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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웅의 여행톡] 서울불꽃, 이보다 더 환상적이랴

박정웅 기자2019.10.07 10:16
요트에서 본 서울세계불꽃축제 불꽃쇼
한강 수놓은 수천의 불꽃, 크루징의 황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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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대교 앞 강상에서 바라본 불꽃쇼. /사진=박정웅 기자
수많은 불꽃이 한강의 밤하늘을 장식했다. 한강의 바지선에서, 원효대교에서 치솟은 불덩이는 제 몸을 산산이 부수면서 명멸했다. 불꽃은 어둠에서 더욱 빛났다. 불꽃은 특히 시꺼먼 밤하늘과 대조를 이뤘다. 뿐인가. 불꽃은 가장 낮은 교각의 어둠 사이로도 타올랐다. 찰나의 생애는 검푸른 한강에도 비췄다.

가을의 한복판으로 향하는 시월의 첫 주말, 하늘은 잔뜩 찌푸려 있었다. 스산한 바람과 함께 빗방울도 한두 방울 날렸다. 서울세계불꽃축제가 예고된 지난 5일, 서울의 가을하늘은 전매특허인 ‘쾌청’과는 거리가 멀었다.

간간이 흩뿌리는 비는 그렇다 치고 바람이 큰 걱정거리였다. 일정 풍속 이상이면 안전상 불꽃축제의 하이라이트인 ‘불꽃쇼’는 취소되기 마련. 카메라와 우산, 도톰한 겉옷을 챙기면서 ‘걱정 반’까지 가방에 구겨 넣었다.

행선지는 서울마리나다. 이날 서울CEO요트아카데미 원우들과 프리미엄요트인 ‘프린세스67’에 승선해 강상에서 불꽃쇼를 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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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발하는 듯한 불꽃. 오른쪽으로 연기가 자욱하다. /사진=박정웅 기자
강상에서 불꽃쇼라. 서울세계불꽃축제의 불꽃쇼는 여태껏 두 번밖에 보질 못했다. 그것도 인파를 뒤로 여의도와 이촌한강공원 등 소위 명당이라고 하는 곳은 제쳐놨다. 멀찍이 하늘공원에서 한번, 또 서울역행 기차가 한강철교를 지나는 지점에서 운 좋게 또 한번이 다였다.

불꽃쇼가 임박할수록 기분은 살짝 들뜨기 시작했다. 한강의 한 가운데서 불꽃쇼를 보는 건 처음이다. 더구나 프리미엄요트의 크루징에서의 호사다. 까치발을 하거나 어깨를 부딪힐 일도 없다. 이 때문인지 크루징과 불꽃쇼를 연계한 액티비티 상품권은 고가임에도 축제 몇주전부터 동났다는 소문이다.

서울마리나를 나선 프린세스67은 밤섬 인근에 닻을 내렸다. 밤섬과 여의도 한강공원 사이의 한강에는 수많은 배들이 나와 있었다. 패들보트, 제트스키, 상륙정, 세일링요트, 프리미엄요트까지 이들의 면모도 다양했다. 뭍의 명당만큼은 아닐지라도 불꽃쇼 관람 열기는 물에서도 뜨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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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불꽃. 마포대교 교각 사이로 세일링요트가 보인다. /사진=박정웅 기자
앞서 불꽃쇼에선 한강에서 볼 수 있는 죄다 본다는 얘기를 들었다. 서울마리나를 비롯해 한강의 이곳저곳에 있는 모든 배가 이날 한자리에 모인다는 뜻이다. 에이스요트의 한 관계자는 “한강에서뿐만 아니라 화성의 전곡마리나, 김포의 아라마리나에서도 불꽃쇼를 보러 온다”면서 “한강에서 즐기는 불꽃쇼가 더 아름답기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프린세스67이 앵커링을 한 밤섬 인근 수상은 불꽃을 쏘아올리는 곳과는 거리가 꽤 멀었다. 불꽃쇼 바지선의 위치는 한강철교 방향의 원효대교 쪽이다. 수상안전을 위해 마포대교서부터 한강 상류 방향의 접근을 완전히 통제한다.

저녁 7시40분, 예고한 대로 첫 불꽃이 하늘을 밝혔다. 이번 불꽃쇼에는 써니(중국), 예테보리스(스웨덴), 한화(한국) 등 3개국 3팀이 참가했다. 첫 주자는 써니는 중국 특유의 웅장한 불꽃을 선보였다. 이어 예테보리스가 경쾌한 음악 비트에 맞춰 섬세한 불꽃을 연출했다. 불꽃쇼의 하이라이트는 한화가 장식했다. 특히 원효대교를 활용한 불꽃쇼는 돋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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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대교의 실루엣과 불꽃의 향연. /사진=박정웅 기자
어떤 불꽃은 화려했고 어떤 건 수수했다. 또 하늘에서 펑 터지면서 아름다움을 과시하는 것이나 강으로 꺼지면서 여운을 남긴 것도 있었다. 불꽃은 크기와 밝기, 색상과 화려함에서 저마다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꽤 찬 가을 강바람을 맞고서도 불꽃쇼에 눈을 단 한순간 떼지 못한 이유다.

80분가량의 불꽃쇼. 불꽃의 잔상은 오래 남았다. 또한 먼 곳에서도 들은 불꽃의 소리는 인상적이었다. 마른 장작이나 대나무에 불이 들어가는 것처럼 어떤 불꽃은 짧은 비명을 질렀다. 절정에는 전장의 총포처럼 격렬하기도 했다. 불꽃이 지난 자리, 여운은 어두운 하늘 끝자락을 붙잡았다. 자신을 태우며 내뿜은 불꽃의 연기는 새로운 불꽃 사이에서 암전과 명전을 거듭했다.
박정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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