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자수첩] 앞을 내다볼 여유는 없을까

이지완 기자2019.06.03 07:11
“우리도 곧 시작하는데…” 한 국내 완성차업체 관계자는 지난달 21일 부결된 르노삼성자동차의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잠정 합의안에 대한 생각을 묻자 이처럼 말하며 한숨을 쉬었다.

최근 자동차업계의 이슈 중 하나는 르노삼성의 임단협 갈등이다. 지난해 6월 임단협 첫 상견례 이후 1년이 다 되도록 표류 중이다. 2015년부터 2017년까지 3년 연속 무분규로 노사간 화합 분위기를 조성했던 것과 대비된다. 지난해 노조는 180도 달라졌다. 기본급 인상, 외주 분사 및 전환배치 규정 수정 등을 요구하며 사측과 격렬하게 대립했다.

특히 노조는 지난해 10월 첫 부분파업을 시작으로 최근까지 60차례 이상, 누적 250시간의 파업을 벌였다. 이로 인한 피해(생산손실) 규모는 3000억원으로 추정된다.

그동안 회사의 경쟁력도 상당부분 훼손됐다. 올해를 끝으로 만료되는 닛산 로그 위탁생산 물량이 기존 연 10만대에서 6만대 규모로 줄었고 후속물량 배정도 사실상 불투명해졌다. 닛산 로그는 르노삼성 수출실적의 70%를 차지할 정도로 이 회사를 먹여살리는 차종이다.

공장도 제대로 돌아가질 못했다. 르노삼성은 지난 4월 말부터 5월 초까지 나흘간은 가동률 저하 등의 이유로 부산공장 가동중단(셧다운)을 결정했다. 지난달 말에는 또 다시 셧다운에 들어갔다. 임단협 교섭 장기화에 따른 파업 여파다.

문제는 여전히 임단협 교섭이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난달 21일 잠정 합의안 부결 이후 노조는 이전 합의가 무색할 정도로 다시 강경책을 펼치고 있다. 지난달 27일에는 노조 집행부 및 대의원 30여명이 지명파업에 나섰다. 더 큰 문제는 올해 교섭은 시작도 못했다는 것. 2018년 임단협을 극적으로 마무리해도 또 하나의 산을 넘어야 한다.

르노삼성은 수출로 먹고 사는 기업이다. 내수실적이 5개사 중 꼴찌라고 하지만 북미 수출용 닛산 로그 등으로 매출을 실현해 왔다. 지난해 이 회사의 수출실적은 13만7000여대로 전체 판매실적의 60%를 차지했다.

노조와의 갈등을 제외하면 성장가능성은 충분하다. 지난 4월 지역본부 개편으로 100여개 국가로의 수출 가능성이 열렸다. 르노테크놀로지코리아(연구소)의 그룹 내 위상이 여전한 가운데 차세대 크로스오버 SUV로 불리는 XM3의 국내 물량을 확보했다.

남은 것은 XM3 유럽 수출물량 확보다. 이를 통해 다시 한번 재기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한다. 반대로 수출물량 배정에 실패할 경우 생존 자체가 어려워질 수도 있다. 노조는 이 같은 사실을 알지 못하는 것일까. 당장 코앞의 이익보다 몇수 앞을 내다보는 여유를 갖길 바란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95호(2019년 6월4~10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이지완 기자

머니S 산업2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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