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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꽉 차도, 비어도 문제”… 고척돔은 왜 생겼을까

김창성 기자2019.10.03 0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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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척돔에서 열리는 콘서트를 앞두고 붐비는 경인로. /사진=김창성 기자

고척 스카이돔(고척돔)은 국내 최초 다목적 돔야구장이다. 3~9월(포스트시즌까지 할 경우 최대 11월)은 야구경기가 열리고 야구경기가 없는 날에는 콘서트나 시상식, 각종 행사 등이 열린다. 날씨에 구애 받지 않고 돔 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2015년 9월 완공 이래 많은 이들이 찾는 명소로 자리매김했다.

반면 고척돔으로 인해 파생된 문제점도 적지 않다. 가뜩이나 상습 정체구간인 경인로 일대의 교통체증은 더 심해졌고 고척돔과 한 몸으로 출발한 지하푸드몰은 장사가 안 돼 대부분 폐업했다. 풍선효과를 기대했던 길 건너 상권도 곳곳에 공실이 보이는 등 고척돔 효과를 누리지 못한다. 객석을 꽉 채워도 텅텅 비어도 문제가 만연한 고척돔은 대체 왜 생겼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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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 빈 고척돔 지하푸드몰. /사진=김창성 기자


◆텅 빈 지하푸드몰

고척돔 내부는 지상 1~4층은 그라운드와 관중석, 지하 1층은 푸드몰과 주차장, 지하 2층은 체육시설(수영장)이 들어섰다.

야구 시즌 중에는 야구경기가 열리고 경기가 없는 날이나 비시즌 중에는 콘서트, 각종 시상식 등이 열려 활용도가 높다.

하지만 고척돔은 곳곳에 문제투성이다. 운영업체와 점주와의 갈등으로 2016년 말 영업이 중단됐던 지하푸드몰은 이제 몇 업체만 남고 텅 비었다. 현재 고척돔 지하푸드몰은 ▲닭강정 가게 ▲햄버거 가게 ▲샌드위치 가게 ▲커피숍 2곳 ▲편의점만 남았다. 지하푸드몰은 한 때 가게가 30곳에 달하고 종류도 다양했지만 현재는 5곳만 남았고 이 마저도 언제 문을 닫을지 모르는 실정이다.

지하푸드몰 직원 A씨는 “그나마 경기가 있는 날에는 사람들이 몰리지만 평소에는 아예 없다”고 설명했다.

지하푸드몰의 몰락은 고척돔 개장 당시부터 지적됐지만 개선되지 않았다. 지하푸드몰과 경기장을 바로 연결하는 통로는 엘리베이터 1대뿐인데 이는 3층 스카이박스 이용자 전용이다. 일반관람석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경기장을 빠져 나와 지하 전용 출입구로 내려와야 해 번거롭다. 엘리베이터가 2층 일반관람석 입구에 정차해도 단 1대뿐이어서 1만명이 넘는 관람객을 지하푸드몰과 관람석으로 실어 나르기에는 역부족이다.

이 같은 기형적 동선은 고척돔 외벽이 바로 옆 안양천로와 고원초등학교와 불과 5m 떨어질 만큼 부지가 좁은 탓이다. 좁은 부지에 돔구장이 들어서다 보니 내부시설 이용을 위한 원만한 동선을 짜는 것이 애초부터 한계가 있었다.

고척돔을 찾은 야구팬 B씨는 “다른 야구장과 달리 고척돔은 야구장 이용객을 위한 동선에 취약하다”며 “처음 왔을 때는 지하푸드몰이 있는지도 몰랐지만 알게 된 이후에도 이용이 불편해서 안 가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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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척돔 길 건너 먹자골목의 공실 상가. /사진=김창성 기자


◆늘어난 교통체증… 상권 풍선효과도 없다

결국 고척돔 지하푸드몰은 부족한 부지에 들어선 태생적 한계가 작용해 경기가 있는 날도 이용객이 제한적이라 매장은 하나둘 문을 닫았다. 관람객들은 고척돔과 도보 5분 거리인 대형마트를 이용하거나 길 건너 먹자골목을 찾지만 그렇다고 먹자골목이 큰 반사이익을 얻는 것도 아니다.

먹자골목 상인 C씨는 “이곳(먹자골목)은 야구장이나 콘서트 관람객의 영향을 받지 않고 동양미래대 학생들의 방학시즌에 침체가 더 큰 상권”이라며 “고척돔이 들어선다고 했을 때 매출 상승 기대가 컸지만 기대만큼의 성과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실제로 최근 이곳을 찾았을 때 H.O.T의 콘서트가 있어 고척돔 앞은 관람객들의 입장 대기 줄로 붐볐지만 먹자골목은 한산했고 한편에는 공실 점포가 두 곳이나 눈에 띄었다.

반면 고척돔 각 출입구에 자리 잡은 불법노점상들은 콘서트 관람객을 상대로 풍선과 머리띠, 야광봉 등을 쉴 새 없이 팔며 손에 묵직한 현금 다발을 쥐고 있었다.

또 다른 상인 D씨는 “콘서트나 시상식을 찾는 이들은 오로지 고척돔 안으로 들어가는 데만 목적이 있지 주변 상권을 둘러볼 생각조차 안한다”며 “매출 상승 기대감이 무너진 대신 교통체증만 더 늘었다”고 토로했다.

D씨의 말처럼 H.O.T의 콘서트가 있던 날 고척돔 앞은 교통체증이 평소보다 심했다. 콘서트 관람객들이 택시를 타고 와 곳곳에 정차를 한 탓에 평소 통행량과 더해져 차량이 늘어 여기저기서 경적이 울렸다.

고척돔 앞은 상습 정체구간이어서 건설 전에도 항상 차가 막혀 붐비던 곳이었는데 좁은 부지에 고척돔이 들어서 야구경기, 콘서트, 시상식 등이 열릴 때면 교통체증 지속시간이 더 늘고 각종 소음에 인근 주빈들의 불만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인근 아파트 주민 E씨는 “애초에 서울월드컵 경기장 같은 넉넉한 부지에 지었다면 좋았을 텐데 좁은 부지에 활용가치가 큰 돔구장을 억지로 지으니 서로가 불편하고 부작용도 크지 않냐”며 “첫 단추를 잘못 채워 여기저기서 잡음이 들리니 ‘국내 최초’라는 수식어도 무색해졌다”고 씁쓸해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12호(2019년 10월1~7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창성 기자

머니S에서 건설·부동산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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