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휘어지고 둘둘 말고 뚝딱 조립… “코리아TV 넘버원”

박흥순 기자2019.10.22 06:06
한국산 TV가 전세계를 휩쓸고 있다. 일본의 재기 시도와 중국의 추격이 매섭긴 하지만 한국 역시 차세대 디스플레이에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하며 미래 TV시장의 선도 기반도 마련 중이다. <머니S>는 한국산 TV의 활약을 중심으로 글로벌 TV시장의 판도를 살펴봤다. 또한 고정관념을 탈피한 TV의 새로운 변신과 디스플레이 패널의 발전사도 함께 소개한다. <편집자주>

[한국 TV, 세계를 품다-중] 이색 디자인에 인공지능까지… ‘무한변신’


통상 TV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검은색 평면화면’이다. TV는 현관문을 열면 가장 먼저 보이는 가전으로 십여년간 디자인과 기능에서 큰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그간 TV업계는 ‘베젤(디스플레이를 감싼 화면)을 얼마나 없앴는가’, ‘얼마나 큰 해상도를 구현할 수 있는가’, ‘얼마나 얇게 만들 수 있는가’ 등 기술 한계를 강조하면서 경쟁을 벌였다.

하지만 이런 업계의 노력에도 TV 시청시간은 점차 감소했다. 방송통신위원회의 ‘2018 방송매체 이용행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시청자들의 하루 평균 TV 시청시간은 2013년 3시간14분으로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점차 감소했다. 지난해 TV 시청시간은 2시간57분으로 5년 전보다 17분 줄었다.

TV 시청시간의 감소는 업계에 ‘보지 않아도 값어치 하는 TV’라는 과제를 던졌다. 전세계 TV제조사는 화면 몰입감을 극대화하고 사용하지 않을 때 주변환경과 조화를 이루면서 검은 화면이 보이지 않게 보완하는 방안을 고민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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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관계자가 ‘더 세로’를 시연하고 있다. /사진=장동규 기자


◆TV의 숙명… 꺼진 시간 잡아라

TV의 변화는 2013년 1월 미국에서 열린 ‘소비자가전쇼’(CES)에서 ‘커브드TV’가 공개되면서 시작됐다. 커브드TV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소재의 디스플레이를 휘어 곡선 형태의 디스플레이를 갖춘 수상기다. 기존과 다른 독특한 디자인이 가능하고 시청자의 시야와 디스플레이 사이의 거리를 일정하게 유지해 눈의 피로를 줄일 수 있으며 영상의 왜곡도 없앨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커브드TV는 출시 초기만 해도 삼성전자와 LG전자, 소니 등이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하지만 최근 다양한 TV가 출시되고 고질적인 문제점이 제기되면서 성장이 멈췄고 LG전자와 소니는 아예 2017년부터 관련 제품 생산을 중단했다. 지난해 커브드TV의 글로벌 총 판매량은 454만대로 지난해(793만대) 대비 42.7% 급락했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화면이 휘어진 만큼 화면의 중심에서 벗어난 각도에서는 화면이 반사되거나 명암비, 채도 등이 떨어진다는 한계점으로 지적되면서 성장이 멈췄다”며 “비슷한 시기에 평면 OLED TV의 가격이 저렴해진 것도 커브드TV의 성장을 저해한 요소 중 하나”라고 말했다.

커브드TV는 흥행면에서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지만 TV 폼팩터(Formfactor. 제품형태)에 변화를 몰고와 액자형TV, 모듈러TV, 롤러블TV 등이 개발되는 효과를 낳았다.

같은해 12월 LG전자는 액자형TV인 ‘갤러리 올레드 TV’를 선보였다. 액자형TV는 소비자가 TV를 시청하지 않을 때 빈센트 반 고흐, 오귀스트 르누아르 등 유명 작가의 명화가 화면을 채우는 방식이다. 삼성전자는 이보다 앞선 2017년 6월 ‘더 프레임’이라는 이름의 액자형TV를 국내 시장에 출시하면서 시장에 뛰어들었다.

액자형TV는 출시 당시 500만원이 넘는 가격 탓에 일반 소비자에게 큰 호응을 얻지 못했다. 하지만 액자형TV의 가격이 하락하고 자신의 취향을 삶에 반영하고자 하는 소비자가 증가하면서 주목받고 있다. 이에 삼성전자는 지난 상반기 액자형TV를 ▲세로방향 TV ‘더 세로’(The Sero) ▲사용하지 않을 때 스크린에 날씨·시간 등을 출력하는 ‘더 세리프’(The Serif) ▲명화를 감상할 수 있는 ‘더 프레임’(The Frame) 등으로 세분화하면서 본격적인 시장공략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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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대로 뚝딱, 모듈러TV

지난해에는 사용자가 크기를 마음대로 선택하고 할 수 있는 TV도 공개됐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월 CES 2018에서 ‘더월’(The Wall)을 선보여 모듈러TV의 등장을 알렸다.

모듈러TV는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인 ‘마이크로LED’를 토대로 작동한다. 이 마이크로LED는 0.5~10마이크로미터(㎛) 크기로 OLED를 포함한 기존 디스플레이보다 밝기, 명암, 색재현율, 발광효율, 광원수명, 소비전력 등이 우수하다. 또 소비자가 원하는대로 TV의 크기와 형태를 조립할 수 있어 베젤이 전혀 없는 TV의 구현은 물론 벽 전체를 TV로 만들 수도 있다.

더월은 최소 16개 이상의 모듈을 사용해야 하며 146인치, 219인치, 292인치 등으로 구성할 수 있다. 제품 가격은 설치 환경에 따라 다른데 모듈 1개당 가격이 1000만원을 넘어 더월을 집안에 구축하려면 최소 수억원이 필요하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마이크로 LED를 도입하는 이유로 “LG전자와의 화질분쟁을 마무리 짓고 차세대 시장을 선점하기 위함”이라며 “초고가 TV 경쟁은 차세대 기술 확산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고 분석했다.

◆말아서 보관하는 롤러블TV

삼성전자가 모듈러TV에 집중하는 사이 LG전자는 말아서 보관할 수 있는 롤러블TV 개발에 몰두했다. 지난 1월 미국에서 공개된 롤러블TV ‘LG 시그니처 올레드 TV R’은 OLED의 화질을 유지하면서도 시청하지 않을 때 화면을 본체 속으로 말아 넣는 디자인이 특징이다. 디스플레이 패널의 두께는 1㎜ 미만이며 이를 두루마리 휴지처럼 말 수 있는 기술이 적용된 것.

이 TV는 공개되자마자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iF 디자인 어워드’, ‘IDEA’ 등 세계 3대 디자인 상을 모두 휩쓸었다.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기반의 폼팩터 전환에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외신의 찬사도 쏟아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세계 가전업계는 TV를 사용하지 않을 때 어떻게 보여야 하는가를 두고 고심했다. 현재까지는 LG전자의 아이디어가 최고”라며 “올해 선보인 가장 멋지고 말도 안되는 신기술”이라고 극찬했다.

롤러블TV는 아직 시제품만 공개된 수준이고 가격이 65인치 기준 5000만원에 달할 것으로 보이지만 전세계 바이어들의 문의가 끊이지 않는다. LG전자 측도 예상 밖의 인기에 놀란 상황이다. 권봉석 LG전자 MC/HE 사업본부장 사장은 “LG 올레드 TV R은 폼팩터의 변화를 선도해 디스플레이 진화의 정수를 보여줄 것”이라며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LG전자는 LG 시그니처 올레드 TV R의 뒤를 이을 차기작 개발에도 본격 착수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15호(2019년 10월22~28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박흥순 기자

<머니S> 산업1팀 IT담당 박흥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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