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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칼럼] 지구로 돌진하는 '소행성'을 막아라

이건희 재테크 칼럼니스트2019.09.11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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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미지투데이


5년 전 추석인 2014년 9월8일에 소행성이 지구 가까이를 스쳐 지나갔다. 지름이 18m인 소행성은 '2014 RC'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지구와 달 사이 거리의 10분의1인 4만㎞까지 다가올 것으로 알려져 잠시나마 공포감이 확산됐지만 별일 없이 지나갔다. 달은 지구 주위를 도는 위성이고 지구는 태양 주위를 도는 행성이다. 수금지화목토천해(명) 행성 이외 무수한 소행성들도 태양 주위를 돌고 있다.

2년 전 추석인 2017년 10월4일에는 중국 윈난성 샹그리라시 북서쪽 40㎞ 떨어진 곳에 소행성이 충돌했다. 떨어진 곳의 반경 400㎞ 지역 주민들도 하늘이 환하게 밝아지면서 강렬한 진동과 함께 문과 창이 크게 흔들리는 것을 느꼈다. 사상자 발생이나 가옥의 피해는 없었다.

중국과학원 윈난천문대에서는 소행성이 초속 14.6㎞로 지구를 향해 오다가 고도 37㎞ 대기권에서 폭발하며 떨어졌기 때문에 지상에 큰 피해를 일으킬 수준은 안됐다고 발표했다. 직접 충돌했다면 TNT 폭약 540톤을 터뜨린 것과 맞먹는 충격이 있었을 것으로 분석됐다.

◆소행성 지구충돌 위력 상상불가

올해는 추석을 한달 앞둔 8월10일에 지름이 570m에 달하는 커다란 소행성이 지구에 접근하다가 740만여㎞ 거리를 두며 지나갔다. 2006년 8월21일에 처음 관찰돼 ‘2006 QQ23’으로 불린다. 롯데월드타워보다 큰 이러한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하게 되면 한 국가 전체를 멸망시킬 정도의 파괴력이 발생한다. 지구와 달 사이의 19배 되는 거리를 두고 지나갔지만 우주상에서 보면 매우 가까운 거리다.

그런데 지난 7월25일 오후 2시22분(한국 시간)에는 소행성이 지구와 달 사이의 5분의1에 해당하는 거리를 두고 아슬아슬하게 비켜간 일이 있었다. ‘아스테로이드 2019 OK’(약칭 2019 OK)로 불리는데 지름이 57~130m인 비교적 큰 소행성이었다.

2019 OK의 5분의1 크기인 소행성이 2013년 러시아 우랄산맥 인근 지역 대기 상층부에서 부서져 불타며 비오듯 떨어졌을 때 1200여명이 다치고 3000여채의 건물이 파손됐었다. 조각들로 분해돼 지상 피해가 그나마 줄어든 것이지 분해되지 않고 떨어졌다면 엄청난 피해는 일으켰을 것이다.

소행성 크기가 지름 10m일 때의 파괴력은 1000톤짜리 TNT 폭약 100개가 터지는 충격에 해당하며 지름이 커질수록 위력이 기하급수적으로 가해진다. 지름이 150m면 100만톤짜리 TNT 288개가 터지는 위력을 나타낸다. 7월25일에 스쳐지나간 소행성 2019 OK가 만약 지구와 충돌했다면 일본 히로시마에 떨어졌던 원자폭탄의 30배가 넘는 에너지를 냈을 것이다. 도시 여러 개가 파괴되는 위력에 사상자가 얼마나 많이 발생했을지는 상상조차 하기 힘들 정도다.

이렇게 무시무시한 파괴력을 지닌 소행성이 지구 가까이 다가오는데 왜 사람들이 모르고 있었고 세계의 모든 언론은 잠잠했을까. 과학자들이 모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화성 바깥쪽에서 금성 안쪽까지 길쭉한 타원형의 궤도로 들어와 지구 주변을 지나는 시간이 짧아서 관찰이 잘 안됐다.

커다란 여객기 크기 정도인 물체가 분속도 아닌 초속 24㎞의 매우 빠른 속도로 이상한 궤도로 날아다니고 있어서 쉽게 볼 수 없었다. 더욱이 밤하늘에 매우 약한 빛을 띠면서 태양 방향에서 지구로 다가왔는데 태양 방향에서 오면 찾기가 더욱 어렵다. 브라질과 미국의 천문학자들이 이 소행성을 발견해 구체적인 데이터를 냈을 때는 이미 지구를 거의 지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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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행성에 맞을 확률 매우 낮아

모르는 게 약인 경우도 있다. 소행성과 지구의 충돌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 대부분이지만 소수가 공포감에 휩싸여도 사회적 물의는 커질 수 있다. 소행성 심판 예언에 관해 준비하며 기다리는 사람들도 있다. 예언의 진실을 믿고 간절히 기도하며 주님께서 하늘의 징조로 추석 당일에 작은 소행성을 지구에 최근접하게 하셨다고 할 것이다.

어떤 일에서든지 위험하면서도 실제로는 별탈 없이 지나가는 많은 일들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대하는 태도가 다르다. 절벽 위에 서서 풍경을 즐기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높은 성곽 위에서 아슬아슬하게 서서 멀리 바라보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조금만 중심을 잃어도 추락해 죽겠지만 두려움 없이 그렇게 할 수 있는 것은 중심을 잃지 않을 거라고 이성적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이때 누가 뒤에서 슬쩍 민다면 떨어지게 되겠지만 영화 속 범죄 이야기에나 나올 법한 상황이다. 물론 고소공포증이 심하다면 절벽 위나 높은 성곽 위에 올라서지 않을 것이다.

과학자들이 어떤 소행성이 어느 때 지구에 얼마나 가까이 다가오고 충돌 가능성이 어떠한지 계산해도 그 결과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확률로 보면 소행성이 지구에 부딪힌 결과 죽게 되는 것을 두려워하느니 길을 가다가 돌진하는 차에 부딪혀 죽거나 건물 위에서 떨어지는 물체나 투신자살하는 사람에게 부딪혀 죽게 되는 것을 더 두려워해야 한다.

소행성 크기가 지구에 파멸을 가져올 정도가 아니라면 떨어지는 위치가 어디인지도 중요하다. 지구 표면에서 바다의 비율은 71%라서 육지에 떨어질 확률은 29%밖에 안되며 육지에서도 사람이 모여 사는 지역의 비율은 매우 적다. 지구의 육지에서 도시가 차지하는 면적은 0.5%가 안 되고 그렇게 좁은 지역에 인구의 절반 이상이 몰려 산다. 따라서 소행성이 무작위로 지표면에 충돌할 때 사람들이 주로 사는 지역에 떨어질 확률은 0.3%도 안된다.

◆소행성 충돌 막으려는 NASA

지구에 잠재적 위협이 될 수 있는 또 다른 소행성 ‘2019 PDC’가 올해 2019년 4월26일에 발견됐다. 5월초에는 미 항공우주국(NASA) 행성방어조정실 주관으로 지구충돌 궤도에 있는 ‘지구근접 천체’(NEO·Near Earth Objects)에 대처하는 모의훈련이 행해졌다.

지름이 100~300m인 소행성 ‘2019 PDC’ 충돌 모의훈련은 2027년 4월29일에 충돌할 확률을 1%로 가정해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로 떨어지면서 서부지역을 강타한다는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행해졌다. 소행성이 지구로 다가오는 속도를 줄이고 방향을 바꾸기 위해 2024년에 6대의 우주선 선단을 발사해 소행성에 충돌시키기로 했다. 6대 중 3대가 목표에 명중해 소행성이 부서지는 것으로 모의훈련이 진행됐다.

부서진 덩어리 중 가장 큰 것은 지구충돌 궤도에서 벗어나지만 50~80m 크기의 파편은 미국 동부로 향한다. 미국 행정부는 대피계획을 세우고 우주 관련 기관들은 소행성 파편이 떨어질 곳을 예측하는 데 모든 노력을 기울인다. 모의훈련 마지막 날에는 소행성 파편이 뉴욕 맨해튼 센트럴파크에 떨어져 반경 15㎞ 안이 초토화되는 것이 확인됐다. 재난 당국의 안내에 따라 1000만명의 시민이 한꺼번에 대피하면서 대혼란을 겪는다.

영화와 같이 전개되는 PDC 모의훈련 시나리오를 만든 NASA 지구근접천체연구센터에서는 소행성이 대도시에 떨어질 가능성은 적고 실제로는 바다에 떨어질 가능성이 많다고 했다. 그럼에도 모의훈련은 정책결정자들이 소행성 충돌의 실제 상황에 대비하는 데 도움을 준다.

태양계에서 지구궤도 가까이 돌고 있는 근지구물체가 1만여개에 달한다. 충돌 시 지구에 치명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지름 1㎞ 이상 크기의 근지구물체는 NASA에서 90% 이상 발견했다. 작을수록 발견하기가 힘들지만 최소 140m 크기의 근지구물체를 90% 이상 발견하는 것이 NASA의 목표다.

가장 위협적인 존재로 예측되는 소행성은 2135년에 지구에 가까이 다가올 소행성 베뉴다. 베뉴는 1999년에 발견된 소행성으로서 지구와 태양 사이 거리와 거의 비슷한 간격을 유지하면서 태양 주위를 공전하고 있다. NASA는 2135년 9월22일에, 공교롭게도 또 추석이 가까운 때에 베뉴가 지구와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고 발표했다. 직경 약 500m, 질량 1억4000만톤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돼 지구에 제대로 충돌한다면 인류의 종말까지는 아니지만 막대한 피해가 예상된다.

하지만 이 역시 확률로 들어가면 우려감이 줄어든다. 관측 결과를 바탕으로 판단할 때 지구와 베뉴가 충돌할 확률은 2700분의1로 매우 작다. 게다가 과학자들은 만약의 경우 1200메가톤의 폭발력을 지닌 대재앙이 나타나는 충돌에도 대비하고 있다. 핵폭탄으로 베뉴를 폭파시키거나 무인우주선 수십대를 베뉴에 충돌시켜 진행경로를 바꾸는 방법 등을 모색 중이다.

프로젝트명은 해머(HAMMER)로서 ‘비상대응을 위한 초고속 소행성 경감임무’(Hypervelocity Asteroid Mitigation Mission for Emergency Response)를 뜻한다.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막대한 비용을 들여 소행성이나 혜성의 위험으로부터 지구를 지켜주는 일을 미국의 NASA가 하고 있는 것에 감사할 일이다. 아무튼 현재로선 다음 세기 안에 지구를 심각히 위협할 수 있는 소행성은 없다고 알려져 있다.

☞ 본 기사는 <머니S> 추석합본호(제608호·60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이건희 재테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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