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타다·에어비앤비… 왜 ‘제자리걸음’일까

이한듬 기자2019.07.11 06:17
국내 공유경제가 좀처럼 기지개를 켜지 못하고 있다. 택시업계는 ‘신사업 자체’의 도입을 거부하고 숙박업계는 여러가지 규제에 막혀 ‘에어비앤비’와 경쟁 자체가 힘들다고 토로한다. 물론 일부 분야에서는 나름의 성과를 내고 있지만 ‘공룡급 공유경제업체’가 등장하는 해외사례와 비교하면 국내는 아직도 걸음마단계다. <머니S>가 공유경제의 발전이 어려운 이유와 함께 블록체인이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을지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봤다. <편집자주>

[딜레마에 빠진 공유경제-상] ‘텃세’에 가로막힌 사업확장

우리나라의 ‘공유경제’가 답보상태에 빠졌다. 자원의 소유 대신 공유를 통해 사업영역을 확장하려는 플랫폼기업과 기존 사업자 간 서로 다른 입장이 맞물리며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실타래를 좀처럼 풀지 못하고 있다. 팽팽한 줄다리기 속에서 정부 또한 쉽사리 어느 한쪽의 편을 들지 못하는 상황이다. 과연 우리나라에서 공유경제는 꽃을 피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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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미지투데이

◆해외는 뛰는데 한국은 제자리

공유경제는 말 그대로 제품이나 공간 등 특정 자산을 개인로 인식하지 않고 거래 주체 간 공유하면서 이뤄지는 경제를 말한다. 기존 ‘임대서비스’는 대여자가 전문업체에 한정됐으나 공유경제에서는 보유한 자원을 공유하려는 개인까지 모두 거래 주체로 참여할 수 있다.

따라서 공유경제의 거래는 주로 유휴자원을 임대하는 대여자와 이용자, 거래를 중개하는 플랫폼에서 이뤄진다. 대여자는 자원을 대여해 수익을 얻고 이용자는 대여료를 지불해 자원을 활용하며 플랫폼은 수수료를 얻어 수익을 거둘 수 있다.

KB금융지주 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전세계 공유경제시장 규모는 2013년 150억달러(약 17조5000억원)에서 2025년 3350억달러(약 391조1000억원)로 약 22배 증가해 전통적 대여시장 규모에 육박할 전망이다. 반면 한국은행에 따르면 우리나라 공유경제 규모는 지난해 기준 1978억원으로 국내총생산(GDP)의 0.1%에 불과해 아직 초기단계에 머물러 있는 상황이다.

공유경제가 지지부진한 가장 큰 원인은 기존사업자의 거센 반발이다. 공유경제의 대표적 사업모델인 ‘카셰어링’의 경우 해외 주요국에선 일찌감치 시장에 안착했다. 미국과 유럽 등에선 ‘우버’(Uber)가,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시아지역에선 ‘그랩’(Grab)이 버스와 택시에 견줄 대표적인 대중교통 수단으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택시업계의 반발로 수년 전부터 도입논의가 더딘 상황이다. 2013년 우버가 국내시장에 진출하려 했지만 택시업계의 극렬한 반발과 면허를 받지 않은 일반인은 유료운송을 할 수 없도록 규제한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에 가로막혀 사업에서 철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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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 주최로 열린 ‘타다 퇴출 요구 집회’에서 참석자들이 깃발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미소 기자

지난해엔 카카오가 카셰어링사업 추진의 일환으로 카풀 시범서비스를 운영했다가 역시 택시업계의 반발로 상용화 문턱을 넘지 못했다. 최근 승합차공유 서비스인 ‘타다’ 역시 같은 논란에 휩싸여 퇴출 압박을 받고 있다.

이 같은 문제는 카셰어링에만 그치지 않는다. 공유숙박 플랫폼인 ‘에어비앤비’ 역시 국내에선 사업 확대에 애로를 겪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에어비앤비 같은 숙박공유서비스는 외국인 손님을 받는 건 국내 전 지역에서 가능하지만 도시에서 내국인 민박은 금지하는 등 제한적으로 허용해 왔다. 하지만 지난 3월 정부가 규제를 풀기로 하면서 숙박업계의 반발이 거세다.

◆제도 손봐 공정경쟁체제 마련해야

이처럼 우리나라의 공유경제가 제자리걸음을 하는 사이 외국에서는 성공적인 사례가 속속 나오고 있다. 미국의 시장분석기관 ‘CB인사이츠’가 선정한 자산가치 1조원 이상 유니콘기업 순위에 따르면 상위 10위권 기업 가운데 중국 디디추싱, 미국 위워크, 에어비앤비, 싱가포르 그랩 등 공유경제 플랫폼업체가 4개나 포진해 있다.

이 가운데 유니콘 순위 2위 기업인 디디추싱의 경우 자산가치가 무려 56억달러(약 6조5000억원)에 달한다. 공유경제를 기반으로 창업한 스타트업이 안정적으로 성공신화를 이룩한 셈이다.

물론 우리나라의 공유경제가 모두 난항을 겪는 것은 아니다. 공유오피스의 경우 스타트업과 1인기업 위주로 시장이 형성됐다가 위워크 등 외국기업뿐만 아니라 LG, 롯데, 한화, 신세계 등 국내 대기업까지 가세하며 규모가 커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관련제도를 손질해 공정한 경쟁체계를 만들어 공유경제의 안착을 도와야 한다고 말한다. 이를테면 일반 숙박업의 경우 숙박업 관련법, 안전 및 위생, 세금 관련 규제를 받지만 에어비앤비의 숙박공유 공급자는 숙박업체로 등록돼 있지 않아 규제를 받지 않는다. 이런 불공평한 규제적용으로 공유경제 공급자는 기존사업자보다 유리한 위치에서 규제차익을 보고 성장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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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환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기존공급자와 공유경제 공급자 간에 불평등한 규제가 이뤄질 경우 전체 시장의 질적 하락을 유발해 사회후생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이 때문에 상대적으로 전문성이 낮고 일시적 공급자가 많은 공유경제의 특성을 고려해 거래량 연동규제 도입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플랫폼업체만 배를 불리는 구조를 손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우버의 경우 거래 수수료로 건당 20~25%의 수수료를 가져간다. 드라이버는 차량관리, 보험료를 비롯한 추가적인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반면 플랫폼업체는 관리의 의무로부터 자유롭다. 거래 과정에서 플랫폼업체만 안정적으로 수익을 올리는 셈이다.

이에 대해 김경진 민주평화당 의원은 “공유경제 플랫폼 전체가 기업에 과도한 수수료를 물게 하는 구조”라며 ▲최소한의 중개 수수료 가이드라인 제정 등 대책 마련 ▲공중위생관리법 등 동일한 법률적 기준과 의무 부과 ▲중개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철저한 과세 등을 촉구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00호(2019년 7월9~15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이한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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