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사회

장바구니와 멀어진 물가, ‘이렇게’ 담아라

채성오 기자2019.06.13 06:06

장바구니·외식·개인서비스 가격이 요동치며 생활물가가 치솟았다. 소득은 늘었지만 생활물가 상승폭이 커 서민들의 지갑이 얇아졌다. 그런데도 정부가 발표하는 각종 지표는 “괜찮다”고 말한다. <머니S>가 치솟는 생활물가를 점검했다. 고물가 속 가정 내 식단변화와 함께 외식비가 얼마나 올랐는지 짚어봤다.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물가잡기 해법도 들어봤다. <편집자주>

[치솟는 생활물가-④·끝] 전문가 4인이 본 체감물가 해소법

통계청이 발표한 ‘5월 소비자물가’의 전년 대비 상승폭은 0.7%로 5개월 연속 0%대를 유지하며 완연한 저물가 기조에 접어들었지만 소비자가 피부로 느끼는 물가는 지표와 큰 괴리감을 나타냈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에 대해 다양한 원인을 제시했다. 장기화된 경기침체로 소비심리가 위축돼 체감물가가 상승한 일종의 ‘착시효과’라는 점을 강조하면서도 해결방안에 대해서는 각자 다른 진단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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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미지투데이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 “소득계층별 세분화 개편”

최배근 건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소득 계층별로 물가지수를 세분화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통계청의 ‘소득 5분위별 가구당 가계수지’에 따르면 소득 하위 40% 안에 드는 1~2분위 가구의 명목소득이 2016년부터 올 1분기까지 꾸준히 감소했다. 특히 1분위 가구의 월 평균 명목 근로소득의 경우 지난해 47만5051원에서 올 1분기 40만4059원으로 줄었다.

최 교수는 “계층별로 느껴지는 물가의 체감 차이를 고려해야 한다”며 “명목 근로소득의 하위 20%는 소득이 하락하면서 체감물가의 변동을 크게 느낄 수밖에 없다. 식료품과 외식비를 중심으로 한 체감물가는 1~2분위 가구의 경제활동이 대거 반영된 지표”라고 말했다.

그는 식료품 원료가 되는 농산물의 유통구조를 투명화할 경우 체감물가를 잡을 것으로 기대했다. 최 교수는 “시장물가는 농산물에 큰 영향을 받는데 30~40년 전부터 높은 유통비 구조가 문제였다”며 “정치권의 무관심으로 저소득층 등 시장물가에 큰 영향을 받는 이들의 목소리가 전달되지 않는다. 이런 문제가 근본적으로 개선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라정주 파이터치연구원장 “최저임금 동결 선행돼야”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인건비 인상이 외식비 등 체감물가에 영향을 줬다는 인식도 있었다.

라정주 파이터치연구원 원장은 “지난해와 올해 최저임금이 각각 10% 이상 상승하면서 인건비 인상이 외식비 등에 전이돼 체감물가도 함께 올랐다”며 “통계청과 한국은행이 발표한 물가지수는 평균치만 보여주고 있다. 표준편차를 평균으로 나눈 460개 변동계수를 분석하면 최저임금이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2017년부터 3년간 최저임금 인상률은 각각 7.3%, 16.4%, 10.9%를 기록했다. 라 원장은 가장 높은 인상폭을 기록한 지난해 소비자물가항목 변동계수가 크게 흔들린 반면 상대적으로 낮았던 2017년의 경우 감소했다고 주장했다.

라 원장은 “최저임금에 영향을 받는 품목은 가격이 많이 오른 반면 공산품은 경기침체로 인한 수요 감소로 크게 하락했다”며 “이를 평균치로 계산하기 때문에 소비자물가 상승폭은 둔화됐고 체감물가는 높아진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체감물가 해소법으로 “내년 최저임금을 동결하는 것이 선행돼야 체감물가의 괴리를 해소할 수 있다”며 “한국은행 등 조사기관도 결과값의 평균과 함께 변동계수도 보조지표로 제공하면 정확한 실태 파악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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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 라정주 파이터치연구원장,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김유겸 케이프증권 리서치본부장. / 사진= 본인 제공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세금·보험료 확대 재검토”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체감물가의 상승 요인에 복합적 요인이 있다고 분석했다.

수요 변동이 심한 공산품 등과 달리 체감물가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식료품은 꾸준히 소비되기 때문에 적은 인상폭에도 큰 영향을 받는다. 가처분소득의 감소도 체감물가 상승을 부추긴 요인으로 꼽힌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1분기 국민총가처분소득은 470조800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1.4% 줄었다. 이는 두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것이다.

성 교수는 “세금과 사회보험료가 올라 가처분소득이 줄면서 구매력이 낮아진 상태에서 소비하다보니 더 비싸게 느껴질 수 있다. 이런 복합적 요인들이 체감물가 상승의 착시효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체감물가 상승세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경기부양책과 원료 유통구조의 개선이 필수요소로 부상했다. 성 교수는 “세금 및 사회보험료를 인상하는 부분을 재검토해 가처분소득을 늘리는 형태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체감물가에 영향을 끼치는 식료품의 경우 공급 활로를 개척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유겸 케이프증권 리서치본부장 “현실 반영한 지표 보정”

김유겸 케이프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지표의 ‘착시현상’을 보완할 수 있는 대체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통계를 단순 비교할 경우 체감물가와의 거리가 커진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통계에서 물가를 잡을 때 실제로 소비하는 부분과 차이가 발생한다”며 “미국의 경우 이런 격차를 줄이기 위해 가계소비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PCA 지수를 설정한다. 반면 국내 물가의 경우 개인이 많이 사용하지 않는 석유류 등의 항목이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본부장은 “최근 정부의 복지비 지출이 늘면서 물가 하락효과로 이어졌지만 이를 일반 소비자가 인지하기는 어렵다”며 “식료품 값도 높아졌다고는 하나 전년 대비 1.5% 상승 수준에 불과하다. 다만 주거비나 외식비 등 특정적으로 많이 소비하는 지출 항목이 낮아지지 않아 물가가 올랐다고 느낄 뿐”이라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체감물가와 소비자물가의 괴리를 줄이기 위해 ‘지표 보정’과 ‘추가경정예산(추경)안 확대’를 제시했다.

그는 “통계는 5년마다 보정되기 때문에 비중과 가중치를 조정해 체감물가와 부합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기업도 투자가 어렵고 가계소득도 많지 않은 상황에서 경기부양을 위한 정부의 결단도 필요하다. 야당도 경기가 나쁘다는 것에 동의한다면 추경에 적극 동의해 침체된 경기를 일으키는 데 일조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96호(2019년 6월11~17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채성오 기자

머니S 채성오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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