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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찬선의 패치워크 인문학-67] 케인스와 슘페터의 '기해왜란' 극복하기

홍찬선 전 머니투데이 편집국장2019.10.30 0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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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쿄 왕궁 마쓰노마 정전에서 열린 나루히토 일왕 즉위식. /사진제공=일본 내각부


일본의 새 왕 덕인(나루히토)이 10월22일 즉위식을 가졌다. 지난 5월1일 즉위한 지 5개월여 만의 일이다. 일왕 즉위식에 이낙연 총리가 축하사절로 참석했다. 이 총리는 즉위식이 끝난 뒤 아베 일본 총리를 만나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했다. 아베 정부가 지난 7월부터 한국에 경제보복 조치를 내림으로써 냉랭해진 한일관계가 풀릴 것이라는 기대를 낳게 하는 대목이다.

하지만 제비 한마리가 왔다고 봄이 오지는 않는다. 낙엽 하나가 가을을 부르지도 않는다. 아베 정부의 한국 경제보복은 쉽게 해결되기 힘든 복잡한 구조를 갖고 있어서다.

◆‘령화’가 뜻하는 것

덕인 시대의 연호는 령화(令和·레이와)로 정해졌다. 일본의 새 연호 령화는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시가집인 ‘만엽집’에 나오는 ‘초춘령월 기숙풍화’에서 ‘령’과 ‘화’를 따와 만든 말이다.

령은 일본이 연호제를 도입한 645년 대화(大和) 이후 248개 연호 가운데 처음이라고 한다. 반면 화는 19번 사용됐다. 또한 이전의 247개의 연호는 모두 중국 고전에서 가져온 것과 달리 일본 고전에서 인용한 것은 령화가 처음이다.

그만큼 령화는 ‘초봄 좋은 달, 기 맑아지고 바람 부드럽다’는 문장 그대로의 뜻 이외에 상징하는 게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헌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아베 정부의 복선이 깔렸을 수 있다. 아베 정부가 정한 령화의 ‘령’은 만엽집의 원래 뜻이 아니라 ‘일을 시키다, 명령하다, 법령, 장관’ 등의 의미로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 많고 많은 참고문헌에서 굳이 만엽집을 고른 데다 그 많고 많은 글자 가운데 령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이는 령화의 ‘화’의 의미와 연결시켜볼 때 그런 추론이 어느 정도 근거가 있다고 여기게 한다. 화는 화(禾·벼)와 구(口·입)가 모여 만들어진 글자로 함께 밥을 먹으면서 따듯하고 조화롭게 지낸다는 뜻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일본에서의 ‘화’는 ‘모든 것을 일본화시킨다’는 의미를 갖는다. 일본 정신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대화(大和)가 대표적이다. 일본에서는 ‘대화’라 쓰고 대화나 다이와로 읽지 않고 굳이 야마토라고 읽는다. 일제 군국주의 시대 대표적인 전함 이름도 야마토였다. 명치유신 이전까지는 늘 중국과 조선에서 앞선 문물을 도입하던 일본으로선 앞선 것을 모두 받아들여 일본화시킨다는 것에 긍정적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명치유신 이후에 군국주의와 제국주의를 받아들인 후 '화'는 중국과 한국, 동남아시아 등을 무력으로라도 일본화하겠다는 침략정신으로 변질됐다.

◆연호에 담긴 아베의 의도

아베 정부는 덕인 왕의 연호를 ‘령화’로 결정하면서 ‘일본인들에게 모든 것을 일본화하라고 명령한 것’은 아닐까.

인은 지난 5월1일 즉위하면서 첫 소감으로 “국민의 행복과 국가의 발전, 그리고 세계평화를 간절히 희망한다”고 밝힌 것으로 보도됐다. 이는 덕인의 아버지인 명인(아키히토) 전 일왕이 1989년 1월9일 즉위하면서 밝힌 “여러분과 함께 헌법을 지키고 평화와 복지증진을 희망한다”고 밝혔던 것과 대조적이다.

명인은 헌법수호 의지를 명확히 밝혔지만 덕인은 헌법에 대해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고 있다. 일본이 말하는 평화는 세계 구성원이 조화롭게 사는 것이 아니라 일본 주도로 질서가 짜이는 평화를 내포한다는 것이 그동안 역사에서 보여줬다.

아베 정부는 덕인 즉위와 령화라는 연호로 교묘하게 일본 평화헌법을 개정해 재무장을 추진하고 있다. 따라서 아베 정부는 한국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배상판결’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다. 규슈 등 한국 여행객이 많이 가는 지역 경제가 힘들어지고 삼성전자 같은 우량 구매기업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산업계의 볼멘소리에도 아베 정부가 한국에 대한 경제보복 조치를 철회하지 못하는 것은 다 이런 이유 때문이다.

◆한일 냉각 장기전, ‘슘페터’로 극복

한국은 덕인 즉위식을 계기로 한일관계가 개선될 것이라는 성급한 기대를 갖지 말아야 한다. 일본이 변하지 않는 상황에서 한일관계 개선은 한국의 양보를 뜻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은 끊임없이 일본의 변화를 촉구하면서도 우리의 기술자립도를 높이는 양면전략을 취하면서 장기전에 대비해야 한다.

슘페터는 자본주의 경제가 지속적으로 발전하려면 기업가 정신이 발현돼 창조적 파괴를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대기업 역할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대기업은 경제발전의 가장 강력한 엔진이 됐고 장기적인 총생산량의 확대에 기여했다. 완전경쟁은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열등한 모델이며 이상적인 효율성의 대명사로 찬양받을 만한 자격도 없다. 정부의 산업규제 이론이 기존의 대기업 이론에 바탕을 두는 것은 오류”라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10월17일 긴급경제장관회의를 소집해 ‘투자’와 ‘민간 활력’을 강조했다. 일본의 경제보복과 미·중 통상전쟁의 파고를 이겨내려면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민간기업의 투자가 절실하다는 것을 인식한 것으로 해석된다.

민간 투자가 활성화되려면 기업하려는 의지, 즉 기업가 정신이 살아나야 한다. 투자는 정부가 하라고 이뤄지는 게 아니다. 기업가들이 ‘야성적 충동’을 발휘해야 이뤄질 수 있다. 슘페터는 기업가들이 창조적 파괴라는 혁신을 이뤄내는 것은 ▲자기 왕조를 건설하려는 꿈과 의지 ▲승리자가 되고자 하는 의지 ▲창조의 기쁨이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즉 혁신을 이뤄 경제성장과 발전에 기여하는 만큼의 사회적 대우를 받아야 신이 나서 기업가 정신을 발휘한다는 뜻이다.

한국 경제는 그동안 케인스주의적 재정·금융 확장정책에 젖어 있었다. 그 결과 절대빈곤에서 벗어나 30-50클럽에 7번째로 가입하는 성과를 일궈냈다. 하지만 부작용도 엄청나다. 갈수록 쌓여 가는 부채가 그것이다. 가계는 물론 정부마저 빚을 권하는 사회, 즉 ‘빚권사’가 된 지 오래다.

일방적인 케인스주의에서 벗어나 슘페터가 강조한 창조적 파괴를 일궈낼 수 있는 기업가와 기업가 정신을 발휘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드는 게 정부의 가장 큰 과제 중의 하나다. 그것이 바로 ‘기해왜란’으로 표현되는 일본의 시대착오적 경제보복을 확실히 물리칠 수 있는 방법이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16호(2019년 10월29일~11월4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홍찬선 전 머니투데이 편집국장

안녕하세요. <머니S> 김정훈입니다.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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