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불어날 기미 없는 생보사 ‘710조원 곳간’

장우진 기자2019.10.21 06:42

생명보험사들이 투자자산을 효율적으로 운용하기 위해 자산운용사와의 손을 잡았지만 이렇다 할 시너지를 내지 못해 수익률이 저조한 수준에 머무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업 규제 강화와 저금리 기조 장기화로 투자전략이 더 중요해졌지만 보험업 특성상 안전자산 투자 비중이 높을 수밖에 없어 투자전략을 다양화하기 어려운 게 배경으로 꼽힌다. 일부 대형 생보사는 지배구조도 엮인 상태여서 운용사의 역할이 모호한 측면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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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미지투데이


◆시너지 없는 협력… 수익률 부진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올 7월 말 생보사 24곳의 평균 운용자산이익률은 3.4%로 조사됐다. 올 6월 말 생보사의 운용자산 규모는 710조원에 달한다.

농협생명(2.5%), BNP파리바카디프생명(2.8%), 미래에셋생명(3.1%) 등은 평균에 미치지 못했다. 한화생명(3.4%)은 평균 수준에 머물렀고 삼성생명(3.5%)도 평균을 간신히 웃도는 수준에 그쳤다. 교보생명은 4.0%의 운용자산이익률을 기록해 상대적으로 양호했다.

이들은 자산운용 계열사와의 협업에 적극 나선 생보사들이다. 농협은 금융그룹 차원에서 자산운용 계열사와 시너지 확대에 집중하고 나섰다. 한화생명은 한화자산운용을, 삼성생명은 삼성자산운용을 각각 자회사로 두고 있다.

미래에셋생명의 경우 업계 1위인 미래에셋자산운용을 모회사로 두고 있으며 BNP파리바카디프생명은 관계사로 분류되는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과 협업에 나선다. 교보생명의 경우 글로벌 투자 노하우를 습득한다는 취지에서 미국·일본에 해외 자산운용 법인을 설립해 운영 중이다. 대부분 생보사가 영업을 목적으로 해외법인을 설립하는 것과 대조되는 전략이다.

이 밖에 KB·하나생명 등도 계열 자산운용사를 두고 있고 동양·ABL생명도 계열 자산운용사를 두고 있었지만 현재는 매각된 상태다.

◆투자전략·지배구조 한계 드러나



생보사와 자산운용 계열사의 협업 실효성이 떨어지는 이유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을 제외한 나머지 자산운용사의 규모가 그리 크지 않고 생보사 특성상 안전자산 투자 비중이 높아 투자전략을 다양화하기 어렵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해외투자 등 공격적으로 자산을 운용했던 농협생명이나 한화생명은 환율 변동성에 대규모 환차손을 입어 득보다 실이 더 컸다.

농협금융그룹은 자산운용 계열사 시너지에 가장 적극적인 금융사다. 농협지주는 지난 2014년말 아문디와 업무협약을 채결했고 2016년엔 농협금융이 지분 70%, 아문디가 30%를 각각 출자해 NH아문디자산운용 합작사를 출범했다. 보수적 자산전략을 벗어난 공격적인 투자로 투자수익률을 끌어올리겠다는 게 협업 배경이다.

하지만 농협생명은 NH아문디자산운용 외에 20여개의 자산운용사에 위탁운용을 맡기는 것으로 알려져 실질적인 협업 비중은 극히 낮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는 주식투자에서 대규모 손실을 입는 뼈아픈 실책으로 지난해 1141억원의 당기순손실을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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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자산운용은 한화생명이 지분 100%를 보유한 완전 자회사로 운용보다 지배구조 차원에서의 역할이 더 크다는 평이 나온다. 재계에서는 김승연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가 방산·태양광 사업을, 둘째인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가 금융계열사를 맡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경우 한화생명을 주축으로 더 쉽게 계열분리를 진행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화그룹은 2022년 한화생명(구 대한생명)을 인수했으며 2009년 한화자산운용에 지분을 투자하며 자회사로 영입했다. 올 7월엔 한화투자증권의 유상증자에 한화자산운용이 참여하면서 최대주주로 등극했다. 한화생명-한화자산운용-한화투자증권의 구조가 완성된 셈이다.

삼성생명은 지배구조 특성상 투자전략에 한계가 있다. 대부분 생보사는 주식투자 비중이 1%내외에 불과하지만 삼성생명은 계열사 지분을 다량 보유해 주식비중이 10%를 넘어선다. 이마저도 금산분리 차원에서 삼성전자 지분을 꾸준히 팔아온 데 따라 낮아진 것이다. 위험자산 투자 비중이 높다보니 나머지 자산은 안전자산인 채권 위주로 투자할 수밖에 없다. 운용사 역량이 중요치 않은 것이다.

한 생보사 관계자는 “고객 보험료를 운용하는 특성상 위험자산 투자를 지양하고 안정적 운용전략을 추구하고 있다”며 “단기적인 수익 증대를 위한 채권매도 등 일회성요인은 지양하는 편”이라고 언급했다.

◆변액펀드는 상대적 양호



미래에셋생명과 BNP파리바카디프생명은 변액보험에 주력하다 보니 일반계정 투자수익률이 부진했다. 변액보험과 퇴직연금은 특별계정으로 따로 분류해 운용한다. 변액펀드의 경우 위험자산 투자 비중이 높은 만큼 계열 운용사 의존도가 높다.

미래에셋생명 관계자는 “변액보험 자산의 위탁 같은 경우 허용범위 내에서 유동적으로 운용하고 있다”며 “이에 반해 일반계정 자산의 일임규모는 상대적으로 미미한 편”이라고 말했다.

BHN파리바카디프생명과 KB생명은 ELS변액보험을 핵심 상품으로 판매하고 있다. 이 상품을 ELS변액펀드를 운용하는 자산운용사는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KB자산운용, 메리츠자산운용 정도로 각 사는 계열 자산운용사가 위탁관리하는 비중을 높게 가져가고 있다.

다른 생보사 관계자는 “큰 틀에서의 자산운용 전략은 생보사의 의지대로 흘러가지만 세부적인 전략은 투자를 맡은 자산운용사의 역량”이라며 “계열 자산운용사가 상대적으로 투자전략을 가장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15호(2019년 10월22~28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장우진 기자

머니S 금융증권부 장우진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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