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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클로 진열대 채우는 히트텍·후리스… '추동전쟁' 맞는 토종 브랜드

김경은 기자2019.09.20 06:15

패션업계가 가을·겨울(F/W) 시즌을 맞아 분주하다. 본격적인 성수기에 돌입한 데다 일본제품 불매운동으로 유니클로를 찾는 수요가 줄고 있어서다. 이를 기회로 삼은 토종 패션업체들은 유니클로의 빈틈을 파고들기 위한 전략을 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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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스1 DB

◆일본을 벗고 한국을 입다

유니클로는 한국 패션시장을 장악해왔다. 2005년 국내에 상륙한 뒤 해마다 기록을 경신했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유니클로는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국내 의류브랜드를 통틀어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또 2015년 단일 패션 브랜드 중 최초로 매출 1조원을 달성했고 지난해까지 4년 연속 1조원대 매출을 유지했다.

유니클로의 성장 비결은 ‘라이프웨어’(Life Wear)라는 브랜드 철학에 있다. ‘모두의 일상에 필요한 옷’이라는 철학을 바탕으로 남녀노소 모두를 공략했다. 유행을 타지 않는 무난한 디자인에 저렴한 가격대를 내세운 것이다. 그 결과 유니클로의 에어리즘(냉감 속옷), 히트텍(발열 내의), 후리스(플리스), 경량패딩 등은 ‘국민 아이템’이라는 별칭까지 얻으며 소비자를 사로잡았다.

하지만 지난 7월부터 시작된 일본제품 불매운동으로 상황이 급반전됐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태규 바른미래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내 8개 카드사의 유니클로 매출액은 6월 마지막주 59억4000만원에서 7월 넷째주 17억7000만원으로 70.1% 급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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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탑텐, 스파오. /사진제공=각 사

반면 같은 기간 토종 브랜드는 반사이익을 누렸다. 유니클로와 같은 제조·유통 일괄형(SPA)브랜드인 이랜드그룹의 ‘스파오’, 신성통상의 ‘탑텐’이나 토종 캐주얼 브랜드 ‘베이직하우스’, ‘폴햄’ 등이 대표적이다. 패션업계에서 7~8월은 비수기로 통하지만 이들 브랜드 매출은 이 기간 평균 10~20% 신장했다.

특히 유니클로 여름 주력상품인 ‘에어리즘’의 대체재가 불티나게 팔렸다. 탑텐의 7월과 8월 매출은 전년 대비 각각 20%, 30% 올랐다. 그중 여름용 냉감 속옷 ‘쿨에어’는 매출이 전년보다 120% 증가했다. 스파오의 여름용 내의 ‘쿨테크’와 베이직하우스의 ‘쿨에센셜’도 지난 7월 매출이 전년 대비 3배 늘었다.

탑텐 관계자는 “패션업계 비수기인 7~8월에 매출이 20~30% 상승해 내부적으로 선방했다고 평가한다”며 “불매운동 영향이 있다고 본다. 과거 주 고객층이 10~20대였다면 불매운동 이후 30~40대 고객이 늘었다. 이들이 키즈용품을 구매하면서 가족 단위 아이템 판매량도 증가했다”고 말했다.

◆하반기 ‘패션전쟁’ 펼친다

진짜 경쟁은 이제부터다. 유니클로의 효자상품인 히트텍, 후리스, 경량패딩 등이 매장 진열대에 오르며 긴장감을 조성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국내 패션업체들은 불매운동 흐름이 연말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고 물량과 마케팅을 확대해 만반의 대비를 하고 있다.

우선 유니클로 실적의 1등 공신 ‘히트텍’이 주요 표적이 됐다. 탑텐은 겨울용 발열 내의 ‘온에어’ 출시 물량을 지난해 대비 5배 많은 500만장으로 확대했다. 또한 유니클로 전 모델이었던 배우 이나영을 기용해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섰다. 스파오는 히트텍에 대항해 개발한 ‘웜히트’(웜테크) 물량을 지난해 대비 240% 늘렸다. 당초 74% 확대할 계획이었으나 시장 분위기에 힘입어 상향 조정했다.

후리스 대체상품도 속속 출시됐다. 후리스는 폴리에스터에 보풀을 일으켜 양털처럼 만든 외투를 말한다. ‘플리스’가 정식명칭이지만 유니클로가 후리스라는 이름으로 판매하면서 고유명사처럼 불려왔다.

후리스를 겨냥한 건 아웃도어 브랜드다. 내셔널지오그래픽은 플리스 스타일 가짓수와 물량을 지난해 대비 2배 늘렸다. K2는 플리스 물량을 전년 대비 3배가량 확대하고 스타일도 총 13종으로 다양화했다. 밀레는 플리스 소재 아이템을 지난해 대비 110% 늘려 총 19종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블랙야크는 전년보다 늘어난 18종의 플리스 재킷을 선보이고 물량도 130% 수준으로 확대했다.

유니클로 경량패딩 ‘울트라 라이트 다운’과 비슷한 제품들도 앞다퉈 출시되고 있다. 탑텐은 경량 패딩 등 아우터 물량을 지난해 대비 30% 확대했다. 이랜드리테일, 폴햄, 이마트 데이즈 등도 경량 패딩 조끼 물량을 전년 대비 2배가량 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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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패션업계는 가을·겨울 시즌 불매운동 효과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가을·겨울 시즌 의류 단가가 여름에 비해 10배 정도 높아 매출 상승 폭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시즌오프나 다름없는 7~8월에도 매출이 상승했다. 또 유니클로 대체재로 거론되며 광고효과를 본 덕에 국산 브랜드 호감도가 굉장히 높아졌다”며 “패션업계 전쟁시즌인 하반기에는 더욱 효과를 볼 것이다. 이달 매출 통계를 보면 결과가 확연히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단순히 불매운동 반사이익에 기대지 않겠다는 의지도 나타냈다. 애국심에 호소하는 것이 아니라 품질과 성능을 겸비하겠다는 포부다.

다른 관계자는 “유니클로 불매로 국내 브랜드에도 기회가 왔다. 하지만 똑똑한 소비자들은 감정적으로만 소비를 하지 않는다”며 “이번 기회를 발판으로 삼되 기술력을 확보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10호(2019년 9월17~23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경은 기자

머니S 산업팀 김경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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