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현미경

[체험기] ‘노 플라스틱’ 일주일 버텨봤습니다

심혁주 기자2019.07.19 06:15

신이 인간에게 준 축복으로 여겨졌던 플라스틱이 전 인류의 생명을 위협하는 재앙으로 다가왔다. 인류의 역사를 석기-청동기-철기시대로 나눈다면 현대는 플라스틱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부터 태양전지 제조에 이르기까지 플라스틱 없는 현대문명은 상상하기 힘들다. 하지만 최근 플라스틱 사용을 억제하려는 운동이 전세계적으로 일고 있다. 국내에서도 정부와 환경단체가 고강도 규제를 내놨고 기업들도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며 신소재 개발 등 대안을 내놓고 있다. <머니S>는 전방위 산업군에서 일어나는 '플라스틱 프리'현상을 살펴보고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방안을 짚어봤다.<편집자주>

[굿바이, 플라스틱-하] 플라스틱 없이 살기



코에 플라스틱 빨대가 꽂힌 채 발견된 바다거북이 영상은 플라스틱 남용의 심각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단면이다. 우리나라도 현 상황의 책임을 회피할 수 없다. 2017년 환경부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국내 플라스틱 생활폐기물 하루 배출량은 4629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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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심혁주 기자


‘노(NO) 플라스틱 챌린지’. 환경오염 문제를 생각하며 플라스틱 컵 대신 텀블러 사용에 동참하자는 캠페인이다. <머니S> 기자도 노 플라스틱 챌린지에 동참하는 의미로 플라스틱 없이 일주일을 지내봤다.

기자는 평소 플라스틱을 별로 사용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커피를 마시지 않았고 배달음식도 즐겨먹지 않았다. 일주일간 의도적으로 플라스틱 사용을 멈추니 생각보다 일상에서 플라스틱을 사용하는 일이 많다는 걸 깨달았다.

가장 불편한 건 식수였다. 정수기는 사용하지 않는다. 물을 끓여 먹을 수고를 해낼 자신이 없어 편의점에서 1.5ℓ 생수 6개들이 세트를 사 마신다. 결과적으로 매주 플라스틱 페트병 쓰레기 6개를 배출했다.

◆생수 대신 끓인 녹차



생수를 포기하니 대안이 없었다. 텀블러를 챙겨 회사 정수기에서 물을 떠왔다. 용량 600㎖짜리 텀블러로는 한계가 있었다. 생수가 없다는 생각에 물을 잘 마시지 않았지만 마실 물이 턱없이 부족했다. 결국 물을 끓여 먹기 시작했다. 찾아보니 집에 물을 끓일 주전자도 없었다. 커피포트를 이용해 녹차를 만들었다. 최대 용량으로 끓인 녹차를 컵에 옮겨 담아 냉장고에 보관했다. 그렇게 목이 마를 때마다 녹차를 마셨다.

커피포트 최대용량은 1.7ℓ다. 물을 밖에서 마시거나 텀블러를 가지고 다니면서 보충했지만 평소 1.5ℓ의 생수를 마셨기에 매일매일 물을 끓여야 했다. 녹차를 끓여 식힌 다음 병에 담아 냉장고에 보관하는 일이 만만치 않았다. 결국 마시는 물의 양을 줄이는 게 됐다. 큰 물주전자와 유리병이 있었다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수를 사다 먹는 것이 참 편리했었다는 괜한 생각도 들었다.

불편함을 감수하니 쓰레기는 확 줄었다. 매 주말마다 쌓여있는 페트병을 분리수거 했는데 이번 주는 그럴 일이 없었다. 돈도 절약한 기분이 들었다. 집 앞 편의점에서 파는 생수는 6개에 3500~6000원 정도한다. 액수는 정확치 않지만 수돗물, 전기세, 녹차티백의 가격이 이보다는 저렴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체험기 본래 취지에 맞게 환경을 지켰다는 생각도 들었다. 분리수거장에 쌓여있는 플라스틱과 비닐을 보니 무엇인가 환경보호를 위해 작은 기여를 했다는 자부심도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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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심혁주 기자


◆카페…여전한 일회용컵



취재원과의 약속 차 광화문 근처 카페를 들렀다. 평소 카페를 자주 가진 않지만 올해부터 카페에 갈 때마다 확인하는 게 있다. 매장에서 음료를 마시면 무슨 컵에 담아주는 지 여부다.

지난해 8월1일부터 환경부가 카페 내부에서 일회용 플라스틱 컵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규제하기 시작했다. ‘자원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에 따라 커피전문점 등 식품접객업으로 등록된 매장 내에서는 일회용 컵 사용이 불가능하다. 이를 어기고 일회용 컵을 사용하다 적발되면 사업자에게 5만원에서 2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일전에 한 프랜차이즈 카페를 갔다가 매장 직원이 손님들 컵을 확인하는 걸 본 적이 있다. 직원은 일회용 컵을 사용하던 손님에게 “매장 내에서는 일회용 컵 사용이 불가능 합니다. 원하시면 머그컵에다 음료를 옮겨 드리겠습니다”고 말했다. 당시 직원은 구청에서 단속이 나와 일회용컵을 사용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해당 매장은 평소에도 주문할 때 매장, 포장 여부를 물어보던 곳이었다.

시간이 조금 지난 현 시점에서 방문한 카페는 상황이 조금 달랐다. 대형 프렌차이즈라 손님도 많았지만 매장 안에서 일회용 컵을 사용하는 고객이 많이 눈에 띄었다.

음료를 텀블러에 담아달라고 요청하자 그렇게 해줬다. 함께 간 지인은 그대로 일회용 컵을 받았다. 지난해부터 일회용 플라스틱 컵을 규제하고 있지만 서울 중심에 있는 카페에서도 일회용 컵 줄이기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서울시는 각 구청에서 매장 내 일회용 컵 사용을 단속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는 듯싶다.

일회용 컵 미사용은 카페나 시민이 자발적으로 지킬 수밖에 없다. 한 프랜차이즈 카페는 개인 컵 사용 시 300원을 할인해준다. 이 카페에서 개인 컵을 사용한 고객 수는 2017년 5월부터 2018년 5월 사이 389만6635명으로 집계됐다. 반면 자발적 협약 이후인 2018년 5월부터 1년간 개인 컵을 사용한 고객수는 178% 증가한 1081만9685명으로 집계됐다.

노 플라스틱 챌린지를 진행하는 한 기업 홍보팀 직원은 “회사 안으로 플라스틱 컵 반입 자체가 안 된다”며 “처음에는 많이 불편했는데 습관을 들이니 불편함을 거의 느끼지 못한다. 이제는 직원 모두 당연히 개인 컵을 가지고 다니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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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박진희 기자


◆배달 음식, 일회용기 온상 



아무리 의도해도 일상에서 플라스틱을 피하기란 쉽지 않았다. 배달 음식을 시키기 위해 한 배달 앱에 접속하니 ‘일회용 수저, 포크 안 주셔도 돼요’라는 선택란이 있었다. 체크를 했고 음식을 기다렸다. 체크한 대로 플라스틱 수저와 포크는 받지 않았지만 용기는 어쩔 수 없었다. 음식 용기는 종이박스였지만 소스를 담은 용기는 플라스틱이었다.

배달문화가 발달한 부작용이다. 과거 배달음식은 그릇을 수거해 갔지만 최근에는 대부분 1회용기를 사용하는 추세다. 그릇을 수거하는 인건비를 줄이고 소비자 역시 일회용품에 더 편리함을 느끼기 때문이다. 배달 요식업과 관련한 일회용기 제한 규제는 아직 없다.

일주일의 짧은 ‘노 플라스틱 챌린지’ 체험이었지만 처음 생각처럼 실생활에서 플라스틱을 완전히 떼어내기는 불가능했다. 일반인이 환경보호를 위해 지킬 수 있는 실천은 텀블러를 가지고 다니는 수준인 듯싶었다. 작은 실천이었지만 일주일간 사용하지 않은 플라스틱이 한 마리의 바다거북이를 더 살릴 수 있길 바랄 뿐이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01호(2019년 7월16~22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심혁주 기자

금융팀 심혁주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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