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100원 팔면 30원 손해… ‘실손’서 손 떼는 생보사

김정훈 기자2019.10.09 06:23

생명보험사들이 치솟는 실손의료보험 손해율로 신음하고 있다. 실손보험 손해율이 100~130%에 달하며 수익성 악화 요인으로 작용해서다. 견디다 못한 중소형 생보사 5곳은 실손보험 판매를 중단했다. 몸집이 큰 생보사 9곳은 판매를 유지하고 있지만 높아지는 손해율로 판매 중단을 고민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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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의 한 종합병원에서 보호자들이 진료비 수납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DB


◆“팔수록 손해… 더 이상 못 팔겠다”



국내에서는 2003년부터 생보사 실손보험이 판매되기 시작했다. 국내 생보사 17곳이 실손보험 판매에 나섰지만 현재는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생명보험업계에 따르면 국내 생보사 중 실손보험을 판매 중인 곳은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NH농협생명, 미래에셋생명, 신한생명, 동양생명, ABL생명, 흥국생명까지 총 9곳이다.

최근 3년간 푸본현대생명과 KB생명, DGB생명, KDB생명, DB생명 등 중소형사 5곳이 치솟는 손해율을 감당하지 못하고 결국 실손보험 판매를 중단했다.

2010년대 초반만 해도 생보사 실손보험 손해율은 100%를 넘기지 않았다. 당시에도 손해보험사 실손보험 손해율은 120%를 돌파하는 등 손해가 막심했다. 반면 생보사 실손보험은 손보사 상품에 비해 보험료가 높고 상품 구성도 다양하지 않아 가입자가 적었다. 손해율이 적정 수준을 유지했던 이유다.

하지만 2013~2014년부터 생보사들이 수익성을 이유로 실손보험 판매에 적극 나서면서 손해율도 함께 치솟기 시작했다. 지난해 말 기준 생보사 9곳의 실손보험 손해율은 평균 110~120%에 달한다. 올 상반기 전체 보험사 실손보험 손해율은 약 130%다. 손보사 못잖게 생보사 실손보험 손해율이 높아진 것이다.

손해율이란 거둔 보험료 대비 나간 보험금을 뜻한다. 이 비율이 100% 이상이면 보험사는 적자를 낸다. 몸집이 큰 생보사들은 100% 이상의 손해율에도 실손보험 판매를 유지할 수 있는 ‘체력’이 있지만 중소 생보사들은 줄줄이 백기를 들었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판매채널이나 상품 포트폴리오가 다양한 중대형 보험사에 비해 중소형사들은 한 상품라인에서 손해율이 커지면 판매 포기를 선택하는 편이 낫다”며 “또 끼워팔기가 금지되면서 중소형사 입장에서는 실손보험을 다른 상품 영업유도용으로 쓰기도 어려워 판매를 지속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실손보험 판매 생보사 9곳도 높은 손해율을 기록, 백기를 들 보험사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생명보험협회 공시에 따르면 실손보험을 판매하는 생보사 9곳의 손해율은 삼성생명이 118.6%, 한화생명 114.9%, 교보생명 114.0%, NH농협생명 129.3%, 미래에셋생명 118.5%, 신한생명 121.9%, 동양생명 123.0%, ABL생명 114.5%, 흥국생명 116.8%였다. ABL생명을 제외한 8곳의 손해율은 전년대비 2.7~15.6% 증가했다.

NH농협생명은 2017년 113.7%를 기록한 손해율이 지난해 129.3%로 15.6% 증가하며 상승폭이 가장 컸다. 결국 NH농협생명은 올 8월 ‘NH온라인실손의료비보험’(갱신형) 판매를 접었다. 온라인으로 대표되는 비대면채널 판매를 접고 대면채널에서만 실손보험을 판매하기로 결정했다.

NH농협생명 측은 온라인 실손보험 판매 중단에 대해 “포트폴리오 조정 때문”이라고 이유를 밝혔지만 보험업계에서는 사실상 손해율 관리차원으로 보고 있다.

최근 생보사들의 실적은 좋지 않은 상황이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19년 상반기 생명보험회사 경영실적’에 따르면 올 상반기 생보사 당기순이익은 2조1283억원으로 전년 동기(3조1487억원)보다 무려 32.4% 감소했다. 저금리기조 때문에 자산운용 측면에서 어려움을 겪는 생보사 입장에서 손해율이 높은 실손보험은 털어내고 싶은 상품이다. 실손보험은 정부가 요금을 통제하고 있어 보험료 인상도 쉽지 않다.

하지만 생보사들은 쉽사리 실손보험 판매 중단에 나서지 못하는 분위기다. 생보사 한 관계자는 “실손보험은 의무보험이 아니지만 가입자가 3400만명에 달하는 국민보험 이미지를 갖고 있다”며 “아직 영업현장에서는 ‘실손을 판매하는 보험사’라는 이미지도 중요하다. 손해율이 오르지만 당장 판매를 중단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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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가면… 보험료 17배↑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실손보험(생·손보사 합산)의 손해율은 약 130%로, 2016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손해율이 급상승한 배경에는 최근 의료비 청구금액 및 청구건수가 급증한 것이 주효했다. 최근 몇 년간 평균 15%의 상승률을 보인 손해액은 올 상반기에는 전년 동기 대비 20% 급상승했다. 또 손해액 증가로 위험손해율과 영업손해율도 모두 악화됐다

손보사들도 130%에 달하는 실손보험 손해율로 시름하기는 마찬가지다. 손보사 역시 한때 13곳에서 실손보험을 팔았으나 현재는 10곳만 판매 중이다. 실손보험 판매사들이 지속적으로 손해 보는 구조를 개선할 수 없다면 관련 상품 판매사가 계속 줄어들고 보험료는 꾸준히 인상될 수밖에 없다.

보험연구원이 개최한 정책세미나에서는 실손보험 손해율이 계속 오르면 가입자가 내는 보험료가 최고 17배까지 오를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생·손보사 구분없이 보험업계 전반에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13호(2019년 10월8~14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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