차보험에서 아직 시도하지 않은 ‘퍼마일’(PER MILE) 개념을 도입해 자동차보험 가입자가 일정기간 실제 운행한 거리만큼만 보험료를 납부할 수 있도록 상품을 준비하고 있다. 빅데이터와 블록체인기술을 활용한 ▲슈어런스(반려동물 케어보험) ▲항공연착보상보험 ▲반송보험 등 라이프 스타일별 생활밀착형보험도 선보일 예정이다.

카카오와 삼성화재도 금융위원회에 디지털손해보험사 설립과 관련한 예비인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현재 카카오와 삼성화재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합작사업 계획을 추진 중이다.

아직 구체적인 지분 관계는 결정되지 않은 상태지만 카카오의 자회사인 카카오페이가 경영권을 갖는 대주주로 참여할 것으로 전해졌다. 카카오·카카오페이 두 회사가 60~70%, 삼성화재가 최소 15% 이상의 지분을 갖는 전략적 동반자로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력 상품은 캐롯손보와 마찬가지로 개인형 생활밀착형 상품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설계사 등 기존 판매채널로 판매하기 어려웠던 소액위주의 펫보험, 공유차량보험 등이 유력하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몸집이 큰 금융사는 직접 기술을 개발하기 보다는 핀테크기업 인수나 기술기업과 합작사를 통해 흐름에 적응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기존 금융사는 선택권이 넓어지고 핀테크기업에겐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사 이미지





◆금융사, 핀테크기업 투자 쉬워졌지만

반면 금융사의 핀테크기업 M&A는 소극적인 상황이다. 지난 9월 금융당국이 ‘핀테크 투자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면서 10월부터 금융회사도 핀테크기업 지분을 100% 보유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금융회사가 투자할 수 있는 신기술·신사업 폭이 넓어지면서 시너지를 낼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아직까지 적극적인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 점이다.

많은 글로벌 핀테크기업이 M&A 등을 통해 성장경로를 이어가고 있지만 국내의 경우 피인수보다는 기존 금융회사에 의존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글로벌 핀테크 10대 트렌드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계에서 벤처캐피털(VC)이나 사모펀드(PE), M&A를 통해 핀테크회사에 투자된 자금은 총 123조원에 달한다. 이는 2017년(56조원) 대비 약 120% 증가한 규모다. 투자 건수 자체는 2196건으로 2016년(1893건), 2017년(2165건) 대비 급증하진 않았지만 ‘메가딜’이 성사된 결과로 볼 수 있다. 특히 실제 투자의 약 65%(금액 기준)는 인수합병을 통해 집행됐다.

국내의 경우 핀테크기업이 금융사는 물론 VC로부터 투자를 유치한 사례는 최근 4년을 합쳐 총 96건에 그쳤다. 이 가운데 M&A의 방법으로 투자가 이뤄진 것은 10% 수준으로 글로벌 평균의 6분의1에도 미치지 못했다.

보험업계 역시 소극적인 상황이다. 성장 정체에 직면한 보험업계는 ‘인슈어테크(보험+기술)’를 새로운 먹거리로 꼽는다. 규모가 작은 스타트업 중심으로 다양한 인슈어테크 기업이 등장하고 있다. 반면 보험사와 핀테크기업은 협업수준에 머물고 있다. 상대적으로 몸집이 무거운 보험사는 핀테크회사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나설 것이라는 시장의 예상과 달리 아직까지 인수 소식은 들려오지 않는다.

지난 7월부터 보험사가 보험업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거나 효율적인 업무수행을 위해 필요한 업무를 주로 하는 자회사를 소유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 기존에는 보험사가 비금융회사 지분을 15%까지만 소유할 수 있었다. 이 때문에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핀테크회사에 조금만 지분 투자를 해도 지분율 한도에 걸려서 투자가 어려웠다. 오히려 보험사가 아닌 카카오페이가 보험플랫폼 인바이유를 인수하며 보험시장에 참여하고 있다.

반면 보험사들은 협업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DB손해보험은 페르소나시스템과 가입상담부터 계약체결까지 모든 과정을 인공지능(AI) 로봇 텔레마케터(TM)를 개발 중이다. 대형 생명보험사 역시도 인수보다는 인슈어테크 기업에 투자, 육성을 위한 사무공간을 설치하는 데 방향을 두고 있다. 업계에서는 아직까지 핀테크 사업성이 증명되지 않았고 결정하기에 시간이 걸린다는 주장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대형사 위주로 투자에 활발히 참여하고 있다. 핀테크 자회사를 둘 수 있는 시행령이 개정된 지 얼마 되지 않았다”며 “다만 인슈어테크라는 흐름 속에서 몸집이 큰 보험사는 핀테크기업을 인수하는 데 방향을 둘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16호(2019년 10월29일~11월4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심혁주 기자

금융팀 심혁주 기자입니다.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상단으로 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