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칼주름’ 김과장의 비밀… 셔츠도 ‘구독’하는 시대

류은혁 기자2019.08.19 06:06
정기배송서비스로 불리는 ‘구독경제’는 소유보다 경험에 초점을 맞춘다. 최근에는 콘텐츠스트리밍, 자동차, 면도날, 꽃, 취미 등을 배달해주는 서비스로 영역을 확장해 일상생활 깊숙이 침투하고 있다. <머니S>는 산업 전반으로 퍼지고 있는 구독경제의 흐름을 살펴보고 정기배송이라는 소비현상을 짚어봤다. 또한 직접 정기배송서비스를 이용해 장단점을 살펴봤다. <편집자주>

[세상이 배송된다, 지금은 ‘구독’ 시대-①] 소유 아닌 ‘구독’… 일상에 파고들다

40대 미혼 남성인 김 과장은 매주 일요일이면 꼭 챙겨야 하는 일이 있다. 일주일 동안 입을 셔츠를 세탁해 다라미질을 하는 것이다. 구겨진 셔츠를 막 입고 다니고 싶지는 않다. 주변에서 ‘혼자 살면 저래’라는 이야기가 나올까 신경이 쓰인다. 세탁소에 맡기면 되지만 세탁물 맡기고 찾으러 가는 것도 일이다. 가끔은 구겨진 셔츠를 입고 출근하는 일도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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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머니S DB

김 과장은 최근 셔츠 정기구독서비스를 이용하면서 동료들로부터 ‘칼주름 싱글남’이라는 소리를 듣는다. 한 동료가 김 과장에게 묻는다. “아침마다 칼주름 셔츠를 입고 오는 게 쉽지 않은데 꾸준히 관리하시나 봐요”, “혹시 부모님이 세탁소 하시나요”…. 김과장은 씩 웃으며 정기구독이 자신의 삶을 윤택하게 바꿨다고 말한다.

‘구독경제’는 결제·정산 솔루션 기업 주오라의 창립자 티엔 추오가 만든 용어다. 그는 ‘제품 판매가 아니라 서비스 제공을 통해 반복적인 매출을 창출하고 고객을 구매자에서 구독자로 전환하는 산업 환경’을 구독경제로 정의했다.

용어는 낯설지 몰라도 구독경제는 이미 오래전부터 일상적으로 접해오던 소비방식이다. 우유나 신문배달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최근엔 기술 발전과 함께 한층 보편화됐다. 음악 스트리밍업체 멜론이나 동영상 플랫폼 넷플릭스 등의 서비스 역시 구독경제의 범주에 속한다.

최근 이 구독경제가 ‘정기배송’이라는 명칭으로 유통업계에서 새로운 반향을 일으키며 '귀차니즘'을 느끼는 소비자의 편의를 챙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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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갤러리. /사진제공=오픈갤러리진

◆뭐든지 ‘구독’할 수 있는 시대

김 과장의 정기구독 셔츠처럼 구독경제가 일상생활 속으로 빠르게 침투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국내 구독경제 상품은 주로 1인가구를 겨냥한 생필품이다. 셔츠, 양말, 생리대, 면도날 등 매번 구입하거나 세탁하는 데 번거로움을 느끼는 이른바 ‘귀차니즘’ 아이템들이다.

구독경제는 1~2인가구의 성장, 온라인쇼핑의 대중화와 궤를 같이한다. 편의성과 경험을 중시하는 소비 형태가 확산되면서 가격이 조금 비싸더라도 원하는 제품을 구독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이를테면 진입장벽이 높은 품목도 구독경제로 문턱을 낮춘 사례가 있다. ‘꾸까’라는 정기배송업체는 집 꾸미기에 관심이 있지만 매번 꽃시장을 방문하기 어려운 소비자를 위해 월 2회 1만~5만원에 플로리스트가 꾸민 꽃다발을 배송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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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하이삭스. /사진제공=미하이삭스

‘와이즐리’는 남성 소비자를 대상으로 독일기업이 만든 면도날 4개를 월 8900원에 정기배송해준다. 이는 대기업 제품가격 대비 3분의1 수준으로 미국에서 구독경제 열풍을 일으켰던 ‘달러 셰이브 클럽’의 한국판 서비스다.

매주 셔츠 3∼5장을 집으로 배송해 주는 ‘딜리셔츠’ 같은 업체도 있다. 이 업체는 매번 빨고 다리기 귀찮아하는 이들을 위해 셔츠를 빌려준다. 종류와 수에 따라 한달에 5만~7만원을 내면 살균 세탁 후 손으로 다린 셔츠를 매주 지정된 배송 요일에 맞춰 현관문까지 보내준다.

외출 전 양말을 찾지 못해 지각했던 경험은 누구나 한번쯤 있을 것이다. ‘미하이삭스’는 홀로 사는 사람들이 양말을 살 시간이 없거나 귀찮아하는 점에 착안해 매달 양말 3켤레를 9900원에 보내주는 서비스를 선보여 소비자들에게 호평받고 있다.

이재성씨(31)는 양말·면도기 정기배송서비스를 이용한다. 이제는 매달 월정액을 지불하고 원하는 날짜에 물건을 받는 게 익숙하다고 말한다. 처음에는 호기심에 구독했지만 지금은 다양한 생필품이 정기배송되는 걸 보면서 앞으로 물품을 구매하는 소비형태가 바뀔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씨는 “일을 끝내고 집에 들어오면 몸이 천근만근 무거워 온라인으로 생필품을 주문하는 것조차 귀찮고 힘들어진다”면서 “앞으로 정기배송서비스가 보편화되면 다양한 물품을 주문할 생각이다. 심지어 가격면에서도 정기배송이 저렴한 편”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집밖 노동을 하고 살다 보면 집안 노동은 소홀해지기 마련이다. 살림은 해도 해도 끝이 없다. 그런 수고로움도 정기배송으로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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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비인더박스. /사진제공=하비인더박스

◆“문화생활, ‘구독’으로 합니다”

최근 구독경제는 문화와 취미분야까지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 취미용품, 미술작품까지 발품 파는 노력 없이 정기배송으로 ‘문화생활’을 누릴 수 있게 됐다.

매월 최저 3만9000원에 3개월에 한번씩 미술가의 미술작품을 배송해주는 ‘오픈갤러리’가 소비자들의 이목을 끈다. 이 업체는 고가의 작품을 직접 사는 것보다 부담이 적고 주기적으로 작품을 바꿀 수 있는 장점을 가졌다. 특히 미술품과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은 소비자가 이 서비스를 이용한다.

하비인더박스는 매달 ‘취미키트’를 보내주는 취미 정기배송서비스다. 핸드드립 커피키트, 과자 만들기 키트 등 평소 접하기 어려운 재료와 도구를 보내준다. 각 분야의 전문가가 직접 구성하고 설명서도 첨부해준다.

이 서비스는 손뜨개질, 천연가죽 필통 등 공방에 갈 시간이 없거나 집에서 편하게 취미활동을 하고 싶은 소비자에게 최적화됐다. 특히 ‘무엇을 해야 할까’란 고민에 시간을 허비하지 않고 전문가가 선별해준 취미를 손쉽게 즐길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조유진 하비인더박스 대표는 “많은 사람이 취미활동을 위해 학원이나 공방 같은 곳을 찾는다”며 “하비인더박스를 이용하면 자신이 원하는 장소에서 언제든지 취미활동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구독경제는 소비자와 기업에게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다준다. 이 비즈니스모델의 장점 중 하나는 ‘재구매율 유도’다. 일반 소비재와 다르게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이용하는 방식이다.

신선식품 정기배송서비스를 이용하는 한 소비자는 “소비하는 입장에서 정기배송은 편리한 서비스 중 하나”라며 “웬만해서는 한번 구독하면 문제가 생기지 않는 이상 취소를 하지 않는다. 정기배송으로 물품을 구매하는 게 더 편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06호(2019년 8월20~26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류은혁 기자

머니S 류은혁 기자입니다. 이면의 핵심을 전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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