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고동치는 ‘전기차 심장’, 승자는 누구

이한듬 기자2019.10.09 06:13

전기차의 핵심부품인 배터리가 고공성장을 거듭하면서 2020년대에는 글로벌산업을 주도할 제2의 반도체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머니S>는 글로벌 배터리시장 경쟁과 차세대배터리 개발 현황을 살펴봤다. 또한 배터리가 진정한 친환경으로 거듭나기 위한 필수조건인 ‘폐배터리 재활용’ 준비 상황도 점검해봤다. [편집자주]

[배터리 전쟁-상] 글로벌 시장서 ‘한판 승부’


전기차 배터리시장이 춘추전국시대를 맞이했다. 모빌리티 혁신과 친환경 흐름을 타고 내연기관차를 대체할 게임체인저로 전기자동차(EV)가 급부상하면서 ‘전기차 심장’인 배터리사업에 뛰어드는 기업이 늘고 있다. 완제품 제조뿐만 아니라 핵심소재와 원재료분야에도 발을 들이면서 배터리시장의 경쟁이 한층 뜨겁게 달아오르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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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미지투데이

◆판 커지는 배터리시장

현재 전세계 배터리시장은 한국과 중국, 일본이 주름잡고 있다. 전기차 및 배터리 시장조사기관인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기준 전세계 전기차용 2차전지 출하량은 65.47기가와트시(GWh)다. 이 중 중국이 34.62GWh로 52.9%의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다. 일본은 17.95GWh를 출하해 27.4%를, 한국은 12.9GWh로 19.7%의 점유율을 각각 차지하고 있다.

국내 제조사별 점유율은 LG화학 8.4GWh(12.8%), 삼성SDI 2.9GWh(4.4%), SK이노베이션 1.6GWh(2.4%) 순으로 글로벌 1위를 점유한 중국 CATL(17.3GWh, 26.4%)에 비하면 크게 뒤쳐진다. 하지만 국내기업들이 전기차 배터리 수요증가에 따라 국내외 거점에 대대적인 시설확충에 나서면서 2025년 무렵엔 판도가 뒤바뀔 전망이다.

전세계 전기차 배터리시장은 2025년 최대 1000GWh로 성장할 전망인데 김광주 SNE리서치 대표는 최근 배터리 콘퍼런스에서 “2025년 LG화학은 221.5GWh의 연산능력을 갖추게 될 것”이라며 “이어 중국 CATL(204.2GWh), 일본 파나소닉(137.5GWh), 삼성SDI(131.6GWh), SK이노베이션(98.7GWh)의 순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변수는 해외기업들의 도전이다. 중국이나 일본도 투자를 더욱 늘리고 있고 특히 최근엔 유럽이 한·중·일 3국에 치우친 배터리시장의 균형추를 바로잡기 위해 힘을 모으고 있기 때문.

독일과 프랑스는 앞으로 4년간 자국에서 배터리 생산공장을 1곳씩을 신설하는 데 최대 60억유로(7조9000억원)를 공동투자하기로 했다. 유럽연합(EU)도 유럽 내 배터리공장을 건설하는 자국 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보조금 지급방안을 추진 중이며 현지 완성차업체들도 배터리 내재화율 확대를 위한 투자를 강화한다.

독일 폭스바겐은 스웨덴 배터리제조사 노스볼트와 합작사를 설립하고 내년부터 독일 잘츠기터에 16GWh 규모의 공장을 짓기로 했다. 또한 2025년까지 배터리분야에만 570억달러를 투자한다. 다임러벤츠도 폴란드에 2억유로를 들여 자체적인 배터리공장 설립을 추진키로 했다. 이외에 미국 테슬라도 자국 전기차배터리 생산업체인 ‘맥스웰 테크놀로지’를 2억3500만달러에 인수해 자체 배터리 생산을 추진하고 있다.

최경윤 한국무역협회 브뤼셀지부 팀장은 “2025년쯤이면 유럽업체와의 경쟁대결이 불가피하다”며 “한국 배터리업계는 기존 유럽 고객사와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유럽업체와 합작사 설립 등 협력을 통해 배터리 공급처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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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베이션 연구원이 전기차용 배터리 셀을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제공=SK이노베이션

◆특허침해·인재유출 갈등도

배터리시장이 급격히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핵심소재와 원재료사업도 주목받는다. 특히 주력사업이 배터리와 무관한 기업들도 해당분야를 미래 먹거리로 여겨 사업을 키우는 모양새다.

포스코는 지난 4월 음극재업체인 포스코켐텍과 양극재업체인 포스코ESM를 통합해 ‘포스코케미칼’을 출범하면서 연산 1만5000톤 규모의 양극재 생산체제를 갖췄다. 또한 이달 중으로 경북 포항에 음극재 2공장 1단계 투자를 진행하고 내년 4분기까지 2단계 투자를 끝내면 음극재 연산능력은 4만4000톤으로 늘어난다.

두산은 지난해 7월 본격적인 전지박사업 진출을 선언한 뒤 헝가리 터터바녀 산업단지 내 14만4000㎡ 부지에 내년 초 완공을 목표로 연산 5만톤 규모의 전지박공장을 짓고 있다. 이외에 코스모신소재와 동화그룹도 각각 양극재와 전해질분야 투자를 확대하기로 했다.

배터리시장이 전반적으로 확대되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인력이나 기술유출 등의 문제도 불거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중국, 유럽 등의 업체들은 한국기업의 2∼4배 수준의 높은 연봉을 주고 국내 인재를 채용 중이다.

스웨덴 배터리업체 노스볼트는 최근 30명 이상의 한국인과 일본인 연구원을 영입했다고 밝혔는데 이들은 LG화학과 일본 파나소닉 출신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CATL과 BYD도 각각 파격적인 연봉을 제시하며 한국 배터리인력을 모집한 바 있다. 인재유출은 기술유출로 이어질 우려가 있기 때문에 보호책 마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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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기업인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간 진행 중인 다툼은 이 같은 문제를 단적으로 조명하는 사례다. LG화학이 자사 인력과 기술을 유출한 혐의로 지난 4월 미국에 SK이노베이션을 제소한 것을 시작으로 양사 간 한치의 양보도 없는 비방전과 추가소송이 연일 계속되고 있는 것.

지난달 양사 최고경영자(CEO) 간 회동으로 대화의 물꼬를 트긴 했지만 양측 모두 강경한 대응을 고수하고 있어 사실상 협상을 통한 사태해결은 요원해 보인다. 특히 국내기업 간 싸움이란 점에서 국익훼손 우려가 크지만 LG화학은 “영업비밀이든 특허든 이를 보호받지 못한다면 해외경쟁사들의 표적이 될 것”이라며 시비를 끝까지 가리겠다는 각오다. 이에 대해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모든 법적인 조치를 포함해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13호(2019년 10월8~14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이한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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