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백화점 밀어낸 아울렛, ‘놀이터’가 되다

김설아 기자2019.09.24 06:06

브랜드에서 놀이터로…. 쇼핑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 실내·외에서 체험과 쇼핑을 함께 즐길 수 있는 복합쇼핑몰과 아울렛에 고객들의 발길이 몰린다. 최근 오픈한 곳들은 물놀이장, 동물병원, 자정까지 운영되는 아이스링크까지 갖추고 고객 맞이에 한창이다. 불편한 것 없이 하루를 보낼 수 있을 정도의 시설을 얼마나 갖추느냐가 관건. <머니S>는 체험형으로 바뀌는 쇼핑 트렌드를 짚어보고 왜 몰과 아울렛이 뜨는지, 아울렛에서 쇼핑 잘하는 법까지 짚어본다. 【편집자주】

[즐거운 쇼핑 놀이터, ‘아울렛’의 변신-②] 왜 아울렛으로 몰릴까


#. 1994년 방송된 MBC 드라마 ‘사랑은 그대 품안에’는 주연 배우인 차인표를 일약 스타덤에 올려놓으며 국민 드라마에 등극했다. 드라마의 또 다른 볼거리는 그 시대를 상징하는 배경이었다. 당시 백화점 재벌 2세(차인표 분)와 매장 판매원(신애라 분)이 엮어냈던 사랑의 무대는 애경백화점이다.

서울 서남권 대표 백화점이자 애경그룹 1호 백화점이었던 애경백화점(AK플라자 구로본점). 한때 고급백화점으로 입소문을 타며 수많은 이들에게 만남의 광장으로 꼽혔다. 하지만 이곳은 지난달 31일을 끝으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AK플라자 구로본점처럼 주요 상권에서 터줏대감으로 군림했던 백화점과 마트의 철수가 잇따르고 있다. 반면 복합쇼핑몰·아울렛은 잇따라 문을 열고 있는 추세다. 유통업체들은 성장세가 멈춘 백화점 대신 몰과 아울렛을 돌파구로 삼아 새 활로를 모색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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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필드시티 부천점. /사진=임한별 기자

◆문 닫는 백화점… 아울렛에 베팅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군산점과 기흥점 등 2곳의 아울렛을 개장한 롯데는 2021년 울산점과 의왕점 개점을 앞두고 있다. 롯데자산개발은 지난달 30일 롯데의 4번째 복합쇼핑몰 롯데몰 수지를 개장한 데 이어 추가 점포 개설을 물색하고 있다.

이는 최근 롯데가 백화점 사업 축소에 나선 것과 대비되는 행보다. 롯데백화점은 부실점포 정리 차원으로 지난해 인천점에 이어 올들어 3월 안양점, 5월 부평점 등을 잇따라 매각했다. 2015년 마산점을 끝으로 현재까지 추가로 문을 연 백화점은 없다.

롯데마트도 영업이 부진한 오프라인 점포를 폐점하거나 새 매장으로 리뉴얼하는 추세다. 롯데마트는 인근에 신규 점포 개장으로 통합된 김포점을 포함해 반여점, 동대전점 등 2016년 이후 3개 점포를 닫았다.

다른 유통업체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신세계도 본업보다 아울렛이나 몰 오픈에 집중하고 있다. 최근에 문을 연 스타필드시티 부천에 이어 오는 10월 스타필드시티 명지가 부산에 들어설 예정이다. 스타필드시티는 이마트타운과 스타필드의 중간 개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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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프리미엄 아울렛 김포타워존 전경. /사진제공=현대백화점

스타필드보다 규모는 작지만 내부에 있는 놀이시설과 문화시설은 이마트보다 더 많이 갖춘 체험형 공간이다. 하남, 고양, 코엑스 등 3곳을 보유한 스타필드와 지난해 개장한 시흥점을 포함해 4개 점포를 갖고 있는 아울렛 역시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추가 오픈을 검토하고 있다는 게 신세계 설명이다.

반면 신세계백화점은 지난해 인천점을 매각하면서 전국 백화점 수가 12개로 줄었다. 2016년 대구점을 오픈한 게 마지막 신규출점이다. 2021년 대전점 개장이 예정돼 있지만 5년 간 백화점 출점이 없는 셈이다. 신세계 이마트도 지난 3월 덕이점, 지난해에는 부평점·시지점·인천점 등 3년간 6개 점포 영업을 접었다. 

현대백화점은 최근 아울렛 개장에 가장 적극적이다. 2020년에 대전점과 남양주점, 2021년에는 동탄점 출점이 각각 예정돼 있다. 지난해 8월 증축해 영업면적을 40% 늘린 김포 프리미엄아울렛은 비수기 매출이 전년대비 74% 상승하며 인기몰이 중이다. 이에 비해 백화점은 4년 전 판교점을 개장한 게 전부다. 새로운 점포는 2021년 서울 여의도에 들어선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백화점 신규 출점에 한계가 있는 만큼 성장성 확보에 어려움이 큰 상황”이라며 “주요 유통업체들이 아웃렛, 복합쇼핑몰 등 업체별 차별화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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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52시간 시대’ 여가 고민 덜어줘

유통업체들이 몰·아울렛 출점에 열을 올리게 된 배경엔 주력인 백화점 사업의 정체가 있다는 해석이다. 실제 국내 백화점의 총매출은 7년째 29조원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국내 백화점 3사의 올들어 3분기까지의 매출 증가율은 전년대비 2.2%에 그쳤다. 앞으로 2020년까지 연평균 1.2%의 성장 정체를 이어갈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여기에 각종 규제와 내수 부진, 온라인몰과의 경쟁 등이 영업환경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와 달리 아울렛 시장은 성장 가능성이 높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국내 아울렛 시장 규모는 2012년 8조7000억원에서 2015년 13조원으로 성장했고 2016년부터 연평균 7% 이상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오는 2020년이면 19조원 규모로 확대될 것이란 예측이다.

특히 아울렛은 고비용 구조의 백화점과 달리 투자비용을 줄여 임대 수수료를 받고 수익을 창출하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백화점과는 달리 공간 활용도도 높아 체험과 문화시설 등으로 차별화를 꾀하는 최신 유통 트렌드와도 부합한다.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과 주52시간 근무제 등의 영향으로 단순 쇼핑을 넘어 휴식, 즐길거리 등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쇼핑공간이 대세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백화점 한 관계자는 “과거에는 얼마나 많은 브랜드, 어떤 브랜드가 입점했는지 여부가 쇼핑시설에 대한 평가 기준이었다면 최근엔 콘텐츠와 부가 서비스 등 체험 콘텐츠를 얼마나 많이 접목했는지가 관심거리”라며 “불편함 없이 아울렛에서 하루를 보낼 수 있을 정도의 시설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실제 유통업체들은 아이스링크부터 양궁장, 영유아존, 펍까지 갖춘 멀티 문화공간으로 방문객을 끌어모으고 있다. 신세계 백화점 관계자는 “체험형 매장 확대를 통해 온라인 쇼핑몰 등과의 차별화를 꾀할 것”이라며 “앞으로도 오프라인 매장의 강점을 살려 직접 만져보고 즐길 수 있는 체험 공간을 늘려나갈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아울렛과 몰산업의 미래에 대해 부정적 전망을 내놓는다. 복합쇼핑몰과 함께 프리미엄 아울렛을 유통산업발전법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자칫 성장에 걸림돌이 될 수 있어서다.

업계 또다른 관계자는 “규제 대상이 되면 프리미엄 아울렛과 복합쇼핑몰 등이 대형마트와 마찬가지로 의무휴업에 들어가야 한다”며 “이 경우 주말 영업에 큰 지장을 받아 장기적으로 오프라인 저성장의 탈출구가 되기는 어렵게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11호(2019년 9월24~30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설아 기자

머니투데이 경제주간지 머니S 산업1팀 유통 담당 기자. 식음료, 주류, 패션, 뷰티, 가구 등을 아우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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